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9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인 세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①배경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인 세계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고작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든다. 치히로의 모험 이상으로 삶을 풍요롭게 바라보게 하는 작품은 없다. 이 작품은 무기력하게 자의식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용기를 확실하게 준다. 유바바의 온천장에서 청소를 조금 하다 나왔을 뿐인 소녀의 모험담에 어떤 숨겨진 장치가 있기에, 관객은 삶의 지극한 다채로움에 감탄하며 감사하게 되는 것일까? 일차적 원인은 공간 설정에 있다. 아빠와 엄마와 이사를 오게 된 시골의 도로에서부터 갑자기 빠지게 된 저편 세계 온천장까지, 미야자키는 구석구석 엄청난 사물과 사람, 괴물과 신을 배치함으로써 개별 공간의 입체감을 상상 그 이상의 방식으로 엮는다. 마녀 .. 2024. 2. 8.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부모가 없어도 아이는 자란다 부모가 없어도 아이는 자란다 《라퓨타》는 고아 소녀 시타가 자신의 뿌리를 찾고, 그 어두운 운명과 단호히 결별하는 이야기이다. 예쁜 얼굴로 작품 내내 별로 하는 일이 없어 보이는 시타가 어떻게 그토록 단호하게 혈족을 버리고 타인을 구하는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 시타는 죽음을 겁내지 않고 멸망의 주문을 부른다. 어리석은 무스카에게 고귀한 힘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각오 하나로 파즈와 손을 맞잡고 ‘바루스!’를 외친다.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것은 시타가 도착한 광산 마을의 건강함이다. 광부들은 해적도 국가도 두려워하지 않고 쫓기는 여자 아이를 도왔다. 지하 갱도의 늙은 광부는 ‘보물에는 저주가, 재능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가르침도 주었다. 광부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서로를 돌보며 함께 웃을 수 있음을 알게.. 2023. 10. 19.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① 공간편 : 변하고 썩는 원더풀 라이프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① 공간편 : 변하고 썩는 원더풀 라이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미야자키의 작품 세계로 들어가보자. 연재는 매 작품을 다음의 세 수준에서 살펴본다. 첫째는 디테일의 독특함과 그 배경 철학을 다루는 ‘공간편’이고, 둘째는 작품 활력을 이끄는 핵심 테마를 분석하는 ‘주제편’,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야자키 최고의 특기인 독특한 인격들을 살펴보는 ‘캐릭터편’이다. 오늘부터 3주 동안은 바람 계곡을 탐사하게 된다. 먼저 작품 제작을 둘러싼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탄생과정 미야자키 하야오는 1960년대 초부터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기린아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이들이라면 쉽게 기억할 《미래 소년 코난》,《엄마 찾아 삼만 리》,《알프스 소녀 하.. 2023. 8. 25.
[쉰소리객소리딴소리] “청소는 인사하는 일” “청소는 인사하는 일” 매일 밤 잠들기 전 책을 읽는다. 소리 내어 읽는 사람은 나지만 듣는 사람은 딸이다. 글자를 알게 되면 책을 저 혼자 읽을 줄 알았는데, 웬만하면 그리고 잠들기 전에는 꼭 읽어 달라고 한다. 딸이 자라면서 읽는 책의 장르가 많이 바뀌었다. 일곱 살이 되고부터는 글자가 적은 그림책들만이 아니라 글자가 제법 되는 전래동화나 글자가 꽤 많은 어린이동화류를 읽게 되면서 같이 흥미진진해하며 흥분하기도 하고,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기도 하고, 아직 나오지 않은 다음 권을 같이 기다리기도 하는 일이 잦아졌다. 몇 주 전 그런 어린이동화류 중에 한 권을 읽다가 거의 오열을 한 일이 있었다(사실 엄마들이 애들 책 읽어주다 엄마만 울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다들 몇 번은 경험하는 일이더라). 『만.. 2023.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