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파의 대변신, 그것이 알고 싶다!

맵고 뜨겁게 소통한다, 다재다능한 파의 변신


 

송미경(감이당 대중지성)

 


흔하디흔한 파가 약이라고?


나는 어려서 지저분한 병들, 예를 들어 다래끼, 볼거리(유행성 이하선염), 생손앓이 등을 심심찮게 앓았다. 요즘은 쉽게 볼 수 없지만 당시는 흔한 병이었다. 얼굴에 생기는 다래끼나 볼거리는 숨길 수 없어 창피했고, 손가락에 생기는 생손앓이(주로 손톱 밑에 생기는 화농성 염증)는 통증이 심했다. 그때 엄마는 파를 찧어 손가락에 붙여주었다. 시간이 지나면 손가락의 열과 파의 향이 합쳐져서 이상한 냄새, 쉰 양파깡 냄새를 풍기곤 했는데 그 지독한 냄새를 견디었던 건 통증이 줄어들고 고름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지금이라면 병원에 가서 소염제와 진통제를 처방받겠지만 그 시절에 파만으로도 이 곤란한 상황을 벗어났다.


생손앓이는 가시나 바늘에 찔려서 생긴 작은 상처에 화농균이 들어가면 생긴다. 처음엔 화끈거리면서 아프다가 점점 몸살로 옮겨가기도 한다. 이럴 때 총백을 썰어 붙이면 효과가 좋다!


또 바람맞고 놀다가 감기몸살에 걸리면 엄마는 대파뿌리를 끓여 주셨다. 그러면 열이 내려가며 몸살기도 금방 나아졌던 것 같다. 엄마는 아플 때마다 흔히 구할 수 있는 파를 이용했다. 파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한의학에서는 파를 총백이라고 부른다. 파 총(蔥)에 흰 백(白). 파의 뿌리와 아랫줄기의 흰색부위가 바로 이 총백(蔥白)이다. 지금도 늘 냉장고 한 편에 있는 파가 어떻게 약이 될 수 있었을까?
 

맵고 뜨겁고 강한 기운 때문이야!

파의 효능을 알아보기 위해『동의보감』을 찾아보니 총색인에 19번이나 총백이 언급되어 있다.「탕액편」에서 종합적으로 정리해 놓은 것을 보면 다음과 같다.


성질이 서늘하고 맛은 매우며 독은 없다. 상한(傷寒,찬 기운에 의한 심한 독감)으로 오한과 신열이 나는 것과 중풍으로 얼굴과 눈이 붓는 것을 치료하고 후비(목구멍 속에 종기가 나거나, 목 안이 벌겋게 붓고 아프며 막힌 감이 있는 병)를 치료하며 태아를 편안하게 하고 눈을 밝게 하며 간에 있는 사기를 없애주고 오장을 잘 통하게 하며 온갖 약독을 없애주고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분돈(장의 경련 때문에 발작적으로 아랫배가 쥐어뜯는 듯이 아프다가 심하면 위로 치미는 병)과 각기( 팔, 다리에 신경염이 생겨 통증이 심하고 붓는 부종이 나타나는 질환)를 치료한다.


-『동의보감』,「탕액편」


중국의학자들도 이와 비슷한 효능을 언급한다. 장원소는 “총백이  발산을 주로 하여 양기를 상하로 통하게 하므로 상한으로 머리가 깨질듯이 아픈 데 연수총백탕을 주로 사용한다.” 하였고, 장중경 역시 총백이 들어간 뜨거운 성질의 백통탕(총백, 부자, 건강)을 창제해서 心과 腎의 기혈이 손상되어 오한과 설사가 있고, 팔다리가 차며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소음병 환자들을 치료했다고 한다. 맹선은『심효방』에서 “파와 파의 뿌리를 끓인 물을 세수 대야 속에 붓고 깔고 앉아 있으면 치질로 인한 통증이 사라진다. 또 관절염을 치료해 주고 코피를 멎게 해주며 대변과 소변을 잘 나오게 해준다.”고 썼다.


이런 다양한 병을 낫게 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우선 파의 모양에서 그 근거를 찾아보자. 산형화서 형태의 꽃에서 파의 성질을 짐작할 수 있다. 파는 백합과에 속하는 마늘, 부추, 양파, 달래, 산마늘과 마찬가지로  꽃대가 뿌리에서 올라와 산형화서(많은 꽃이 하나의 꽃대 끝에서 우산대처럼 방사형으로 자라는 꽃모양을 말한다)로 핀다. 산형화서는 한줄기에서 수십 개의 꽃을 동시에 폭발시켜야 하기 때문에 꽃을 터트리는 화(火)의 기운이 강력하다. 따라서 파는 화기운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뿌리를 가지게 되고 맛은 맵고 기운은 뜨겁게 된다. 파의 매운맛은 발산하여 기운을 몰아내고 땀을 내게 하는 성질이 있기에 양기를 돋워 찬기운인 한사(寒邪)를 몰아내게 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매운 맛은 금(金)기운에 속한다고 본다. 금기에 상응하는 장기는 폐(肺)이기에 금기운의 매운 파는 폐의 명약이 된다.


요렇게 줄기 하나에 꽃이 수십개 피는 것이 산형화서다. 주변에서 이런 식물들을 보면 그 식물이 火기운이 세다고 생각해도 무관하다.


또 다른 하나는 파가 속이 비어 있으면서 위로 곧게 자라는 모양이다. 땅속 기운을 끌고 올라와 뜨겁고도 강력하게 소통시키고 위로 상승하면서 표피 밖으로 발산시키는 기운을 만든다. 파는 매운맛보다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이 양기가 인체상부인 목, 코, 머리끝까지 올라가 이곳에 있는 뜨거운 열을 몰아내므로 초기감기로 머리가 깨질듯이 아플 때 두통을 없애주고 오한과 신열을 흩트려드리고, 코 막히고 목이 붓고 막히는 것을 뚫을 수 있다. 그리고 차가운 팔다리의 관절질환 등 다양한 음한(陰寒)성 질환들에 좋은 약재로 쓰인다.


한의학에서는 흰색을 금(金)기운으로 보고, 금기운은 몸의 표피에 작용한다고 본다. 따라서 총백(파)의 흰줄기도 몸의 표피인 피부에 작용한다. 게다가 폐는 전신의 기혈운행을 관리, 조절하는데 폐의 기운은 위쪽과 바깥쪽으로 확산운동을 하기에 피부에 생겨난 상처의 염증과 열과 통증은 파의 뜨겁고 강한 기운을 따라서 밖으로 빠지게 된다. 이로써 피부표면에 생기는 치질이나 생손앓이 등 염증과 열로 인한 통증이 낫게 된다. 폐는 몸의 물길을 조절하기에 대소변을 통하게 하는데 파는 폐기를 도와 소통이 잘되게 하니 대소변이 잘 나오게 된다. 오행의 원리상 금극목(金克木)이라 하여 파의 금(金)기운이 목에 해당하는 간이나 눈에 생긴 사기(邪氣)를 없애는 역할을 해서 눈이 밝아지고 간의 사기가 없어서 오장이 편안해진다. 이처럼 파는 매운맛과 뜨겁고 강한 기운으로 훌륭한 치료제가 된 것이다.
  

다양한 병을 치료케 하는 파가 한약방에나 가야 구할 수 있는 비싸고도 귀한 약재가 아니라 매일 음식에 넣는 흔한 양념이라는 사실이 파의 친근한 미덕이다.

파로 순환하게 되거나, 오버하게 되거나

국물이 있는 한국인의 식탁에 파는 필수불가결한 양념이다. 파를 넣으면 색감이 풍부해지고 신선한 맛과 향이 생긴다. 깔끔함과 시원함에서 맛이 월등해진다. 이런 특징을 상품화해서 ‘영혼을 달래는 시원한 국물 맛’을 내걸고 무파마라는 라면이 나왔을 정도다. 파의 맛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음식이 소고기 무국이다. 또 떡국은 어떤가? 파 없는 설렁탕은 생각만 해도 느끼하다.


본초서당을 편집할 때면 늘 식욕이 돋는다.ㅡ,.ㅡ;; 어찌해야 할까^^


양념이 아닌 주재료로 쓰는 일도 많다. 비오는 날, 소주안주로 골뱅이에 파채를 듬뿍 버무려 먹거나 삼겹살을 구워 파채와 함께 먹는다. 매우면서도 개운한 파맛이 이 음식의 매력이다. 게다가 식재료간의 궁합도 좋다. 골뱅이 무침이나 삼겹살의 경우 차가운 골뱅이와 돼지고기의 성질과 이를 상쇄해주는 파잎의 뜨거운 성질이 잘 어울리는 요리이다. 파의 매운 발산의 기운으로 기분도 좋아진다. 그러나 갈수록 맵고 자극적인 맛을 좇는 사회적 분위기는 지나치게 매운맛의 음식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파닭이라는 파채에 버무린 닭튀김의 경우, 파의 상큼한 개운함으로 인해 닭의 느끼한 맛을 덜 느끼고 더 많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닭의 열과 파의 양기가 합쳐져 불기운이 일어나 기분을 들뜨게 할 것이다. 파잎을 많이 넣을 경우에는 버섯같이 습기 있는 음지에서 자라거나 차가운 기운의 재료와 어울릴 때 맛과 기운의 균형과 조화를 이룬 일상의 멋진 음식이 된다.
 

파는 마늘 ,부추, 달래, 무릇과 함께 불가에서는 오신채라 하여 금하고 있다. 몸의 기운을 안정시키지 않고 들뜨게 해서 수행에 적합지 않고 몸의 기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동의보감』에도 총백을 쓸 때 발산하는 성질로 인해 몸의 순환을 촉진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너무 많이 먹으면 기운을 손상시켜 좋지 않으며, 꿀과 더불어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 사용하는 것에도 주의를 준다. 단맛으로 몸의 허한 기운을 보해주는 꿀을 기운을 밖으로 빼버리는 파와 같이 먹는 것은 약효가 상충되어 파의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 파를 금한 것은 땀을 발산하게 하는 파로 인해 지나치게 땀을 흘려 기운이 허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다. 또한 반드시 다른 양념과 섞어서 먹되,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뼈마디를 벌어지게 하고 땀이 나게 하여 사람을 허해지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파를 과다하게 먹으면 금극목(金克木)의 원리에 의해 목(木)에 해당하는 근육과 힘줄이 약해져 뼈를 잘 지탱해지 못하게 되는 까닭이다. 파를 적정하게 먹는다면 파가 갖고 있는 위아래의 기운을 소통시키고 밖으로 발산시키는 힘으로 인해 몸의 순환이 활발해진다. 그러나 필요치 않은데도 많이 먹으면 정신이 흐려진다. 발산하는 기운만 강해지고 정신이 모아지지 않으니 멍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진짜 대파 한 마리 몰고 가세요~~^^


파는 음식의 주재료라기보다는 부재료로 불린다. 그래서 양념 정도로 치부된다. 그렇지만 파를 넣느냐 안 넣느냐에 따라 맛과 기운은 완전히 달라진다. 파를 먹는 것이 매일 반복된다면 몸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흔하고 적은 양을 쓰지만 파의 존재감을 금방 알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약으로서의 효과도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파는 평소에는 음식으로써, 아플 때는 약이 되어서 우리의 몸이 잘 순환될 수 있도록 뜨거운 기운을 돌려주는 풀무이다. 파의 맵고 뜨거운 기운으로 막히고 쌓여서 통하지 않는 자신의 몸을 뚫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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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신금이 2013.01.12 10:43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오늘 아침에도 떡국에 파를 넣어 먹었지요. 계란 한 알 풀고 김부스러기와 파잎을 썰어넣으면 색깔도 곱고 계란 비린내도 잡아주니까 파는 없으면 서운한 재료지요. 점심때 시식용 유기농 라면이 도착하면 파를 넣을 때와 넣지 않을 때를 비교해서 후기를 써야겠어요~~

    • 북드라망 2013.01.14 12:31 신고 수정/삭제

      맞아요! 저도 국이나 찌개에 다른 건 몰라도 꼭 파는 넣게 되더라구요. ^^
      유기농 라면 실험(?)은 잘 끝나셨으려나요~
      나중에 후기 들려주세요. ㅎㅎㅎㅎ

  • 고로롱 2015.02.26 16:55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저희 고양이가 1년 내내 콧물을 훌쩍여서요, TV를 보다가 총백탕이라고, 파의 흰부분을 삶아서 그 물의 수증기를 쐬어주면 좋다고... 폐하면 금. 금하면 매운맛이니까요. 사람에게는 몰라도 고양이 쇼크할까봐, 총백탕 수증기를 쐬주진 못 했어요. 개, 고양이 금기 식품 중에 파가 들어있어 해보지 못 했어요. 이 글을 보니, 혹시... 하고 해보고 싶어지네요.

    • 북드라망 2015.02.26 20:00 신고 수정/삭제

      고로롱님!ㅜㅠ 지난 질문들에 고급진 답들을 준비해왔는데.. 질문 몇개를 지우셨네요 흑흑..
      자제하셔요. 개/고양이는 사람과 다르고 당연히 그 처방도 다르겠지요. 고양이를 위한 처방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파는 안된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