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Weekend 소개 코너
만화킬러 북블매's
평범한 '청춘'들의 유쾌한 이야기
만화 소개 코너를 연재하면서 생긴 버릇 하나, 책꽂이를 보면서 '다음엔 무슨 만화를 소개하지?'라고 혼자 고민하는 것. 버릇 둘, 읽은 만화 또 읽기! 여하튼 오늘은 길지 않으면서 완결이 된 만화 중에서 골라보았다. 작가는 요시나가 후미, 그녀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서양 골동 양과자점』이 아닐까 싶다. 일본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하였고, 한국에서는 『앤티크』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네 명의 꽃미남들이 운영하는 케이크 가게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오늘 소개할 작품은 아니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인 『플라워 오브 라이프』를 소개하려 한다.
전학생이 왔다. 그런데 전학생은 평범하지 않았다. 동양인의 외모에 금발머리, 심지어 백혈병으로 1년 동안 투병생활까지 했다고 밝혀버리는 솔직함! 반 아이들은 이런 솔직함이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처음엔 이런 솔직함이 무섭기도 하고 한 살 많은 형이라는 점이 부담이 되었는지, 친구라기 보다는 '형'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생활을 같이 하게 되면서 차츰 이런 거리감이 없어지게 된다. 주인공 하나노조는 백혈병 투병 당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서, 입원할 때 가져간 만화책을 직접 따라 그리게 된다. 게다가 의외로 재능이 있어서, 학교에 있는 클럽 중 '만화연구회'에 가입하게 된다.
만화 연구회에는 코믹 마켓을 열성적으로 다니는 마지마(왼쪽)와 귀여운 미쿠니, 이렇게 둘이 활동하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로 꼽는 마지마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나름 우등생이었지만 중학생일 때 '소중한 세계'를 만나게 되면서 시험 성적이 30점 이상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 반 꼴등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만화(특히 동인지)와 미소녀 게임들! 게다가 15세라고 믿기 어려운 어른스러운 외모! 이러한 불균형이 이 캐릭터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물론 만화를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했던 1人으로서 마지마에게 더 정감이 갔을지도;;)
미쿠니는 하나노조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이다. 동글동글 귀여운 느낌에 만화 콘티 짜는 것을 좋아하고, 언젠가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미쿠니는 하나노조와 의기투합해 함께 만화를 그리게 된다. 수줍고 말이 적은 미쿠니는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거나, 누군가와 싸워본 경험이 없었다. 하나노조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런데 하나노조가 미쿠니의 콘티를 마음대로 고쳐 그리게 되는 사건으로 둘은 크게 싸운다. 미쿠니는 하나노조와 싸운 후 친구를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둘은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화해한다. 미쿠니는 이 싸움으로 자신이 "나는 줄곧 그 애랑 다른 의견을 말하면 더 이상 그 애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라는 생각 때문에 의견을 내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자신도 모르게 변하고(성장하고) 있었던 셈이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다. 남자친구가 생긴 여학생이 친구에게 "나 남친이 생겼어"라고 하는 순간 동시에 친구는 "나 남친에게 차였어"라고 말한다. 절친이었던 두 사람의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새로 연애를 시작하게 된 친구는 실연당한 친구에게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지만, 염장을 지르게 될까봐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한다. 이런 풋풋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난다. ^^
함께 모여 시험공부를 하고, 크리스마스를 하고, 학교 축제에 참여하고...한번쯤 겪어보았을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들!(물론 요즈음 학교 생활과는 다를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모습을 flower라고 표현한다. 『플라워 오브 라이프』는 한창 때, 청춘 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고교생(청춘)이라 더 아름답다거나, 더 특별하다기 보다는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하루, 그것이 무척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미쿠니와 하나노조.
언젠가 죽을거라 생각은 하지만 그것이 '지금'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나노조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평범하게 연애하고, 평범하게 실연당하고, 평범하게 창피 당해보고, 평범한 사람이 되긴 싫다고 평범하게 생각하고 싶"다고 외치는 모습에서 '살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느낀다. 어쩌면 평범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장래희망도, 죽음도, 사랑도, 실연도, 배신(!)과 불륜도 삶의 한 페이지임을 유쾌하면서도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 작품, 소개가 너무 길어졌지만, 여튼 직접 만나보시면 좋겠다! ^^
다음 주에는 시성 편집자의 소개 코너가 올라올 예정입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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