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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35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자기만의 방에서 한 걸음 《마녀 배달부 키키》 ① 공간편 자기만의 방에서 한 걸음 시계 없는 마을과 시계 있는 마을 《마녀 배달부 키키》에는 두 개의 포스터가 있다. 하나는 아래로 바닷가 마을이 펼쳐져 있는 하늘 위를 키키가 부웅 난다. 다른 하나는 어두운 빵집 안에서 키키가 턱을 괴고 유리창 바깥의 풍경을 바라본다. 둘이 한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정반대의 분위기다. 이처럼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키키는 가벼운 생기와 무거운 고독을 함께 껴안은 인물이다. 그래서 《마녀 배달부 키키》는 확 뚫린 창공과 꽉 닫힌 방이라고 하는 전혀 다른 두 개의 포스터가 필요할 정도로 소녀의 복잡한 수련기가 된다. 미야자키는 이 강도 높은 차이를 고향 마을과 바닷가 도시로, 도시와 숲으로 나누어서 심도 있게 다룬다. 우선 바닷가에 붙은 항구 .. 2023. 12. 7.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제각각의 모습으로 크다 제각각의 모습으로 크다 미스테리의 신, 토토로 이 영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다섯 살짜리 메이가 그들한테 붙여준 이름입니다. 진짜 이름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들은 아주 옛날, 이 나라에 거의 사람이 없었을 때부터 이곳 숲속에 살아왔습니다. 수명도 수천 년 이상이라고 합니다. 큰 토토로는 2미터 이상이 되기도 합니다. 푹신푹신한 털에 덮인 큰 수리부엉이인지 너구리인지 곰인지, 이 생물은 요괴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람을 위협하지는 않고 마음 가는 대로 느긋하게 살아왔습니다. 숲속의 동굴이나 고목의 빈 구멍에 살며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째서인지 이 영화의 주인공 사츠키와 메이의 어린 자매들한테는 들키고 말았습니다. 소란스러움이 싫어 인간들과 함께한 적은 한번도 없던 토토로들이었지만, 사츠.. 2023. 11. 30.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그대들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그대들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그들은 인생 자체의 아들이며 딸이다. 그들은 당신을 통해서 오지만 당신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그들은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에게 속한 것은 아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사랑을 줘도 되지만 당신의 생각을 주어선 안 된다. 그들의 마음은 당신이 방문할 수 없는, 꿈속에서도 방문할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칼릴 지브란) 미야자키 하야오를 찾아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개봉하고 많은 이들이 작품을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해석했다. 여기에는 한국 개봉일 직전에 일본 지브리에서 진행된 스즈키 도시오의 인터뷰(링크)도 한몫을 했다. 스즈키 도시오가 주인공을 이끄는 왜가리-남자는 자신이며, 순수하게 탑을 계속 쌓아나가.. 2023. 11. 23.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어떻게 엄마를 구할 것인가? 어떻게 엄마를 구할 것인가? 네 머리의 피를 보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줄거리를 붙잡기가 난해하다고 하지만 중심 사건은 세 가지이다. 윗세계에서 마히토가 자신의 머리를 돌로 찧은 것, 두 번째는 아랫세계에 내려가 키리코와 함께 와라와라를 구한 것, 마지막은 그 밑의 산실에서 나츠코를 깨운 것이다. 이 세 가지 사건은 그 자체로는 개연성이 없다. 하지만 마히토의 모험 전체가 무엇을 위한 여행인지를 염두에 두면 이 사건들은 필연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마히토가 하굣길에 돌로 머리를 찧은 것은 이사를 온 그 다음날이다. 오프닝의 화재 씬이 지나고 얼마되지 않아 터지는 소년의 피여서 보는 관객은 누구라도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소년의 머리에서 피가 꿀렁꿀렁 철철 흘러내리는 모습은 《원령.. 2023.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