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3월 셋째주, 금주의 사고 싶은 책

3월 셋주, 금주의 사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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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의 마지막 강의』, 페르디낭 드 소쉬르, 김성도 옮김. 민음사 


책소개

페르디낭 드 소쉬르가 제네바 대학교에서 행한 세 차례의 ‘일반언어학 강의’ 가운데 마지막 혼을 불사르며 열강했던 ‘제3차 일반언어학 강의’의 육성을 받아쓴 노트이다. 필기의 주인공은 발군의 필사 실력을 구비하고 가장 성실하게 강의를 수강했던 제자 에밀 콩스탕탱이다. 고려대 김성도 교수가 소쉬르의 숨결 하나하나를 살려 충실히 번역했다. 


특히 이 책에는 기존의 『일반언어학 강의』 통속본과 일본어·영어 번역본에서 누락된 100여 쪽에 달하는 ‘지리역사언어학’을 최초로 번역해 실었다. 또한 부록으로 소쉬르가 사용한 주요 용어에 대한 한국어 번역본들의 용어 표와 프랑스어·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번역어 대조표를 실었으며, 소쉬르의 언어 이론을 현대 인문 지식의 관점에서 해설한 300여 개의 주(註)를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런 책은 막상 구입하더라도 거의 읽지 않게될 공산이 크다. 내 책장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일반언어학강의』만 생각해 보더라도 명약관화다. 게다가, 이 책을 읽으려면 성격상 『일반언어학강의』부터 읽어보아야 하는데, 가야할 길이 정말로, 정말로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록에 올린 이유는 뭘까? 정말 이상하게도 이런 책이 나오면 읽든 읽지 않든 꼭 사두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도대체 어쩌다 이런 인간이 된 걸까?



『비행의 발견』, 마크 밴호네커, 나시윤 옮김, 최정규 감수, 북플래닛


책소개

첫사랑만큼이나 잊지 못할 비행의 설렘에 끌려 747기 조종사가 된 저자가 첨단 기술과 복잡한 현대 사회를 상징하는 인류의 가장 찬란한 공학적 발명품 속에서 비행의 숨은 세계를 이야기한다. 알랭 드 보통에게 하늘의 시인이라고 극찬을 받은 저자 마크 밴호네커는 고색창연하고 고요한 비행의 아름다움을 감미롭게 표현한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어린 시절의 꿈을 찾아 조종사의 길을 들어서기까지 한 개인의 여정과 747기 조종사만이 경험할 수 있는 비행의 내밀한 세계를 역사, 과학, 문화의 다양한 이야기 속에 녹여내며 이성적으로, 또 감성적으로 비행을 사유했다.

중학교 때, '플라이트시뮬레이터'라는 게임에 푹 빠졌던 적이 있다. 그 게임은 뭘 죽이거나, 잡거나, 하다 못해 가상의 돈이라도 벌거나, 그러니까 이른바 게임에 푹 빠지게 만드는 자극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는 게임이었다. 그저, 비행기를 타고, 비행을 하고, 비행시간을 쌓고 뭐 그런게 전부인 게임이었는데도 그 게임에 푹 빠졌던 걸 보면, 날아서 이동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간의 어떤, 그런 어떤 욕망을 자극한다. 여전히 스팀 상점에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는 최신판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를 봐도 그렇고……. 아, 이 책을 읽고 나면 그걸 다시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루쉰과 근대 한국』, 홍석표 지음,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책소개

이화학술총서. 근대 중국의 문호인 루쉰의 사상과 문학정신을 고찰하고, 그의 문학이 어떻게 한국에 수용되었는지 그 기원과 계보를 탐색한 연구서이다. 루쉰이 '광인일기'를 발표해 중국문단에 등장한 1918년부터 사회주의 중국이 성립되고 한국전쟁이 발발해 한.중의 교류가 사실상 단절되는 1950년까지를 시간적 범주로 삼아 이 시기의 루쉰 관련 연구 자료 및 성과를 면밀하게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오상순, 류수인, 양백화, 정래동, 김태준, 신언준, 이육사, 김광주, 이명선 등 당시 한국과 중국에서 활동하던 문인과 지식인들이 어떻게 루쉰과 그의 문학을 접하게 되었으며 그로부터 어떤 사상적 영향을 받았는지 자세하게 논한다. 아울러 그들이 번역한 루쉰의 작품과 신문.잡지에 기고한 다양한 루쉰 관련 글들을 고찰함으로써 근대 시기 루쉰 및 루쉰 문학을 매개로 이루어진 한.중 지식인들의 교류와 양국의 문학적 관련 양상을 심도 있게 탐구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에 꼭 읽어보아야할 고전 하나를 고른다면, 역시 루쉰이 아닌가 생각한다. 좌, 우, 위, 아래, 모두를 향해 검과 투창을 휘둘렀던, 그 뿐 아니라 그 세계 전체를 사랑했던 루쉰 말이다. 보기 드물게 나온 루쉰 연구서를 길잡이 삼아 루쉰에 이르는 길, 루쉰과 함께 가는 길을 걸어 보아도 좋을 듯.



『규정과 지배』, 마흐무드 맘다니, 최대희 옮김, 창비 


책소개

아프리카를 비롯한 19~20세기 식민지 지배구조 분석을 통해 현대의 종족적.인종적 갈등의 뿌리를 파헤치는 책이다. "아프리카의 역사를 세계사의 맥락에서 해석해내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론가"로 평가받는 인류학자 마흐무드 맘다니는 이 책에서 서로 다른 시공간의 사건들을 엮어내 식민지배의 실상을 보는 폭넓은 시야를 탁월하게 제시한다. 


멀게는 로마제국 시대부터 가깝게는 21세기 초 탄자니아까지, 아프리카를 뛰어넘어 인도, 남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 문제를 두루 살피며 각각의 식민지 운영방식이 원주민과 이주민의 차이를 규정하여 그 둘의 차별로 귀결되었음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맘다니는 정치·제도 면의 통치를 넘어 원주민의 사회.문화를 송두리째 통제하고자 했던 20세기 초 서구의 간접지배 이론이 결국에는 지금의 인종.종족 간 갈등을 낳았다고 통렬히 지적한다. 나아가 이를 전복적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정체성 이론을 상상하는 데에 기반이 될 다양한 가능성의 사례들을 이야기한다.

이미 '근대'라는 장치를 통과했으므로, 절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문제는 이 '근대'를 어떻게 재해석하느냐, 그리하여 어떻게 '근대'가 남겨놓은 상처, 혹은 쓰레기를 치울 수 있으냐다. 특히 우리처럼 '식민지'로서 '근대'를 맞이한 사회라면 더더욱 이 문제를 고민해 볼 수 밖에 없다. 토요일 광장에서 펄럭이는 성조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레트로 마니아』, 사이먼 레이놀즈, 최성민 옮김, 작업실유령 


책소개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자. 21세기 들어 당신은 정말 새로운 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예컨대, 60년대 사이키델리아, 70년대 포스트 펑크, 80년대 힙합, 90년대 레이브처럼 미래로 솟구치는 시대감각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이 책 『레트로 마니아』의 저자이자 음악 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는 없다고 말한다. “알고 보니 21세기 첫 10년은 미래로 넘어가는 문턱이 아니라 ‘재(re-)’시대였다. 끝없는 재탕과 재발매, 재가공, 재연의 시대이자 끝없는 재조명의 시대였다”는 것이다. 아이팟과 유튜브 등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손에 쥐고 우리가 하는 일이라곤 신나게 과거를 여행하는 것뿐이다.

『레트로 마니아』는 대중음악을 필터로 삼아 우리 문화 전반에 만연한 레트로 문화를 처음으로 철저히 파헤친 책이다. 그저 상업적인 복고 경향에 대한 한탄을 넘어 이러한 문화가 우리 시대의 독창성과 독자성에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자문한다. 서두부터 저자는 충격적인 팝의 종말을 예고한다. 결코 끝까지 듣지 않는 호화 박스 세트와 함께, 대학 시절에 듣던 앨범을 충실히 재연하는 회고 공연의 값비싼 입장권과 함께, 팝은 종언을 고한다. 

음…, 구구절절 옳은 말씀. 이제 '음악'은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재생산만이 남았다. 뭐 그다지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읽고나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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