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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본초서당

두통과 생리통, 통(通)하지 못해 생긴 병에는 천궁!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6. 6.

막힌 기혈을 뚫어주는 천궁(川芎)



한약방 냄새의 정체


한약방에 가거나 집에서 한약을 달이게 되면 한약특유의 향에 아득한 기분이 든다. 동시에 쓴 맛을 떠올리며 진저리칠 수도 있고, 향내만으로도 위안을 받기도 한다. 한약의 강한 향의 정체는 뭘까? 한약방 냄새와 가장 가까운 향을 내는 한약이 오늘의 주인공인 천궁이다. 


천궁은 중국 사천성(四川省, 쓰촨성)에서 나는 궁궁이(芎窮)를 일컫는 말로 사천성의 천(川)을 본떠 사천에서 나는 궁궁이라 하여 천궁(川芎)이라 부른다. 사천하면 사천요리로 유명하다. 맵고 자극적인 사천짜장이나 사천샤브샤브를 먹으며 더운 여름을 잊을 정도다. 사천성은 중국대륙의 서남쪽에 위치하여 금(金)과 화(火)의 기운이 강하다. 그래서 이곳에는 맵고 쓴 약이 유명한데, 특히 천궁의 효능이 특별하다. 9월 초 사천성 성도(成都)에서 열리는 약재시장에는 사천성에서 생산된 궁궁이가 산더미처럼 쌓이게 되는데, 그 향기가 천리에 퍼진다하니 천궁의 향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이 간다.


천궁(궁궁이)은 미나리과(=산형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인데 미나리과 식물들은 식물조직안에 기름길이 있고 그 안에 정유성분이 있어 이 성분이 다양한 약리작용과 더불어 독특한 향기를 낸다. 당귀, 방풍, 시호, 사상자 등도 미나리과로써 천궁과 더불어 한약방의 향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천궁은 뿌리줄기를 말린 것인데 뿌리에서부터 향을 강하게 끌어올려 우산살처럼 생긴 방사상의 여러 개의 꽃다발 형태의 꽃으로 발산하고 산포한다.
 


두통에는 천궁!


어떤 학자가 역대의서 속에서 천궁을 두통치료에 사용한 처방을 수집했는데 무려 150가지가 넘었다고 한다. 동의보감의 두(頭)편을 들춰보기만 해도 온갖 두통처방에 천궁이 빠지지 않는다. 이렇듯 “두통에는 반드시 천궁을 사용해라”는 말은 금언이 되어왔다. 천궁이 두통의 명약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천궁은 기가 온(溫)한데 온이란 음(陰)중의 양으로 풍목(風木)의 본기(本氣)와 유사하기에 천궁은 간경(肝經)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향기가 뚫고 들어가는 힘이 있고 뿌리라서 상승하는 성질이기에 머리꼭대기까지 올라가 풍한을 흩을 수 있다.


─ 도표본초문답,264쪽


천궁은 혈(血)약이면서도 기(氣)약이다. 천궁은 온(溫)하여 간경으로 들어가 목(木)기운으로 흩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맛이 매워서 흩어지는 성질이 강하고, 단단하고 기름기가 많지 않아 내달리고 힘있게 뻗어나간다. 죽어가는 소나무 뿌리에 천궁 달인 물을 주면 나무가 다시 살아난다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기운을 전체적으로 산포시키는 힘이 탁월한 약재인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관궁(천궁의 다른 이름)은 얼굴 옆면으로 흐르는 소양경 두통, 즉 편두통이 심한 것을 치료하고 약기운이 위로는 머리와 눈에 가고 아래로는 혈해(자궁)까지 가서 두면풍(頭面風)을 치료하는데 없어서는 안된다고 소개하며 정수리와 머릿속이 아픈 데는 모름지기 천궁을 써야한다고 한다.



천궁은 힘있게 뻗어 산포하는 강한 거풍력이 머리끝까지 올라가 기를 순환시켜 풍을 제거하고 울체를 풀어줌으로써 풍한성(風寒性) 두통이나 풍습(風濕)으로 인한 편두통, 그리고 머리 위쪽의 혈체성(血滯性) 두통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두통이 오면 대개는 그 순간을 모면하려 단순한 진정제를 취하며 점점 그 양이 늘이고 그러다가 다른 성분의 진통제로 갈아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제 두통이 오면 게보린이나 타이레놀으로 가라앉히는 게 아니라 천궁으로 치료해보자.


생리통, 잘 가~


천궁은 혈병(血病)의 약재라 여성과 관련이 많다. 중국 한의학계에서 산부인과의 창시자라 불리는 진자명(陳自明, 1190~1270년)은 “여성은 혈을 근본으로 삼고 있어서 혈을 신중히 보양해야 한다. 기와 혈을 잘 조리해주는 것이 여성의 질병치료의 원칙이다”고 했다. 천궁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무월경과 불임, 생리불순을 치료하고 생리통을 없애준다. 또 임산부의 경우에는 생체기능을 자극해 자궁의 수축력을 유지시켜주고 골반을 확장시켜 출산의 고통을 완화해줄 뿐 아니라 어혈을 제거하여 산후복통을 없애주고 젖의 분비를 원활하게 한다. 이렇듯 천궁이 여성의 혈병에 주요한 해결사가 되는 이치는 무엇일까? 


천궁은 맵고 따뜻한 기운으로 간경으로 들어가 활혈(活血)하며 행혈(行血)시키므로 울체와 어혈이 풀어지고 기와 혈이 순조롭게 소통하도록 한다. 혈은 기(氣)와 함께 간다. 기가 잘 돌지 못하면 담(痰)이 생기고, 혈이 조화롭지 못하면 울(鬱)이 생기며 혈중에 기(氣)가 원활치 못하면 적(積)이 생긴다. 혈이 조화로우면 간의 기운이 잘 퍼져서 울도 풀린다. 기가 원활하면 적도 풀린다. 혈의 속도가 느려질 때 어혈을 비롯한 울체가 생긴다. 


대부분의 통증은 기혈순환이 안되는 것에서 온다. 따라서 어혈과 울체가 풀리면 통증도 함께 없어지게 된다. 울체되고 뭉친 어혈이 기혈의 소통을 막아 생긴 통증을 천궁의 뚫고 뻗는 기운으로 혈해(자궁)부분의 생리통 즉, 어혈성 통증에서부터 머리끝 두통까지도 말끔히 날리게 되는 것이다. 통(通)하니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픈 이치를 천궁은 보여준다.



함께할 때 더욱 빛나는 천궁


본초구진(本草求眞)에는 “천궁을 단복하거나 오래 복용하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북송 때 의학자 심괄이 쓴 몽계필담(夢溪筆談)에는 “조정의 한 관리 장자통 조사의 부인이 뇌풍병(풍한사가 뇌에 침범해 목덜미와 등이 시리고 어지럽고 편두통이 심해 잇몸과 뺨까지 아픈 증상)에 걸렸다. 그래서 궁궁(천궁)을 오랫동안 복용하였는데 어느 날 아침 문득 죽고 말았다. 목격자들의 말에 의하면 천궁 한가지만을 장기복용 하였기에 진기(眞氣)가 모두 빠져나가 죽었다고 한다. 천궁을 오랫동안 복용하지 말고 좌사약(主藥을 돕는 약)으로 사용했더라면 뇌풍은 이미 치유되었을 지도 모를 일인데 어찌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아쉽기 그지없다!”고 기록되어 있다.


물론 동의보감에도 골증열(기침이 나고 미열이 나며 식은땀이 나고 뼛속이 달아오르며 때로 피가 섞인 가래를 뱉거나 객혈하며 정(精)이 새면서 몸이 점차 여위는 병증)이 있거나 땀이 많은 사람은 천궁을 오래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으며 음기가 부족한 체질도 조심해야한다. 하지만 천궁 하나만을 그것도 오래 복용할 사람이 거의 희박하다. 그런 점에서 현실적인 우려라기보다는 천궁이 장기간 과량을 쓰게 될 경우에는 원기가 손상될 만큼 강한 약이라는 알림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천궁은 맵고 따뜻해  혈을 활발하게 해주고 기운차게 돌려준다. 그래서 혈의 흐름이 좋아짐에 따라 혈이 지체되거나 뭉쳐있는 것을 풀어주게 됨으로써 혈어(血瘀)성 통증을 낫게 해준다. 그러나  천궁에는 즙액이 없기 때문에 화(火)를 도와서 혈을 돌릴 수는 있지만 혈을 만들 수는 없다. 혈을 잘 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혈의 부피가 어느 정도 유지되도록 혈을 만들어줘야 한다. 천궁은 당귀하고만 결합하여도 ‘궁귀탕’이 되어 임산부의 생체기능을 좋게 하며 출산시 통증을 완화시키고 혈액순환을 돕고 혈허를 보충하는데 효과를 보인다.


함께하면 좋은 본초 천궁!


사물탕에서는 혈병의 치료제로서의 완벽한 조합을 이룬다. 숙지황으로 혈의 물질적 재료인 진액을 공급해주고, 당귀로 혈을 만든 다음, 백작약으로 피가 열로 굳지 않도록 서늘하게 식혀주며 천궁으로 어혈이나 울체된 것은 풀고 새로 만들어진 피를 잘 순환하시는 시스템은 거의 환상이다. 이처럼 천궁은 혼자보다는 당귀나 다른 기혈약과 함께 할 때 더욱 더 존재감이 빛나는 약재이다.


여성의 혈병의 명약인 사물탕에 들어가는 4가지 약재를 살펴보았다. 하나하나의 약재가 모두 자기의 역할을 하면서도 서로가 소통하면서 조화롭게 작용함으로써 혈이 부족한 여성의 건강을 지켜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혈이 늘 새롭게 만들어지고 파기되고 또 만들어지는 것처럼, 우리의 몸도 늘 새롭게 달라진다. 곳곳에서 막히고 머뭇거리고 있다면 천궁의 산포하고 발산하는 기운으로 삶의 울체와 어혈을 기꺼이 풀어내보자. 천궁이 가르쳐준 대로 크게 통해보자.


송미경(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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