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일리치9 [내 인생의 일리치] 디지털 시대를 헤매는 마음의 여로 디지털 시대를 헤매는 마음의 여로 미영(B움) 1. 엄마의 카톡문자 “우리 딸, 날씨가 춥다. 오늘도 조심해라~ 사랑한다.”팔순 노모가 내게 보내온 카톡 문자이다. 엄마는 몇 년 전부터 스마트폰의 기능을 배우시더니 지금은 SNS를 통해 이곳저곳에 먼저 안부를 전하고 계시다. 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운동법이나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좋은 말들이지만, 종종 정치 찌라시 같은 글도 섞여 있다. 투박한 사투리로 시시콜콜 살림살이를 참견하던 시골할머니가 갑자기 강렬하고 노골적인 정치언어를 구사하는 투사가 되셨다. 언제 이렇게 변하셨지? 코로나시기에 좋아하는 운동도, 배움도, 모임도 다 단절된 상태에서 집안에서 TV채널만 돌려보신 탓일까. 케이블TV와 종편방송에서 끊임없이 노출되는 뉴스나 시사토론을 시청하시니 .. 2024. 10. 18. [내인생의일리치] 돌봄 속에서 자유로워지는 노년을 위해 돌봄 속에서 자유로워지는 노년을 위해 글 / 경혜(노는 게 젤 좋지만 어쩌다 시작한 공부에 매달려 있는 중입니다.공부하면서 만난 학우들과 여러 인연으로 만난 지인들 덕분에독락(獨樂)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동락(同樂)의 맛을 알아 가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일했는데 또 일을 하라구? “휴, 이제 끝인가?” 시어머니 장례 잘 치르고, 아이가 무사히 군대를 제대하고, 동생 병수발과 장례까지 다 마무리하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아이 키우고 매일 식구들 먹을 음식하고, 청소하고, 시어머니 보살피고, 온갖 자질구레한 집안 대소사 챙기고, 직장 다니는 남편 뒷바라지하고, 때에 맞춰 휴가를 반드시 가야만 하는 남편에 맞춰 휴가도 다녀야 했던 수많은 집안일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러자 남편이 .. 2024. 8. 9. [내 인생의 일리치] 나의 쓸모, 나의 미니멀라이프 나의 쓸모, 나의 미니멀라이프 보은 (B움) 미니멀하지 않은 미니멀라이프 환경문제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미니멀라이프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최소한의 살림살이, 매력있었다. 옷은 손이 가는 두서너 벌로 번갈아가며 입고, 쓰는 물건도 항상 정해져 있을 뿐인데도, 늘 꽉 차있는 장롱과 수납장의 물건들에 답답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정리하자~ 너저분한 살림살이들이 정리가 되면 생활도 생각도 단정해질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면서 미니멀라이프 관련 기사와 동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집안을 보며 반성도 하고 팁도 얻었다. 내가 본 대부분의 영상에는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것, 버릴 것과 나눌 것을 구분하라는 공통된 메시지가 있었다. 결국은 내가 할 일. 동영상을 본다고 해결.. 2024. 7. 12. [내 인생의 일리치] 공동체의 돌봄과 상생을 향한 한 걸음 공동체의 돌봄과 상생을 향한 한 걸음글 : 장청(비움) ‘니가 한 게 뭐 있어!’ “그동안 니가 한 게 뭐 있어!” 결혼 후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둔 여성에게 술 취해 들어온 남편이 던진 말이란다. 젊은 날 나도 똑같은 말을 몇 번인가 들었다. 니가 한 게 뭐가 있냐니! 수십 년이 지났지만 나 아닌 가족을 위해 애썼던 그 많은 수고와 노력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단숨에 무시했던 그 말을 쉽게 잊지 못했다. 어쩌다 그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면 나도 모르게 속에서 뜨거운 덩어리 같은 것들이 울컥 치밀었다. 사실 전업주부 가운데도 “나 아무것도 안 해요” “집에서 놀아요”라며 스스로 위축되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가. 밥하랴 청소하랴, 그 외 잡다한 집안일과 아이 돌보는 일이 노동 강도에 있어 직장 일보다 .. 2024. 6. 14.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