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유지한다는 것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몇 달에 한 번씩 주제를 바꿔가면서 기획전시를 여는데요. 평소에 보기 힘든 전시물들을 볼 수 있는 기회여서 꼭 관람을 합니다. 매번 관람을 할 때마다 마음을 울리는 전시물을 한두 가지는 마주치게 되는데, 이번에는 이런 작품을 만났습니다^^
산타클라라족의 록산 스웬젤(Roxanne Swentzell),
「나를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The Things I Have To Do To Maintain Myself), 1994년 작품.
임연수 무늬의 옷을 입고 있는 이 사람은 카치나, 혹은 코샤레라고 불리는 푸에블로 족의 광대입니다. 부러진 뿔을 고치기 위해 바늘에 실을 꿰고 있는데, 그 표정이 참 오묘합니다. 약간 심통이 난 듯도 하고 슬퍼 보이기도 하는 표정을 짓고, 바늘에 실을 꿰느라 발가락 깍지까지 하고 집중하는 표정이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늘상 부러지는 뿔을 늘 하는 방식으로 고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광대는 춤을 추기 전에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부러진 뿔에 집중한 관객들만 괜한 연민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뿔이 부러졌으니 슬플 거라고…. 정작 광대 자신은 뿔을 고치고 즐겁게 춤을 추러 갈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일시 : 2024. 6. 18~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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