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4 [나의 석기 시대] 고래 잡이의 마음 고래 잡이의 마음1. 암각화로 본 인류의 상상력 울산 태화강 하류 대곡천, 반구대에 그려진 암각화에는 다양한 종류의 고래들이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암각화는 선사의 인류, 그리고 여전히 야생의 사고를 활발하게 쓰는 무문자 사회의 부족들이 돌에 우주와의 소통을 염원하면서 남기는 무늬라고 할 수 있다. 암각화는 지역과 시대를 막론하고 다양한 장소에서 발견되면서도 그 패턴에 있어서는 비슷한 것이 많이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기하학 무늬를 들 수 있다. 예술의 진화란 ‘사실주의에서 추상주의로’라고들 한다. 그러나 인류사 전체를 놓고 보면 추상 기호가 사실 기호보다 먼저 출현했다. 선사의 인류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재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 있어야만 하는 세계, 그런 당위의 세계보.. 2025. 2. 6. [나의 석기 시대] 비(雨)는 토기의 꿈 비(雨)는 토기의 꿈 1. 토기의 다양한 용도 부산 《동삼동 패총 전시관》에서 아이의 시체가 들어 있었던 한반도 최초의 옹관묘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으로 죽은 몸도 있는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사람’이라고만 하지 않는다면 대개 식기류 그릇에는 죽은 생물이 담긴다. 선사의 옹관식 장례도 신의 밥상을 차리는 일이었을까? 후지하라 다쓰시는 변기가 사기로 되었다는 점을 들어 일종의 그릇으로 본다. 후지하라에게 있어 배변이란 자연의 밥상을 차리는 일이다(후지하라 다쓰시,『전쟁과 농업』). 장례를 신의 밥상을 차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한반도 전역에서 발견되는 묘의 부장품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은 토기다(나중에 더 찾아서 알게 된 사실인데 고대 제국, 예를 들면 이집트 투탕카멘의.. 2025. 1. 16. [나의 석기 시대] 바다는 사람과 공동체를 기르네 바다는 사람과 공동체를 기르네 1. 주는 대로 먹는다 인류는 잡식이다. 기원부터 따져보자면 쉬이 잡기 어려운 육식보다는 다양한 자연 먹거리의 채집이 식재료 준비의 일차적 모델이었을 법하다. 인류사적 맥락에서 농경의 역사는,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재배 경작을 기준으로 최소 기원전 만년까지 올라간다고 하니(제레드 다이아몬드,『총·균·쇠』) 그 이전까지의 인류는 주로 주워 먹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농경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그 모습이 또한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을 테니 채집을 인류의 기본 생계 모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할 듯하다. 인류는 줄곧 주는 대로 먹어왔다는 이야기다. 주워 먹는다, 주는 대로 먹는다. 언뜻 들으면 궁핍한 생활이 떠오른다. 그런데 또 곰곰이 음미해보면 뭔가 울컥해지는 포인트가 있.. 2024. 12. 19. [나의 석기 시대] 채집, 어디까지 해봤니? 채집, 어디까지 해봤니? 1. 도토리를 주우며 인류는 고기만 먹지 않았다. 〈고기전〉에서 소개되고 있는 육식의 인류사를 보니 다른 먹거리에도 관심이 간다. 오래도록 인류는 잡식성이 아니었을까? 매일 안정적으로 고기를 잡기가 어렵고, 오랜 시간 저장을 해두기에도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선사 일상식의 절대적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식물상이었을 것이다. 가을 단풍이 좋아 등산을 나서면 산 입구에서부터 예쁘게 떨어져서 ‘날 잡아줘~’ 부르는 도토리들을 만날 수 있다. 도토리묵을 만들 것도 아닌데 보이는 대로 허겁지겁 막 주워서 가방에 막 챙겨오게 된다. 한 웅큼 손에 도토리를 쥐고서 일어나 허리를 펴면, 나만 그렇지 않고 여기저기에서 주먹을 꼭 쥐고 있는 등산객들을 볼 수 있다. 다들 줍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2024. 12.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