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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3

[약선생의 도서관]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 동물이 되는 순간 고쿠분 고이치로의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 은행에 갓 입행했을 때 내 나이는 스물다섯.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나이. 그러나 직장이라는 곳은 그런 일에는 도통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루 종일 창구에 붙잡아놓고 온통 일만 시켜댔다. 차츰 알게 되었지만, 노동자라면 항상 같은 처지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밑창 빠진 영혼에겐 토요일 오후가 정말이지 꿀 같은 시간이었다. 오전 근무를 끝낸 후, 은행 문을 박차고 나가면 서울의 황홀한 장면들이 온통 펼쳐졌다. 아마 단조롭고 힘겨운 일에 결박당한 평일을 토요일의 흥분으로 보상받으려 했으리라. 그러다 나는 평소 안 가던 장소를 가게 되었다. 90년대 초 대학로에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영화관이 하나 생겼는데, 내가 어.. 2016. 1. 26.
무소의 뿔처럼 비우면서 가라?! 견우의 별, 우수(牛宿) 견우의 별, 우수 염소의 뿔 혹은 황소의 뿔 오늘의 주인공은 여름하늘의 대표주자 견우별이다.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펼쳐지는 여름 하늘의 로맨스 견우직녀설화(牽牛織女說話)의 그 견우 말이다. 먼저 별자리를 찾는 법부터 알아보자. 북두칠성의 구부러진 자루 반대 방향으로 곡선을 그려 직녀성 ‘베가(vega)’를 찾는다. 다음, 곡선을 이어나가 은하수에 이르면 하고성(河鼓星)을 마주치게 된다. 하고성은 서양 별자리로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Altair)’에 해당한다. 세간에는 이 별이 은하수 건너편의 직녀를 그리워하는 견우별이라 알려져 있으나, 28수에 기록된 견우별은 그보다 더 후미진 남쪽 하늘에 있다. 곡선을 계속해서 이어나가 보자. 곡선이 은하수를 빠져나가면 남쪽하늘 아래, 어둔 별들의 무리가 보인다. 견.. 2013. 6. 27.
삶을 견디게 해주는 나만의 '불꽃' 丁火 - 나를 견디게 해주는 삶의 작은 불꽃들 이 세상 모든 도강(渡江)은 오직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다. 어느날 그렇게 다리를 건너다, 문득 삶이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는 것만을 목표로 산다는 것. 그것은 저것과 이것 사이의 하프타임 같은, 아주 격렬한 전반전을 끝내고, 예측할 길 없는 후반전을 기다리며 쉬고 있는, 그런 불안한 휴식이다. 삶을 뒤집어 보자. 어쩌면 나는 내 삶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 긴장된 하프타임을 건너기 위해 불현듯 불어 닥친 내 삶의 시간, 어떤 공백을 견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삶이란 아주 긴장된, 하지만 별 목적 같은 것은 없는 공백과 같은 것이다. 이 목적 없는 공백에서 삶을 견디게 해주는 것은 .. 2012.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