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71 [청년루크레티우스를만나다] 피부의 유물론 피부의 유물론 1. 십년의 고독 그간 거울 앞에서 내쉰 한숨을 모으면 컨테이너를 몇 개나 채울 수 있을까.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그보다 이제 그만 나아질 때도 됐는데. 둘 다 영 마음처럼 안 풀린다. 그런 점에서 여드름만큼 훌륭한 선생도 없다. 세상엔 뜻대로 되는 일이 드물다는 사실을 이렇게 가까이서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으니. 무려 십 년 동안이나 말이다. 여기서 핵심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피부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피부에 신경을 끄는 것 또한 내 의지 밖이다. 집착이 사라지면 대상도, 대상에 대한 욕망도 자연스레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같은 이치로, 피부를 신경 쓰지 않게 될 때쯤 여드름도 사라질 것이다. 더 정확히는, 더 이상 피부가 문제 되지 않으니 사라지든 남아 있든 간에 별 상관이.. 2022. 1.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