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엠마』 속 멋지고 무시무시한 여성들!
엠마 골드만의 자서전 『레드 엠마』는 19세기 말부터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직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엠마 골드만은 파리 코뮌 직전인 1869년에 태어나서 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40년에 세상을 떠났는데요. 이 시대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시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각자의 혁명에 매진하던 시대였습니다. 혁명에 나선 이들 중에는 당연히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아직 여성이 읽고, 말하고, 싸우는 데 제약이 많았던 시대였지만, 그런 와중에도 엠마 골드만처럼 역사에 이름을 아로새긴 여성들도 많았습니다. 『레드 엠마』는 엠마 골드만의 자서전이지만, 이 멋지고 무시무시한 ‘언니’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엠마 골드만이 본 당대 여성들의 초상을 북드라망&북튜브 독자님들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루이즈 미셸(Louise Michel, 1830~1905)
프랑스의 아나키스트로 파리코뮌 무장투쟁에 참여했으며, 파리코뮌이 진압된 이후 추방되었다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으나 폭동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 이후 영국으로 망명하여 아나키즘 활동을 이어감. 엠마 골드만과는 1995년 런던의 아나키스트 컨퍼런스에서 만남.
“내가 파리 코뮌의 그 영광스러운 시작과 끔찍한 끝에 대해 읽은 이후 루이즈 미셸은 그녀의 인류애와 열정, 용기로 단연 숭고하게 빛났다. 그녀는 앙상하게 말랐고, 실제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모습이었다(그녀는 고작 62세였다). 그러나 그녀의 눈엔 젊음과 생기가 있었고 미소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이 여성은 파리 폭도들의 만행에서 살아남은 사람이었다. […] 법정에서 그녀는 동지들에게 내려진 것과 같은 형벌을 요구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관대한 법의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을 경멸했다. 그녀는 대의를 위해 죽고자 했다. 이 영웅적인 인물에 대한 경외심인지 두려움인지, 파리의 부르주아들은 감히 그녀를 죽이지 못했다. 차라리 그녀가 뉴칼레도니아에서 천천히 죽으며 파멸하는 모습을 보는 편을 선호했다. 그들은 고통 받는 동지들에 대한 그녀의 헌신과 능력, 그녀의 강인함을 빼놓고 생각한 것이었다. 뉴칼레도니아에서 루이즈는 망명자들의 희망이자 영감이 되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아플 때 간호했고, 우울의 나락에 빠진 이들의 영혼을 위로했다. 파리 코뮌에 대한 사면으로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루이즈는 자신이 대중의 환호를 받는 영웅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사랑하는 어머니, 루이즈’라고 불렀다.”(『레드 엠마』 1권 280~281쪽)
카테리네 브레시콥스키(Catherine Breshkovsky, 1844~1934)
러시아의 혁명가로 사회주의 혁명당의 창립자 중 한 명이다. 별명은 할머니라는 뜻의 ‘바부시카’로 ‘혁명의 할머니’라고도 불린다. 러시아에서 최초로 수감된 여성 정치범으로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베리아 유형과 감옥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1904년 브레시콥스키가 미국을 방문한 동안 엠마 골드만이 비서 역할을 하면서 둘 사이의 관계가 가까워졌으나, 이후 볼셰비키 혁명에 대한 입장 차이로 사이가 소원해 지기에 이른다.
“모임이 끝나고 바부슈카는 종종 나와 함께 우리 집에서 밤을 지새우곤 했다. 단번에 5층 계단을 올라가는 그녀의 에너지와 활력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한번은 그녀에게 이렇게 물어 본 적이 있다. “친애하는 바부슈카, 그렇게 오랜 세월 감옥에 갇히고 또 유배를 당했으면서 어쩜 그렇게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거죠?” 그녀는 질문으로 대답했다. “그러는 당신은요? 영혼을 파괴하는 이 물질주의가 팽배한 미국에 살면서 어떻게 당신의 영혼과 젊음을 잃지 않고 사는 거죠?” 그녀는 긴 유배 생활 동안 결코 정체되는 법 없이 계속되는 정치의 흐름 속에서 활기를 찾았다. “나에게는 영감을 주고 또 나를 유지하게 해주는 것들이 적지 않아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이상주의가 곧 범죄가 되고, 혁명가가 내쳐지며, 돈만이 유일한 신이 되는 이곳 미국에서 당신을 지켜 주는 건 뭐죠?” 나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바부슈카를 비롯해 나보다 앞서 활동한 혁명가들의 삶의 궤적과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이상이 우리로 하여금 인내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는 것 말고는 말이다. 바부슈카와 함께한 시간들은 활동가로서의 내 삶에서 가장 풍부하고 귀중한 경험으로 남았다.”(『레드 엠마』 1권 595~596쪽)
베라 피그네르(Vera Figner, 1852~1942)
러시아의 혁명가. 혁명조직인 나로드나야 볼야(인민의 의지)의 핵심 멤버로 알렉산드리 2세의 암살을 주도함. 이후 22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엠마 골드만과 마찬가지로 자서전을 통해 해외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엠마 골드만이 소련에 체류하는 동안 만났다.
“거의 80이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시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아름다움이 많이 남아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사람이었다. 실리셀부르크 요새의 감옥에서 22년을 보낸 그녀의 정신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라는 드라마가 그녀 앞에 펼쳐진 이후 수년간의 투쟁도 놀라웠다. 예의 바르고 재치 있고 무한한 인간애를 지닌 베라 니콜라예브나는 영웅적인 혁명 시대와 나로드나야 볼야 시대의 동지들, 그들의 놀라운 인내와 대담함에 대한 회상으로 우리를 열광하게 만들었다. 자기 한 몸은 생각지도 않고 전적으로 대중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는 그들이야말로 아나키즘의 진정한 선구자라고 베라는 생각했다. 그녀는 거의 모든 동지들을 알고 찬사를 보냈는데, 특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혁명 시대의 ‘대제사장’이었던 소피아 페롭스카야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녀의 순수한 비전과 웅장함이 드러났다. 베라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머니 러시아 땅에서 과거에 있었던 일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이 깨어나곤 했다.”(『레드 엠마』 2권 611~612쪽)
베키 에델슨(Becky Edelson, 1892-1973)
미국의 아나키스트 활동가. 10대 시절 고아원에서 나온 후 엠마 골드만의 집에서 함께 지냈다. 1914년 체포된 후 단식투쟁을 했는데, 미국에서 최초로 단식투쟁을 한 여성 정치범으로 기록되어 있다.
“뉴욕에서의 활동으로 인해 베키 에델슨과 페레르 학교의 몇몇 학생이 체포되었다. 사샤는 베키가 스스로 변호를 하면서 재판에서 아주 멋진 모습을 보였다고 썼다. 유죄 판결을 받자 그녀는 항의의 표시로 48시간 단식투쟁을 선언했는데, 이런 행동을 한 정치범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었다. 나는 항상 베키가 용감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사적인 부분에서의 책임감과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었고 그것이 나를 못 견디게 하는 점이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그런 강인한 모습을 보여 줬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생각지도 못한 자질을 발견하는 대단한 순간들이 그렇듯이.”(『레드 엠마』 2권 57~58쪽)
헬렌 켈러(Helen Keller, 1880~1968)
헬렌 켈러는 3중의 장애를 극복한 인간 승리의 표본처럼 여겨지지만, 미국 노동조합 운동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인 ‘세계산업노동자연맹’(IWW)에 가입하여 노동조합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회주의자였다. 노동운동 외에도 여성 참정권, 인종차별 금지, 사형제 폐지 운동 등 여러 사회운동에서 큰 역할을 한 활동가였다.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나는 헬렌 켈러에게 지지를 부탁하는 편지를 보냈었다. 오랫동안 답장을 받지 못한 채로 역시 그녀의 삶은 세상의 비극에 관심을 갖기에는 너무 힘든 것이구나 하는 혼자만의 결론을 내리고 있었는데 몇 주 후 그녀로부터 메시지를 받아보고 그녀를 의심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자기중심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고, 모든 인간을 포용하는 사랑과, 인류의 절망과 비극에 대한 깊은 연민을 헬렌 켈러는 스스로 증명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선생님이자 동료인 사람과 함께 시골에 머물고 있던 중 우리의 체포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그녀는 편지에서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고 썼다. “저 역시 무언가를 하고 싶었는데, 당신의 편지를 받아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혁명에 제 가슴이 뛰고 있다는 겁니다. 치열한 행동과 혁명과 담대한 가능성이 가득한 지금, 한가롭게 앉아만 있는 기분이 어떨지 상상할 수 있으실는지요? 저는 봉사하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일을 돕고, 행복을 주고 싶은 갈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렇게 강렬히 원하기 때문에 뭔가를 이뤄 낼 것 같지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운명은 나에게 하릴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삶을 선고했는데 어째서 저는 이 고귀한 투쟁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되었을까요? 알 수 없겠죠. 지금의 광란을 지켜보면 그저 초조할 뿐이에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여러분은 언제나 저의 사랑과 지원을 믿고 의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차라리 보지 않겠다고 눈을 감아 버린 사람들은 말하죠, 현명한 사람들은 이럴 때일수록 말을 아끼는 법이라고. 그러나 당신은 말을 아끼고 있지 않네요. IWW 동지들도 마찬가지고요. 당신과 그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동지여, 당신은 말을 아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의 권세 모두가 반대하더라도 당신의 일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용기와 불굴의 의지가 절실히 필요했던 적이 있을까요….”(『레드 엠마』 2권, 230~231쪽)
『레드 엠마』에는 그밖에도 많은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볼테린 드 클레어(Voltairine de Cleyre)
미국의 아나키스트 활동가.
루시 파슨스(Lucy Parsons)
미국의 아나키스트 활동가.
파냐 바론(Fanya Baron)
러시아의 아나키스트 활동가.
엘레오노라 두세(Eleonora Duse)
이탈리아 출신의 배우.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
프랑스의 배우.
베라 자술리치(Vera Zasulich)
러시아의 사회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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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페롭스카야(Sophia Perovskaya)
러시아의 혁명가.
헤샤 헬프만(Hesya Helfman)
러시아의 혁명가.
얼라인 반스돌(Aline Barnsdall)
미국 석유 기업의 상속자. 사회활동가.
앨리스 스톤 블랙웰(Alice Stone Blackwell)
미국의 페미니스트. 언론인.
마거릿 생어(Margaret Sanger)
미국의 페미니스트. 산아제한 운동가.
몰리 스타이머(Mollie Steimer)
우크라이나 출신의 아나키스트 활동가.
마리야 스피리도노바(Maria Spiridonova)
러시아의 혁명가.
알렉산드라 콜론타이(Alexandra Kollontay)
러시아의 혁명가.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외교관.
안젤리카 발라바노프(Angelica Balabanoff)
러시아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사회민주주의자.
아이다 크래독(Ida Craddock)
미국의 작가. 신비주의자. 사상가.
엘리자베스 걸리 플린(Elizabeth Gurley Flynn)
미국의 노동운동가. 페미니스트.
갈리나 쿠즈멘코(Gallina Kuzmenko)
우크라이나의 아나키스트 혁명가.
알라 나지모바(Alla Nazimova)
러시아 출신의 배우.
엠마 골드만과 함께 세계를 불태웠던 『레드 엠마』 속 여성들의 이야기는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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