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피로, 온천? 용천!
피로를 씻어주마
예로부터 선조들은 피로를 회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온천을 즐겼다. 지금은 거리에 사우나니 스파니 목욕문화가 흔한 일이 되어 버렸지만, 개울에서 멱감고 우물에서 등목해야 했던 시절에 온천은, 최고급 휴양문화였던 듯하다. 세조, 현종, 숙종, 정조등 여러 임금이 온궁을 짓고 휴양이나 병의 치료차 온천지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온천의 효능과 즐긴 계층을 우회적으로 알려준다.
그들은 온천을 회복하기 위한 휴양(休養)으로 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보양(保養)으로 병을 치료하기 위한 요양(療養) 등의 목적으로 이용해왔다. 이것을 온천의 삼양(三養)이라고 부른다. 온천은 지하수의 온도가 섭씨 25도 이상의 따뜻한 물로 성분이 인체에 해롭지 않은 것을 말한다. 동의보감 탕액(湯液)편 수부(水部)에도 온천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여러 가지 풍증으로 힘줄과 뼈마디가 오그라드는 것과 피부의 감각이 없어지고 손발을 잘 쓰지 못하는 경우에 쓴다.....옴이나 문둥병 양매창(楊梅瘡)을 앓을 때는 음식을 배불리 먹은 다음 들어가서 오랫동안 목욕을 해야 하는데 땀이 푹 나면 그만둔다. 이렇게 10일 정도 하면 모든 창병이 낫는다.
─ 『동의보감』 탕액편, ‘온천’ 법인 문화사. p1831
온천이 근육과 뼈의 경련, 피부 감각이 둔한 것, 피부질환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온천을 하고 나면 체력 소진이 많으므로 잘 먹으라고 일러주기도 한다. 누에고치 속 같이 따스하고 포근하여 ‘어머니 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 따뜻한 욕탕에 들어가 있으면 몸이 따뜻해지면서 혈액이 빠르게 순환이 된다. 혈액이 빠르게 순환이 되면 몸에 흐르는 기(氣)도 같이 흐르면서 인체(오장육부)의 기능이 좋아지고 전신의 기혈순환이 원활해지는데 이로 인해 소화, 흡수, 해독, 배출 등 전신의 기능 회복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몸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땀을 흘리게 되면 몸속의 노폐물이 같이 빠져 나오게 되고 탁한 혈액이 정화가 되어 피부의 가려운 증상도 완화된다. 또한 기와 혈의 순환이 잘됨으로서 환부에 염증이나 어혈(혈액이 뭉친 것)과 적(근육이 뭉친 것)이 풀리면서 통증이 완화 되고 상처가 빨리 치료되므로 신경통이나 부인병 등 질환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 마다 지기를 받아들이는 용천혈
그 안에 온몸을 담그는 것만으로 마음이 충족되고 힘이 솟아나게 하는, 효능 좋은 온천과도 같은 곳. 오늘의 혈자리는 용천이다. 우리 몸엔 12경맥을 따라 360여개의 혈자리가 있다. 그 중 용천은 땅의 지기를 처음 받아 들여 몸 전체에 기능하는 손꼽히는 주요자리이다. 혈자리에 대해 문외한이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자리, 용천이 어떻게 전신에 작용력을 가지는지 관계를 따라가 보자.
생명력의 동원(動源)
동의보감의 첫머리 신형장부도는 손진인의 말을 빌어 “만물이 생존하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은 가장 고귀한 존재로 여기는데, 머리는 둥글어 하늘을 본받고 발은 모가 나 땅을 본받았으며.....”라는 말로 인간을 표현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사람의 존재형상을 물, 바람, 돌, 별 등 우주전체와 대응시킨다. 동양의 사상에서 천지인은 삼재(三才)를 의미하며 서로 교류하는 관계로 이해한다. 이것이 그대로 몸에도 적용되는데 그것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정기신(精氣神)이다. 이 중 우리의 육체를 구성하는 것이 정인데, 이것을 생산하는 곳이 바로 신이다. 천지인이 어울려 교류하듯 정도 신과 기(氣)의 운동성으로 하나가 되어 몸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 신(腎)은 우리 몸의 생명을 부여하는 첫 단초가 되는 것이다.
신장은 두 개가 있는데.....그 왼쪽의 것은 신이고, 오른쪽의 것은 명문이다. 명문이란 정과 신이 머물러 있는 곳이고 원기가 연결되어 있는 곳이다. 남자는 여기에 정을 저장하고 여자는 여기에 포(胞)가 매달려 있다. 그러므로 신은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동의보감』 내경편, ‘腎臟’ 법인 문화사. p417
인간과 포유류는 항온동물이다. 주변의 기온과 상관없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여 몸의 활동력을 확보한다. 그래서 정을 생산하는 신은 차가운 음의 좌신(左腎)과 따뜻한 양의 화기(火氣)를 가지고 있는 우신(右腎)인 명문으로 두 개의 장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생명을 탄생시키는 남자의 정과 여자의 포(胞)라는 하나의 기능으로 맥을 같이하므로 결국 하나의 신이다. 신음(腎陰)은 인체의 음액(陰液)의 근본으로 각각 장부의 자양(滋養)작용을 하고 신양(腎陽)은 인체의 양기(陽氣)의 근본으로 온후생화작용(溫煦生化作用)을 하여 서로 의존하고 견제하면서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
차가운 수의 기운을 가진 좌신과 따듯한 화의 기운을 가진 우신(명문)으로 신(腎)은 구성된다.
이렇게 생성된 몸이 그 형상을 유지하고 항상성을 가지게 되는 것은 신(腎) 자체의 타고난 정인 선천지정(先天之精)과 후천지정(後天之精)인 수곡지정(水穀之精), 즉 먹어서 얻는 힘에 의해서이다. 수곡은 정을 마련하는 물질적인 기초가 되고 후천지정은 선천지정을 끊임없이 서로 도와가며 기능의 정상을 유지한다. 이것을 신장정(腎臟精)이라 한다. 신은 만들어 저장한 정으로 몸의 생장(生長), 발육, 생식을 담당하며 오장과 연락한다.
신의 기운은 족소음신경을 따라 흐른다. 족소음경은 신장의 물 기운과 소음군화의 불기운이 복합된 경락이다. 차가운 공포와 뜨거운 정열이 복합되어 있고, 방광경과 함께 짝하여 생식기능을 주관하고 있다. 방광경이 태양한수이고 보면, 생명을 이루는 기본에너지는 역시 수와 화이다. 땅에서 받은 음기를 군화로 데우고, 뜨거운 태양을 찬물로 식혀 생명의 근본인 항상성을 지키는 힘의 발휘이다.
이것은 몸의 기본축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수기의 신은 화기의 심(心)과 수화의 상하축으로 인체의 기본을 이룬다. 신정(腎精)과 심신(心神)의 조화로 생명의 축이 구성되는 것이다. 족소음경은 발바닥에 있는 용천혈에서 쇄골부위에 있는 수부혈까지 27개의 혈이 있다. 이제 음(陰)이 시작되는 첫 번째자리 용천이 궁금해진다.
생명의 문을 열다
용천(湧泉)은 족소음신경의 기시혈이다. 용천의 용(湧)은 ‘물이 솟다, 솟구치다’는 뜻이고 천(泉)은 샘이나 지하수를 가리킨다. 용천은 발의 중심부이다. 신은 수에 속하니 혈(穴)이 마치 샘물(泉)이 처음 나오는 것 같아서 냇물이 솟아나(湧)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되므로 용천이라 한다. 그래서 용천혈(湧泉穴)은 ‘기력이 샘처럼 솟아나는 혈’이 된다. 용천혈의 자리는, 손가락으로 발바닥을 꾹 누르면 발바닥의 앞쪽에 깊은 주름이 생기는데 그 주름의 중심, 가장 주름진 깊은 곳에 위치한다.
용천혈은 신장의 수기운과 소음의 화기운 그리고 오수혈 배열에서 음경락의 정혈이므로 목기운을 함께 갖고 있다. 따라서 용천혈을 보해주면 수화목 기운을 동시에 넣어주는 효과가 있다. 토와 금의 기운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에 지압하면 수화목의 기운이 더해져 오행의 균형을 이루게 되는 곳이다.
직립하는 인간은 둥그런 머리 정수리의 백회를 통해 천기를 받고, 네모난 발바닥의 용천혈로 땅의 지기를 받는다. 용천은 땅을 딛고 사는 인간이 땅의 문을 여는 곳이다. 생명의 기본이 되는 음기가 가장 먼저 통과하는 곳. 신은 생명의 기본이 되는 정을 생산하여 몸의 오장과 모두 관계한다. 정은 심으로 가서 혈(血)이 된다. 혈이 된 정은 간(肝)에 보관하고 비(脾)를 통해 온몸에 운반한다. 그래서 신이 허하면 전신적으로 체력이 쇠약해지게 된다.
용천은 족소음경의 목혈로 뻗어가는 목의 기운으로 온몸의 기혈을 순환시켜 주므로 전신에 에너지를 공급하게 된다. 발바닥을 지압힐 때 가장 먼저 용천을 누르는 이유일 것이다. 정신을 편안하게 안정시키고 쇼크, 일사병, 불면, 중풍, 고혈압, 히스테리, 발작, 간질, 정신병, 소아경기, 두통, 하지마비 등에 효능이 있으며, 특히 부인과 질환 및 허리, 하복부 및 다리에 걸친 냉증과 통증을 치료하는 큰 효과가 있는 경혈로서 스테미너를 돋구는대도 효과가 큰 경혈이다.
천기를 받아들이는 백회는 바로 요기!
용천혈은 특히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의 경우 침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는 혈이라 한다. 구급혈로도 쓰이는데 이 때는 백회(百會)와 함께 사용하면 효과가 좋다. 평소에도 백회ㆍ용천혈 누르면 머리가 맑아진다고 한다. 발바닥은 옛부터 신령한 기가 흘러드는 곳이기 때문에 침이나 뜸을 숙달된 사람이 아니고는 하지 않는 곳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발바닥엔 모세혈관이 많고 지저분하여 침이나 뜸을 뜰 경우 감염의 위험이 있어서이다. 그래서 용천혈은 주로 지압이나 족탕을 하는데 옛 선비들은 용천에 감씨를 붙이고 걸어다녔다 한다.
봄에 새싹을 움틔우기 위해서는 종자를 깊숙이 저장하는 겨울의 세월도 필요하다. 빛나는 공적 뒤에는 음덕의 내조가 있기 마련이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부지런히 일하나 겉으로 공덕을 드러내지 않는 덕인 고귀한 덕이 음덕이고 음의 기운이다.또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서도 내면의 깊이가 심연처럼 깊어야 한다. 이 정열과 냉정이 적절히 배합된 매혹적인 경락 족소음신경. 우리 몸의 씨앗인 용천혈을 보(補)하여 모든 씨앗이 담긴 삶의 싹을 틔워 보는 것은 어떨지. 고갈된 정(精)을 보해주어 지친 몸과 좌절감에 상처 받은 마음의 피로를 씻는 온천이 되어주지 않을까? 발바닥을 딛고 설 때 생명의 문이 열린다.
최정옥(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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