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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35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증오를 이기는 흔들림 《원령공주》 ③ 캐릭터 증오를 이기는 흔들림 숲에는 얼굴이 있다 《모노노케 히메》의 캐릭터 창조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고매한 신에서부터 비루한 인간까지 각자의 감정이 풍부하게 묘사된 점에 있다. 이전까지 미야자키는 해적인 할머니라든가 정원사 거신병, 저주에 걸린 돼지 인간 등 비인간적 캐릭터의 다양한 실험을 해 왔다. 그리고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숲에 사는 다양한 신들, 정령들이 품고 있는 다양한 감정의 깊이를 표현하는 데 도전을 한다. 특히 미야자키가 주목하는 감정은 증오다. 미야자키는 증오의 다양한 수준을 보여준다. 차례로 살펴보자. 맨 먼저 엄청나게 화가 많이 난 멧돼지 신 나고가 등장한다.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물속 장어처럼 힘차게 약동하는 분노의 촉수들은 사방으로 먹잇감을 찾듯 뻗어 나간.. 2024. 2. 1.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신은 죽었다 《원령공주》② 사건 신은 죽었다 《모노노케 히메》는 신의 죽음을 다룬다. 정확히 말하면 신의 자연사가 아니라 신의 살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전에도 숲이 죽어가고 있음을 경고하며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와 《라퓨타》를 만들었다. 그리고 최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아래세계의 주재자가 실제로 죽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이 모티프를 다시 한번 사용한다. 신의 살해란 무궁무진한 신화의 바다에는 드물지 않는 일이다. 인류 최초의 서사시라고들 하는 『길가메쉬 서사시』에서 영원한 생을 꿈꾸는 길가메쉬는 자신의 위업을 새기기 위해 삼나무 숲의 거인 훔바바(Humbaba)를 베기 위한 전쟁을 한다. 그는 도끼를 들고 치고 또 치면서 훔바바를 쓰러뜨렸다. 물론 이 덕분에 훔바바에게만 깃들었던 일곱 광채와 .. 2024. 1. 25.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자연과 문명의 저편 《모노노케 히메》① 배경 자연과 문명의 저편 《모노노케 히메》의 포스터를 보자. 희고 거대한 들개가 무서운 눈으로 우리를 노려본다. 그 옆에 입술에 피를 묻힌 눈이 큰 소녀 역시 증오에 찬 눈으로 우리를 직시한다. 이들의 분노와 적의가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들개-어미와 그의 인간-딸이 함께 싸우는 듯이 보이는 포스터와는 달리 1997년 작품《모노노케 히메》의 진짜 주인공은 아시타카라고 하는 소년이다. 신을 죽이기로 한 인간이 어떤 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 그 어리석음을 딛고 나아가기 위해 어떤 고난을 뚫고 나가야 하는지, 미야자키 하야오는 원한의 사슬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한 소년의 모험담을 그렸다. 포스터에는 살벌한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 모녀가 그려져 있지만, 사실 이들이야말로 아시타카가 .. 2024. 1. 18.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선글라스와 양복의 저주 《붉은 돼지》 ③캐릭터 선글라스와 양복의 저주 얼굴은 돼지인데 몸은 양복을 입은 신사! 붉은 돼지는 미야자키의 괴상한 캐릭터 중에서도 으뜸이다. 마법 때문에 변신하는 계열로 따지자면 키키(마음의 변신)가 앞서고, 이후로는 인간이 되고 싶은 물고기 포뇨(몸의 변신)가 있다. 붉은 돼지는 위아래가 상이한 종(種)으로 종합되어 있는 캐릭터로는 최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왜가리 남자와 가장 가깝다. 왜가리 남자는 하체는 새인데, 위로는 왜가리와 인간의 탈을 번갈아 쓴다. 변신체, 반인반수, 이러한 독특한 조합을 통해 미야자키가 풀어보려한 문제는 무엇인가? 인간은 왜 돼지가 되며, 돼지는 어떻게 인간이 되는가? 돼지코와 검은 구멍 붉은 돼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얼굴에 있다. 돼지이니까 코가 결정적.. 2024.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