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아이의 등을 보며 자란다. 응?
요즘 나는 저녁 8-9시에 잠들어서 새벽 3-4시 사이에 일어나려고 노력 중이다. 이전까진 새벽 2시에 잠들어서 아침 7시에 일어나곤 했다. 말이 2시지 3시가 되는 날도 종종 있었으니... 그 결과 만성피로, 원형탈모, 무기력감 같은 걸 달고 있었다. 변명을 하자면 아이가 잠드는 8-9시부터 잠들기까지 그 시간 동안 나는 육아에 지친 나에게 뭐라도 보상을 주고 싶었다. 뭐 별다른 건 아니고 그냥 먹고 노는 일 말이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피로는 육아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 밤에 노느라 지속적으로 누적된 것이었다. 따라서 밤 늦게까지, 피로를 쌓아가며 노는 것은 사실 육아에 대한 보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냥 놀고 싶었던 거지. 뭐 육아가 워낙에 힘든 일이니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우리집처럼 두 사람이 육아에 달라붙어 있는 집에선 그래도 사정이 훨씬 낫다.
여하튼 도저히 이대로 살 수는 없겠다 싶어서 일찍자고 새벽에 일어나 노는 걸로 리듬을 바꾸는 중이다. 덕분에 우리 딸은 참 신이 났다. 아침이면 이 사람이 아빤지, 좀비인지 싶었을텐데 요즘은 아침마다 놀이터에 가기 때문이다. 신이 나서 놀이터로 향하는 딸의 등을 보며 아빠는 또 한번 깨달았다. 딸 덕에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 역시 아빠는 딸의 등을 보며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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