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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본초서당

본초서당에서 준비한 여름 보양식 그 첫번째!! 붕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6. 20.

차가운 비위에 활력을! - 붕어
   

날씨가 30도를 오르내린다. 여름의 정점을 향해 달리는 날씨만큼이나 우리 몸도 숨 가쁘기는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더위를 피해 볼 요량으로 시원하고 차가운 것들을 더 많이 찾게 되고, 차가운 냉음료들의 과용은 자연스레 소화기계를 힘들게 한다. 차가운 음료들은 당장은 시원함을 주지만 소화기관을 과할 정도로 차게 만든다. 차가워진 소화기관은 음식물의 소화, 흡수에 장애를 일으켜 배탈과 설사로 나타나는 것이다. 밖의 열기와 차가운 음식들에 몸이 지쳐갈 때쯤 되면 몸을 추스르기 위해 사람들은 여러 가지 보양식을 찾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섯 번에 걸쳐서 지친 몸에 균형을 잡아 건강한 여름을 나게 하는 여름 보양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여름 보양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개고기나 삼계탕이다. 지금도 시골에서는 더위가 한창일 때면 ‘천렵’이라는 동네잔치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개울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끓여 먹기도 하고, 개고기나 닭고기를 삶아 먹기도 한다. 더위를 이겨내는 오래된 마을 풍습이리라! 그런데 우리가 늘 먹는 고기도 오행상의 성질이 다 다르다. 산과 들에서 채취하는 채소들이 각자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듯이 고기도 각각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앞에서 우리는 당귀며 천궁이며 구기자가 오행에 따라 자기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에게 쓸 때도 그 사람의 체질에 알맞게 선택해야 그 약성이 잘 발휘된다는 것을 보았다. 이 오행은 고기에도 있다. 목, 화, 토, 금, 수의 오행이 개, 양, 소, 닭, 돼지의 성질로 나타나는 것이다. 바로 이들이 앞으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다섯 가지 동물이다. (물론 동물의 성질을 오행과 짝짓는 데는 조금씩 다른 의견이 있기도 하다. 여기서는 『황제내경』의 분류에 기준을 두고 이야기를 진행하고자 함을 밝혀둔다.)


첫번째 주인공은 붕어다. 물고기는 비록 앞서 소개한 동물에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보양식에서 빠질 수 없는 친숙한 존재이다. 물고기 중 특히 붕어는 보양식의 대표주자라 할 만하다. 그래서 동물에 앞서 물고기의 대표주자 붕어로 보양식 그 첫머리를 시작할까 한다.



왜 붕어인가?


『동의보감』에는 「탕액편」에 물고기부(部)를 따로 두어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싣고 있다. 당시 즉어(鯽魚)라고 불렸던 붕어에 대한 내용을 볼 것 같으면,


성질은 따뜻하고 (평(平) 하다고도 한다) 맛이 달며 독은 없다. 위기(胃氣)를 고르게 하고 오장을 보한다. 또한 중초를 고르게 하고 기를 내리며 이질을 낫게 한다. 순채(蓴菜)와 같이 국을 끓여서 먹으면 위가 약해서 소화가 잘 되지 않던 것이 낫게 된다. 회를 쳐서 먹으면 오래된 적백이질(하얀 고름이나 혈액이 대변에 섞여나오는 이질)이 낫는다.


─ 『동의보감』, 여강출판사 제5권 p2643


모든 물고기는 다 화(火)에 속하지만 붕어만은 토(土)에 속하기 때문에 양명경으로 들어가서 위기를 고르게 하고 장위를 든든하게 한다.


─ 『동의보감』, 여강출판사 제5권 p2643


위의 인용문을 찬찬히 살펴보자. 먼저 붕어는 맛이 달고 성질은 따뜻하다고 나와 있다. 맛이 달다는 것은 비위와 통해 있다는 말이다. 한의학에서는 단 맛을 가진 음식들은 비위로 들어가 비위를 보(補)해준다고 한다. 그러므로 붕어의 단맛은 비위를 보해주는데, 성질이 따뜻하므로 차가운 비위를 따뜻하게 해주면서 보(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기다 그 성질이 평(平)하다면 누구나 오래 먹어도 해가 되지 않는다.


이러하니 붕어야 말로 여름철 다량의 찬 음식에 지치고 차가워진 비위를 바로 잡는데 이상적인 보양식이라 할 만 하지 않겠는가! 특히 순부탕(蓴掣湯)이라는 요리는 옛 선비들이 즐겨 먹었던 여름 보양식이라 알려져 있는데, 순채라는 수생식물의 연한 잎을 붕어와 함께 국을 끓여서 먹었다 한다. 이 음식은 위를 튼튼히 하고 소화불량도 낫게 하는데 노인들에게 특히 좋다는 기록이 『당본초(唐本草)』에도 나와 있다.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가만히 살펴보면 엄청나게 부지런히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쉼 없이 움직이는 것은 화(火)를 동하게 하므로 대개 물고기는 오행 중 화(火)에 속한다. 그러나 유독 붕어만은 토(土)에 속하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붕어는 잡식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진흙을 먹고 산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붕어는 물고기 임에도 화(火)가 아닌 토(土)에 배속시킨다. 한의학에서는 토(土)를 장기로는 비위로 본다. 즉 붕어는 토에 속하므로 위장의 길인 양명경(우리 몸에 있는 12경맥에 속하는 족양명 위경과 수양명 대장경을 이르는 것이다.)으로 들어가게 되고 위장을 고르게 하고 든든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붕어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입이다. 유난이 큰 입으로 뻐끔뻐끔 거리는 붕어는 그 식성 또한 좋을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붕어의 속담 중에 “붕어 밥알 받아먹듯 한다.”라는 것이 있다. 돈이나 물건을 받거나 생기는 족족 다 써버려서 도무지 재산이 모이지 않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한의학에서는 비장이 입으로 통하는지라 붕어의 큰 입은 잘 먹고 잘 소화시키는 물고기임을 나타내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니 붕어를 먹음으로써 우리의 비위 기운이 좋아지는 것이리라.
 


체력회복에 붕어!


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한번쯤 붕어를 먹었거나 붕어가 산후에 좋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아이를 낳은 후 허해진 기혈을 보충하고 부은 몸을 회복시켜 주는 것으로 붕어탕 만한 것이 없다. 이것은 붕어가 가지고 있는 이수제습(利水除濕)작용이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붕어의 이수제습 작용은 비장과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 비장(脾腸)은 습(濕)을 주관하는 장기이다. 비위의 기능이 떨어져 수습(水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정체되면 그것이 부종이다. 특히 출산의 과정을 겪은 산모는 기혈이 모두 약해져 있으므로 비위의 기능도 떨어져 있는 상태다. 출산 후 붕어를 먹으면 비위의 기능을 상승시켜 주어 정체된 수습(水濕)를 제거해준다. 또한 노인들은 수습의 정체가 주로 하지에 많이 나타나고 소변도 원활하게 보지 못하는데, 이런 증상도 기혈이 부족하여 나타나는 것이므로 붕어탕이 권해진다. 이때 붕어에다 통초(두릅나무과에 속하며 통탈목이라고 한다. 그 가지를 말려 쓰는 것으로 위로는 젖을 잘 나오게 하고 아래로는 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를 넣어 끓이다가 통초는 제거한 후 먹으면 그 효과가 더 좋다한다. 이름하여 즉어통초탕! 통초의 기혈 순환작용과 이수작용이 추가되어 그 효과가 상승한다. 그러므로 기운이 쇠약하고 잘 붓는 사람이라면 여름 보양식으로 붕어탕이 제격이다.


고양이 앞의 생선!! 여름에는 붕어탕!!


우리 집 앞마당(?)에는 정말 멋진 강이 흐른다. 낮에는 꼬맹이와 아빠의 물놀이터가 되고, 어두워지면 낚시꾼들의 낚시터가 되는 곳이다. 어둑해져 시원한 강바람을 쐬러 나가보면 여기저기 낚싯대를 드리운 꾼들을 만나게 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얼마나 열심인지(?) 지나가면서 “좀 잡았어요?”하고 슬쩍 바구니를 본다. 별로 큰 놈은 보이지 않지만 꾼들의 태도는 엄청 진지하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낚싯대를 드리워 보는 것도 훌륭한 피서일거다. 잘 해서 붕어라도 한 마리 낚으면 여름은 더 쉽게 지나가게 될 테고! 올 해는 유난히 덥다 하니, 이 무더위! 온 가족이 함께 붕어탕 한 그릇으로 무사히 넘겨보기를 추천한다.



강미정(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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