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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한국근대소설극장

[근대소설극장]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어른의 세상, 현덕의 「남생이」

by 북드라망 2014. 6. 13.


한국근대소설, 등장인물소개로 맛보기 ⑥




맛볼 소설 : 현덕, 「남생이」, 『조선일보』, 1938년 1월 8일~25일




시놉시스 



19391.16 동아일보의 현덕 동화 (출처:기호일보)

때는 1930년대. 시골에서 인천 부둣가의 마을로 이사온 노마네 가족. 부두에서 이백근(120kg)들이 소금을 옮기며 생활을 꾸리던 노마 아버지는 폐병에 걸려 몸져눕고, 노마 어머니는 들병장수로 부둣가에 술을 팔러 나선다. 혼자 집에서 아버지 병수발을 들게 된 노마는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불러 대는 아버지가 귀찮고, 옷을 차려 입고 부둣가에 가서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는 어머니가 샘이 난다. 어느 날 평소에도 아버지를 잘 챙겨 주던 이웃집 영이 할머니가 영물이라 폐병을 고쳐 줄 거라며 노마 아버지에게 남생이를 건네고, 그 이후 아버지는 노마를 귀찮게 하는 일이 없어진다. 아침엔 더 일찍 나가고 저녁에 더 늦게 돌아오며 아버지에게 더욱 쌀쌀 맞게 구는 어머니를 보며 불안해하는 노마는 토담 모퉁이 양버들나무 위에만 오르면 어른이 될 것 같은 기분에 이 나무에 오르려 애쓰는데……….



잇 신(it scene)


- 노마가 처음으로 선창가에서 술을 파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장면. 어머니가 마치 어린애처럼 어리광을 떨고, 또 노마 자신은 받아본 적 없는 그런 귀염을 여러 사람들에게 받는 것을 보고, 부럽기도 하고 어머니가 자랑스럽기도 하여 제 딴에는 어머니와 자신의 관계를 알리려 크게 불렀는데, 노마를 본 어머니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창고 뒤로 끌고 가 머리를 쥐어박는다.


- 아내가 들병장수로 술을 파는 걸 참을 수 없어진 노마 아버지가 장사를 못 나가게 하고, 아랫집에서 얻어온 성냥갑 붙이는 일을 하루에 만 개만 붙이면 생활할 만하다며 시작한다. 그러나 마음은 바쁜 반면 손은 굼떠서 결국 하루 종일 붙인 성냥갑을 세어보니 500개도 되지 않는 장면.


- 영이 할머니가 보낸 편지 때문에 인천에 올라와 결국 자신은 폐병쟁이가 되고 아내는 술장사를 하게 되었다며 노마 아버지는 영이 할머니만 보면 꼴 보기 싫다고 핀잔을 주지만, 막상 자신을 진심으로 돌보아주는 마음을 아는지라, 영이 할머니가 하루라도 안 보이면 기다리는 장면.


- 선창가에서 어머니가 쥐어준 돈 한 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쓸쓸하게 혼자 집에 있을 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 노마. 아버지를 드리려고 구멍가게에 들러 붕어과자 하나를 산다. 잠시 후 눈으로 박아 놓은 콩알이 떨어지자 할 수 없이 그걸 입에 넣고, 이어서 지느러미는 없어도 붕어 모양이 틀려지지 않으니까 하고 먹고, 또 꽁지만 먹자 하고 먹다 보니 절반을 먹어 버리고…… 그 사이 마음이 즐거워져 집으로 돌아가는 노마의 모습.



등장인물



애니메이션「남생이」중 한장면. 아버지의 손에 들린 남생이가 과연 그의 폐병을 낫게 해줄 수 있을까. (그림:이상권)

▶ 노마 아버지 : 절터가 있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소작을 하며 성실하게 살던 사내. 이웃에 살던 영이 할머니가 보낸 “선창 벌이가 좋아. 하루 이삼 원 벌이는 예사고 저만 부지런하면 아이들 공부시키고 땅섬지기 장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편지에 힘입어, 전부터 소작인들을 괴롭히던 마름 김오장의 멱살을 잡아 패대기치고, 인천 선창가로 가족과 함께 올라옴. 120kg이나 나가는 소금을 져 나르는, 닷새 이상 이 일을 붙박이로 하면 장사소리를 듣는 다는 그 고역을 꿋꿋이 버텨 내며 노마에게 학생모자 하나를 사주겠다고 벼르던 아버지. 그러나 아버지의 몸이 먼저 굴복해 버림. 처음엔 하루 이틀 누워 있으면 나아질 몸살인 줄 알았으나, 갈수록 깊어지는 폐병이었음. 지금은 하루 종일 집에서 지내며 노마에게 어제도 그제도 묻던 소리를 또 물으며 귀찮게 함. 아내가 선창가에 술 팔러 나가는 걸 막으려 무리해서 성냥갑 붙이는 일도 해보고 하였으나 역부족. 하루하루 모멸감을 느끼며 사는 그에게 마음으로 가장 잘 대해 주는 사람은 영이 할머니. 어느 날 영이 할머니는 부적과 남생이 한 마리를 가져와 이거면 병이 씻은 듯 떨어질 거라며 신나 하고, 다음날부터 아버지는 노마를 귀찮게 굴지 않고 남생이와 하루를 보내기 시작함.


 ::: 아버지의 한마디 : "노마야 노마야!"

"모두 그놈의 편지 땜야. 그게 아니드면 이놈의 고장이 어디 붙었는 줄이나 알았습디까. 뭐, 하루 이삼 원 벌이는 예사구(예사라더니)"



▶ 노마 어머니 : 항구의 들병장수(병에다 술을 가지고 다니면서 파는 사람)로 노마네 생계를 책임지고 있음. 남편이 몸져 눕자 벌이를 위해 처음엔 영이 할머니를 따라 낙정미(말이나 되를 가지고 마되질을 하다가 땅에 떨어진 곡식) 줍는 쓰레기꾼으로 선창가에 나가게 됨. 그러다가 볏섬을 실은 마차 뒤에 따라붙은 여인들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던 마차꾼도 노마 어머니를 보고선 그래도 멈출 정도의 미모를 지님. 미모를 무기(?)로 선창에서 볏섬에 달라붙어 낱알을 긁어모으는 데 이력이 생길 즈음 선창의 사내들이 노마 어머니에게 실없이 굴었고, 특히 선창의 관리인인 털보는 노골적으로 노마 어머니에게 접근함. 결국 어느새 노마 어머니는 얼굴에 분을 바르고 번쩍번쩍한 인조견 치마를 끌며 들병장수가 됨. 털보와는 단골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으며, 가진 것도 없고 인물도 없으면서 추근대며 헤살 부리는 바가지를 싫어하고, 앓아누운 남편에게 미안함과 증오를 함께 가지고 있음. 나중에 노마 아버지가 죽자 눈물도 안 나오는 억지 울음을 울어 노마를 부끄럽게 만듦.


::: 어머니의 한마디 : "바가지가 오재두 듣지 말구, 아버지 시중 잘 들고 있어, 응 착하지. 그리구 아예 나 봤단 소리 말구, 응."

"누군 좋아서 그 노릇 하는 줄 알우. 모두 목구녕이 포도청이지. 남의 가슴 아픈 사정은 모르고."



▶ 노마 : 여덟아홉 살 정도의 아이. 폐병 앓는 아버지를 돌보는 게 싫고, 어머니처럼 선창에 나가 사람들에게 귀염을 받고 싶음. 양버들나무 가지에 곰보처럼 올라가는 게 현재 목표. 어쩐지 그 나무에 오르면 곰보처럼 어른들 일에 빠삭해질 것 같은, 아니, 어른처럼 돈을 벌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듦. 그러다 어쩐지 너무나 쉽게 나무에 곰보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 날 아버지가 돌아가심.



▶ 바가지 : 노마네 이웃에 사는 무면허 이발사. 성씨가 박가이기도 하고, "주걱턱인데 밤볼이 지고(입 안에 밤을 문 것처럼 볼록하게 볼의 살이 찜), 코까지 납작하고 빤빤한 상"이라 생긴 게 바가지 같다고 '바가지'로 불림. 두루마기 속에 이발기계를 감추어 차고 선창으로 나가 머리를 깎을 만한 사람을 골라 내 으슥한 곳으로 가 판을 벌림. 이발삯은 주는 대로 받음. 노마 어머니를 좋아하는데 다른 선창 사내들에겐 웃음을 팔면서 자신에겐 유독 곁을 안 주는 노마 어머니가 얄미워 장사하는 데 가서 헤살을 부림. 동네 아이들은 바가지가 노마 어머니에게 투정하는 말을 그대로 흉내 내 노마와 바가지를 모두 놀리기도 함. 노마 아버지가 죽었을 때, 방 안의 부적 등을 보고 노마 어머니와 털보가 방자(남이 못 되거나 재앙을 받도록 귀신에게 빌어 저주하거나 그런 방술을 함)해서 죽인 거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름. 


::: 바가지의 한마디 : "내 얼굴이 어떠우. 눈이 없수 코가 없수. 남 있는 거 못 가진 거 없지."

"너희집 아랫목에 누워 있는 사람이 정말 아버지냐, 털보가 정말 아버지냐?"



▶ 털보 : 선창의 감독. 원래 쓰레기꾼들을 쫓는 소임도 맡고 있으나, 노마 어머니의 미모에 반함. 붉은 얼굴에 밤송이 같은 얼굴로 항상 양복저고리를 입고 있음. 노마 어머니와 눈이 맞은 이후 종종 노마네 집에까지 옴. 그런 날은 노마 머리 위에 값싼 과자나 밤을 올려 줌. 노마 어머니 장사에 헤살을 놓는 바가지를 패대기친 일도 있음. 바가지의 음해(?)에도 사람들이 털보 편을 드는 것은 남의 일에 발 벗고 나서서 초상비를 푼돈일망정 꼭 보태고 하는 그를 인정 많은 사람으로 여기기 때문.


애니메이션「남생이」중 한장면. 털보가 노마네 집에 찾아온 날. 이날 노마는 군밤을 사러 멀리까지 심부름을 가야했다. (그림:이상권)



▶ 영이 할머니 : 노마네가 시골 살 때 이웃 살던 할머니. 아들과 며느리를 다 앞세우고, 손녀인 영이를 키우며 살아감. 노마 아버지가 아들 같아서 인천 선창가 일자리가 좋다며 불러 인천에서도 이웃해 삶. 노마 아버지와 같은 병으로 아들을 여읜 영이 할머니는 아들에게 못 다해 준 한을 풀기라도 하듯 노마 아버지를 마음으로 챙기지만, 노마 아버지는 자신의 불운이 영이 할머니 탓이라며 타박함. 어느 날 금강산에서 공부를 하고 나온 사람에게 누구라도 속병이 씻은 듯 떨어진다는 부적과 남생이를 사와서 노마 아버지에게 건넴. 노마 아버지가 죽자 영이 할머니는 슬픔에 겨워하며 노마에게 남생이를 못 봤냐고 묻고, 그날은 못 보았다는 노마의 말에 마치 "남생이가 없어졌음으로 해서 그런 일이 생기었다는 듯이 갑자기 울음에" 자지러짐.



▶ 영이 : 영이 할머니의 손녀. 아버지 어머니가 일찍 죽고 할머니 손에 자람. 노마의 친구. 할머니가 준 떡을 노마에게 (어쩔 수 없이) 나누어 주기도 하고, 곰보네와 함께 노마네 어머니 일로 노마를 놀리기도 함. 어느 날 바가지가 한 말이라며 "너희 아버진 앓기만 하구 벌이도 못하구 하니까 너희 어머니 달아난대"라는 이야기로 노마의 화를 돋움.



▶ 수돗집 곰보 : 노마가 올라가려 애쓰는 양버들나무 가지에도 쑥쑥 올라가고, 어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애들에게 전하고, 또 유행가도 알려주고 어른처럼 돈을 잘 쓰는 노마네 이웃 아이. 그러나 어디서 난 돈으로 이렇게 눈깔사탕을 아이들에게 하나씩 사줄 수 있는지 물으면 "저 나무도 못 올라가는 바보가" 하며 핀잔을 줌. 헌 양복에 캡을 젖혀 쓰고 어른과 함께 선창에 나가 해를 보내는 아이.



우연히도! 인천의 한국근대문학관에서는 이상권 작가의 애니메이션 「남생이」의 원화전이 열리고 있다. 무료관람이라고 하니, 가서 귀여운 노마를 보고 오시는 것은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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