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담담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동의보감』의 비법!


[기초탄탄 동의보감]

담한 일상의 비밀




그 날도 회사에서 음양탕을 먹으려 포트에 물을 데우는 중이었다. 그랬더니 같이 일하는 선생님이 찬물은 절대 먹지 않는 나를 보며 ‘소민샘 그러다가 신선 되겠다’며 은근히 놀렸다. 뭐 이런 이야기는 여러 번 들어서 아무렇지 않다. 지난번에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께서도 ‘20대엔 신나게 놀아야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나를 걱정해주시기도 했다.


사실 나도 연구실에 오기 전엔 신나게 놀았다. ‘홍대 빠수니’라 불릴 만큼 홍대에 자주 드나들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홍대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매료되어 일주일에 두 번씩은 꼭 갔다. 홍대에 가면 주로 카페에 있다 보니 커피를 자주 마셨고, 몽롱한 기분이 계속 들었다. 홍대에 있는 순간은 즐거웠지만, 나중이 되면 결코 이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이미' 신나게 놀아봤습니다^^;;


홍대 생활이 맞지 않는다는 건, 몸이 먼저 알아챘다. ‘더는 이렇게 살 순 없어!’라고 몸이 아우성쳤다. 결국, 다른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감이당에 찾아왔다. 연구실에서 생활하면서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딱히, 다른 불만 없이 편안하긴 한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동의보감』을 읽게 되었다. 읽다 보니 연구실 생활과 『동의보감』에서의 양생적 생활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내가 배운 『동의보감』에서의 양생적 생활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 이유와 분명(!)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덤으로 어떤 지점이 연구실 생활과 연결되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 <素問>(上古天眞論 見上)曰  黃帝曰  余聞上古之人  春秋皆度百歲  而動作不衰  今時之人   年半百而動作皆衰者   時世異耶  人將失之耶?


『소문』에 “황제가 ‘내가 듣기에는 옛날 사람은 대부분 100세를 넘겨도[度] 동작이 쇠약해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50살만 넘어도 동작이 모두 쇠약해지는데 이것은 시대가 달라서입니까, 아니면 사람들이 그것(양생의 도)을 잃어서 그런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上古之人 其知道者  法於陰陽  和於術數  飮食有節  起居有常 不妄作勞   故能形與神俱  而盡終其天年  度百歲乃去  今時之人  則不然  以酒爲漿   以妄爲常  醉以入房   以慾竭其精   以耗散其眞   不知持滿   不時御神   務快其心  逆於生樂   起居無節   故半百而衰也.


이에 기백이 ‘옛날 사람들은 양생의 도를 알았기 때문에 천지음양의 자연변화에 따라 살고 일상생활의 법도에 조화를 이루어 음식은 절도 있게 먹고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였으며 함부로 과로하지 않았기 때문에 몸과 정신이 다 갖추어져서 그 타고난 수명을 다할 수 있어서 백세를 넘겨서야 죽었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여 술을 장(漿:늘 마시는 음료)마시듯 하고 분별없는 짓을 일삼으며 취한 상태에서 성생활을 행하고 욕망으로 정기를 고갈시켜 진원(眞元:사람의 원기)을 소모함으로써 진원을 충만하게 유지할 줄 모르고 시기에 맞게 정신을 가다듬을 줄 모르며 다만 일시적 쾌락에 힘쓰고 양생의 즐거움(生樂:일상생활에서의 즐거움)에 어그러져서 일상생활에 절도가 없기 때문에 50살만 되어도 쇠약해집니다’라고 대답하였다”라고 하였다. 




‘양생의 도’ 실천 방법


동의보감에는 ‘양생의 도’를 실천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양생의 도를 따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스텝! '法於陰陽(법어음양) : 천지 음양의 자연변화에 따라 산다.' 먼저 천지란 무엇이고 음양이란 무엇일까? 천지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이다. 인간은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한다. 고로 천지란 내가 발 딛고 사는 시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음양은 무엇일까. 음양을 한자로 풀어보자면, 언덕[阝]에 해가 비추어서 해를 받는 면[陽]과 그늘진 면[陰]으로 나누어진 것이다. 양의 기운은 가득 차면 음의 기운이 되려 하고, 음의 기운이 가득 차면 다시 양의 기운이 되려고 한다. 이로 인해 끊임없는 순환이 발생한다.


‘천지 음양의 자연변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것이 계절이다. 계절, 작게는 날씨에 따라 몸과 마음이 변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어려울 것 없이 봄에는 봄의 속성에 맞게, 여름에는 여름의 속성에 맞게, 가을에는 가을의 속성에 맞게, 겨울에는 겨울의 속성에 맞게 살면 된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봄은 목(木)기운에 속한다. 목(木)기운의 특징은 발생(發生), 생장(生長), 승발(承發)이다. 봄은 만물을 살린다. 이때에는 몸을 편안하게 풀어주고 마음의 뜻도 북돋아주면서 무조건 억압해서는 안 된다."(허준 지음, 동의보감, 법인문화사, 208쪽)




두 번째 스텝으로 넘어가 보자. '飮食有節(음식유절) : 음식을 절도 있게 먹는 것'이다. ‘절도 있다’는 것에는 음식을 언제 먹는지, 무엇을 먹는지 그리고 얼마나 먹는지가 포함된다. 음식을 소화하는 데 관여하는 장부는 비(脾)와 위(胃)다. 비의 기능은 '비주운화(脾主運化)'로 음식물을 정미 물질로 만들고 전신으로 운반한다. 위도 비와 마찬가지로 음식물을 저장하면서 오장에 영양을 공급한다. 그래서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의 몸을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동의보감에서는 ‘담담한 음식’을 먹으라고 한다. 담담한 음식은 기름지고 맵고 맛이 강한 음식이 아닌 평소에 먹는 집밥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동의보감이 추천하는 가장 담담한 음식(?)은 밥을 지을 때 나오는 밥물이다.


세 번째 스텝은 '起居有常 不妄作勞(기거유상 불망작로):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하고 분별없이 몸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다. 일상생활을 꾸준히 유지하려면 평소에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 늦은 밤까지 깨어있거나 주말에 많은 약속을 잡았다면, 전날 쌓인 피로로 일상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분별없이 몸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지나치게 쓰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는 과도한 육체노동으로 몸을 힘들게 했다면, 요즘에는 몸을 덜 움직이는 만큼 감정소모로 인한 괴로움이 많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병이된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노여움이든 항상 담담한 마음 상태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쉽게 쇠약해지는 이유


반면, 지금사람들은 어떠한가? 상고시대 사람들과 정 반대라고 보면 된다. 그 중,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자. '醉以入房(취이입방) :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생활을 한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생활을 하는 것이 왜 좋지 않을까? 술을 마시면 몸이 뜨거워지고 얼굴도 빨개진다. 그리고 기분도 좋아진다. 술은 확실한 양(陽)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또한 술은 몸에 습열(濕熱)을 발생시킨다. 습열은 몸의 상태가 장마철처럼 뿌옇고 습해진 상태가 된 것이다. 이 상태는 몸의 음기 즉, '정(精)'을 손상시킨다. 이미 양기가 위로 솟아 내 몸의 물을 졸이고 있는데 게다가 성생활까지 한다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그렇게 되면 생명의 근원수인 '정(精)'은 모조리 증발한다. '정(精)'은 몸의 근본을 이루는 물질이다. 정이 모두 소모되면 기가 쇠약해지고 결국엔 죽게 된다.


'以慾竭其精 以耗散其眞(이욕갈기정 이모산기진) : 욕정으로 정기를 고갈시켜 진원(眞元:사람의 원기)을 소모한다.' 욕정이라고 하면 뭔가 성적인 욕망 이런 것들이 생각나지만 좀 더 넓혀서 욕망, 욕구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의 원기를 소모시킬 정도의 욕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마도 주로 돈과 명예를 향한 욕망일 것이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어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사람들은 늘 분주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잘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음식으로부터 기·혈·진액이 형성하는데 잘 먹지 않으면 온 몸으로 전달될 영양분이 부족해진다. 그래서 잘 먹지 못하면 머리도 푸석푸석해지고 피부도 거칠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잠을 자지 못하면 혈(血)이 간에서 쉬지 못한다. 휴식을 취해야 장혈(藏血) 기능을 통해 혈액을 간에 저장할 수 있다. 간은 장혈기능으로 혈류량을 조절하는데 만약 이 기능이 떨어지면 간의 상승하는 기운을 막지 못한다. 그러니 쉽게 화를 내고, 계속 항진된 상태로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마치 뜨거운 불 위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不時御神 務快其心(불시어신 무쾌기심) : 정신을 가다듬을 줄 모르며 다만 일시적 쾌락에만 힘쓴다.' 여기에서 御(어)는 통솔하다, 다스리다는 의미이다. 고로 자신이 자신의 정신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것. 흔히 우리가 말하는 ‘정신줄 놓았다’는 말이다. 정신은 오장(五臟) 중에 심장이 관장한다. 심장은 사람의 정신·의식·사유에 영향을 미치는데, 심장에 문제가 있을 경우 심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광란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시적 쾌락'이란 순간의 욕망에 따른 선택을 말한다. 우리는 주로 정신줄을 놓쳤을 때, 뭐든 지른다.(보통 정신줄을 놓고 있을 때가 많다.) 오늘 고생한 자신을 위해 맛있는 것(흔히 기름지고 맛이 강한 것)을 먹고, 사고 싶은 것을 산다. 결국, 나중에 생각해보면 대부분 후회하게 될 일들이다.


* * *


연구실 생활은 일상 하나하나 ‘진원을 충만’하게 만드는 행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아침 5시 30분 기상. 블로그 편집을 위해 베어하우스로 향한다. 잠이 드는 시간은 밤 11시 30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法於陰陽(법어음양)'에 따른다. 블로그 편집을 끝내면 108배를 한다. 108배는 올해 초,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시작했다.


108배를 하기 위해선 일찍 잠들어야 하므로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규칙적으로 유지된다. 108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起居有常 不妄作勞(기거유상 불망작로)'하게 되었다. 절을 마치고 아침을 먹으러 간다. 아침반찬의 메뉴는 주로 전날 남은 음식들이다. 연구실 음식은 기본적으로 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주로 담담한 편이다. 아침을 먹고 나면 점심때 먹을 도시락을 싼다. 점심 도시락의 메뉴도 물론 아침에 먹은 반찬들이다. 회사를 마치고 저녁도 연구실에서 해결한다. 세끼 모두 일정한 시간에 담담한 음식을 먹고 있다! '飮食有節(음식유절)!’ 그리고 감이당 대중지성 프로그램을 하면서 항상 정신줄을 놓치지 않는 훈련 중이다. 특히, 글쓰기는 매 순간 감정에 치우치지 않게 도와준다. 즉 의역학 시험, 필사, 낭송, 글쓰기 모두 '不時御神 務快其心(불시어신 무쾌기심)’하지 않도록 하는 곰샘의 깊은 뜻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연구실에서의 행위들이 『동의보감』의 양생의 도와 연결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선생님들께서 말씀해주시는 것들이 『동의보감』에 전부 나와 있을 줄이야! 신기했다. 여전히 나와 처음 만나는 선생님들은 묻는다. 매일 아침 108배 하면 힘들지 않아요? 회사 다니면서 공부하기 힘들지 않아요? 솔직히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난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좀 더 담담한 일상을 보내기 위해 끊임없이 수행할 뿐이다. (끝)


"난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화이팅!


글_이소민(수요 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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