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賢者)의 삶과 죽음
'죽음'을 떠올리면, 너무 아득하게 먼 듯하여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러다가도 문득, 당장에라도 심장이 뛰기를 멈춰버리면 그대로 죽어버릴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움찔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 생명을 얻는다는 것은 결국 얇은 실에 매달려 절벽 아래로 던져지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실이 끊어질 때 죽는 것이다. 오랫동안 당겨진 실이 낡아 끊어지거나, 매달린 채로 과하게 난동을 부리거나, 어쨌거나 언젠가는 끊어지게 되어 있다. 안간힘을 쓰며 실을 튼튼하게 만들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스스로 끊어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말로 신이 있어서 인간들이 그러고 있는 광경을 본다면 얼마나 우스울까. 인간으로서 몹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최대한 품위있게…….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즐거움'이 단순한 '방종'은 아닐 것이다. 현자의 즐거움이란 무엇보다 '평정심' 속에, '평정'을 유지하는 데서 생긴다고 나는 믿는다. 내 생애의 수도 없이 많은 괴로움들이 그걸 유지하지 못해서 생겨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 믿음이 크게 틀린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매 시기마다 내용이 바뀌어 오기는 하였지만, 평생을 '즐거움'을 쫓으며 살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부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벌벌 떨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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