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SF팬의 생활에세이스러운 SF소설 리뷰' 『우주적인 로봇적인』 (책소개 바로가기)을 쓴 이유미님의 『세미나책』 추천사입니다.
어느 겨울, 삼겹살 맛집이라는 데 가려는데 사랑하는 어린 동생이 못내 눈에 밟혔습니다. 같이 먹으러 가자고 동생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애는 마침 그때 네이버 블로그를 하다가 알게 된 사람과 번개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좋은 친구인데, 같이 가도 돼?”
“어 그래.”
그것이, 유순하고 깍듯한 겉꺼풀 아래 유들유들하고 시니컬한 본색을 감추고 있는 철학과 중퇴생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난 인연이 흐르고 흘러, 지금 그는 제 베프가 되었죠.
하지만 베프이기 전에, 정군*은 제 스승입니다.
제게 서양철학을 가르친 장본인이거든요.
문외한들을 위한 서양철학 세미나를 주재하면서, 토론시키고, 대답해주고, 바보같은 질문에는 경멸의 눈초리를 되쏘아주고(…), 두고두고 깐족대고 놀리면서 천추의 한이 맺히게 한다던가 하면서, 공부의 물꼬를 틔워준 사람이었어요.
세미나 이후로도, 다른 친구들과 꾸리는 독서세미나에서는 무엇을 공부할지, 누구의 사상을 어떤 순서로 공부해나가면 좋을지, 어느 책과 어느 책을 읽을 것이며 포인트를 어디 두고 공부할지, 언제든 믿고 상담하고 가이드를 얻을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니까, 제 인생 후반부에 너무나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된 서양철학은 사실 순전히 그가 열어준 세계에 가깝습니다. 전혀 모르던 관념들에 강렬한 호오가 생기고, 그 호오의 흐름에 의탁해 플라톤이나 스피노자나 니체나 맑스나 베르그송이나 푸코나 들뢰즈나 등등등의 원전들을 읽게 되고, 그리하여 그 관념들을 떠올리며 생을 견디거나 중대한 결정들을 내리게 되었을 때, 그 까마득한 기원에는 정군과 정군의 세미나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제가 무의식 속에 정말 기다려온 책입니다. 한국사회에 드문, 육아를 전담하는 아빠의 시선에서 쓴 이전 책들도 좋았지만, 이 책이야말로 가장 그다운, 왜 여즉 이걸 안 썼나 싶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가 썼어야 할 책입니다.
이 저자의 세미나로 생이 바뀐 사람 여기 있어요.
자, 여러분? 이제 진짜의 책을 읽어보시죠.
*정군은 『세미나책』을 쓴 정승연의 닉네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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