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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씨앗문장

너잘하마 - 나를 괴롭히지 마세요

by 북드라망 2017. 3. 8.

너잘하마 - 나를 괴롭히지 마세요



이처럼, 진리처럼 느껴지도록 설정된 삶의 목표들이 자신뿐 아니라 타인들을 힘들게 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떨쳐내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목표를 방향키로 삼을 수는 있지만 목표 자체를 삶의 궁극적 의미로 삼으면 안 됩니다. 백팔배도 마찬가지입니다. 90일을 했다면 한바탕 웃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하면 됩니다. 90일까지 밖에 못한 것이 아닙니다. ‘안 한 나’를 ‘한 나’와 비교해서 ‘너는 왜 하는 일마다 그러냐?’며 괴롭히지 마십시오. ‘아 네가 힘들었구나. 하고 싶었는데 힘들어서 안 했구나. 잘했다. 다음에 또 하자.’ 그러면 됩니다. 일주일만 해도 되고, 한 시간만 해도 됩니다.

정화스님,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북드라망, 266쪽



가만히 돌아보면, 어쩐지 내가 ‘좌절’에 중독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고, 며칠 열심히 하다가, 금방 지쳐서 언제 그런 목표를 세웠냐는 듯이 군다. 물론 그런 와중에 마음 속에는 스스로에 대한 부채의식 같은 것이 남곤 한다. 그러다보면 점점 ‘뭘 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된다. 그런 식으로 그냥 되는대로 하루하루를 살게 된다. 그러다가 무언가 흥미가 동하는 일이 있어서 다시 그 일에 매달린다고 하여도, 아직 흥미가 미처 다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또 이러다 그만두겠지’ 하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그러고 나면, 곧바로 또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지는 것이다.


그 마음을 이겨내고 계속 열심히 하자고 생각을 해 보아도, 당연히 그렇게 잘 되질 않는다. 그냥 그렇게 적당하게 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문득, ‘어른’이 된다, 혹은 ‘철이 든다’ 하는 것은 그런 상태를 잘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더 이상 그런 일로 ‘나를 괴롭히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자신이 계획한 일을 끝까지, 정말이지 굳은 의지를 가지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걸 못한다고 해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 것도 좋은 일이다. 아주 단순한 ‘가성비’만 놓고 보면 후자가 더 높은 것 같기도 하다. 말인즉, 자신을 ‘배려’하는 것이 가장 기본인 셈이다. 그래서 요즘은 딱히 무슨 계획을 세우거나, 스스로에게 다짐하거나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이 역시도 다짐은 다짐이건만) 여하튼 그렇게 해서 무슨 일이든지 되도록 담담하게 하려는 것이다. 하다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해도, 시작이 담담했으므로 빠져나오는 것도 담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비바람이 불어도, 눈이 와도, 맑아도, 언제나 담담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하늘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마음에 무언가를 보태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좌절하지 않더라도 ‘마음’은 원래 괴로운 게 기본이다. 무엇보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그렇게 피할 수 없는 마음의 괴로움을 견디는 것인데, 일부러 거기에 괴로움을 보탤 필요는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마음의 괴로움은 대부분 그렇게 스스로 만든 것들 아닌가? 사물과 사태를 있는 그대로 본다, 많은 성현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가르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마음을 닦는 다는 것도 결국엔 같은 말이고.


그러니까, ‘목표’ 자체를 삶의 궁극적인 의미로 찾지 말자. 문득 작년에 읽었던 신영복 선생님의 마지막 인터뷰가 생각나 옮겨본다.


폴 에르되시라는 헝가리 수학자가 있었어요. 세계적인 수학자인데, 그 사람이 죽기 전에 이렇게 묘비명을 써 놓았답니다. "마침내 나는 더 이상 어리석어지지 않는다." 하루하루 깨달아가면 모르는 게 더 많아지거든요. 점점 깨달을수록 어리석어진다는 말이 실감 나게 됩니다. 그런데 죽으면 더이상 어리석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그런 식으로 한 것이지요. 이 무한한 우주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아주 미미하다는 표현이기도 하고, 공부하고 성찰할 게 엄청나게 많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런 깨달음이 기약 없는 무기징역을 견디는 힘이었지요.


프레시안, <신영복 교수 마지막 인터뷰 "먼 길 함께 걸었으면…"> 중에서, 바로가기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 10점
정화 지음/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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