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걷다보면6 [기린의 걷다보면] 시코쿠 순례길을 걷다 (1) 시코쿠 순례길을 걷다 (1) 1. 진짜 가는구나 일본의 시코쿠 순례길 걷기, 오랫동안 해 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삼십 대 중반부터 한번은 가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었다. 공동체에 온 후 같은 바람을 품은 친구를 만났고, 다른 친구까지 뭉쳐서 한 달에 5만원씩 여행경비를 모았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5년의 시간이 흘렀고 여행 일정은 마냥 미루어졌다. 올해는 꼭 가자고 9월 출발을 계획하고, 5월에 일본 마쓰야마행 비행기티켓을 예약했다. 각자 일정에 치여 별다른 준비도 못했다. 그 사이 8월 태풍이 일본 열도를 휩쓸고 갔다고 하고, 지진도 잦을 예정이라는 기사를 흘려들으며 가야 가는구나 했다. 9월인데 연일 34~5도를 찍는 온도계를 볼 때는 못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는 예정.. 2025. 2. 19. [기린의 걷다보면] 아버지의 걷기 아버지의 걷기 영화 를 보았다. 노년의 주인공은 도쿄 시내 중심가에 있는 공중 화장실 청소부다. 영화가 시작되면 새벽녘 이웃집 할머니의 빗질 소리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는 주인공이 나온다. 이부자리를 개키고 세수를 하고 수염을 다듬고 윗방에 키우는 식물들에게 물을 준다. 그러고는 작업복을 입고 문 앞에 정리해둔 소지품을 챙기고는 문밖으로 나선다.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를 뽑아 차에 오른다. 차 안에 보관해둔 낡은 테이프들 중에서 하나를 택해 틀어 놓고 캔커피를 마신다. 시동을 걸고 집을 나서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자신이 맡은 구역을 돌며 화장실 청소를 하는 동안 같이 일하는 젊은 동료의 수다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저 빙그레 웃을 뿐. 변기를 닦고 세면대의 물기를 털어내고 휴지통을 처리하는.. 2024. 12. 10. [기린의 걷다보면] 기억을 잇는 걷기 기억을 잇는 걷기 세월호 10주기_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올해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였다. 공동체 홈피에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참사 10주기 기억식이 열린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4월 16일 오후 2시, 기억식에 참석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안산 화랑유원지에 갔다. 햇빛이 여지없이 쏟아지는 유원지 주차장이 식장이었다. 식순에 따라 기억식이 시작되었고, 희생자분들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호명되는 순서가 되었다. 삼백 사명의 이름이 다 불리는 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지나갔다. 2014년에 마을 작업장 월든에서 단원고 교실 의자에 놓을 방석을 만들었던 일, 바느질을 하면서 읽었던 , 책의 구절을 읽으며 울먹이던 친구의 목소리. 10년이 지나는 동안 사고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유가족들의 요구에 정부의 대응은.. 2024. 9. 4. [기린의 걷다보면] 옛길을 함께 걷다 옛길을 함께 걷다 경강선을 타고 여주역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세 번 째로 여강길을 걷게 되었는데, 제일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여강은 여주지역에서 부르는 남한강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남한강이 흐르는 길을 따라 여주 지역을 이은 여강길은 현재 총 11개의 코스가 있다. 1코스인 옛나루터길은 물길을 따라가며 옛 나루터를 통과하는 18키로 정도 되는 길이다. 처음 이 길을 걸었을 때는 혼자 걸었는데,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 걷게 되었다. 긴 코스이기도 하지만 외진 곳도 있어서 같이 걸을 친구가 있어서 든든했다. 여주 터미널까지 걸어와서 점심을 해결하고 영월루로 향해서 길을 나섰다. 영월루에 올라서 보면 아래로 남한강과 여주 일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강 건너 편으로 천년고찰 신륵사도 보였다. .. 2024. 6. 4.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