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청년백수 자립에 관한 한 보고서』 - 조건 없이, 두려움도 없이

『청년백수 자립에 관한 한 보고서』 

- 조건 없이, 두려움도 없이


‘백수다’의 모토는 자립이다. 이름 그대로 ‘스스로 일어섬’이란 뜻이다. 그런데 정말로 사람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가? 누구나 알다시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어떤 사람이든 다른 이들과 촘촘한 관계를 맺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립의 의미는 그 누구와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아울러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신체가 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자립한 백수라 할 수 있다.

류시성, 송혜경 외 13인의 청년백수 지음, 『청년백수 자립에 관한 한 보고서』, 북드라망, 187쪽


곰곰이 생각해 본다. ‘훌륭한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전에 ‘훌륭한 인간이란 뭘까’ 하는 질문도 있지만, 거기까지 가면, ‘인간이 과연 훌륭해 질 수 있을까’ 하는 질문, 또 거기에 ‘인간은 무엇이며 훌륭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이 이어지고, 답을 하다보면 또 질문, 질문, 질문……, 이러다가는 훌륭해지기 전에 늙어서 죽어버릴테니, 대충 우리가 아는 그 뜻으로 ‘훌륭한 인간’의 의미를 뭉개고 넘어가자. 


여하간에 ‘훌륭한 인간’의 의미 안에는 ‘자립’이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의존적인 훌륭한 인간’은 어딘가 심하게 어색하니 말이다. 그리하여서 ‘훌륭한 인간’이 되려면 일단 ‘자립’이 먼저다. ‘스스로 일어선다’, 정말 멋진 말이다. 이보다 더 멋진 말은 ‘누구와도 함께 살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말이다. 요컨대 그것이 ‘자립’의 속뜻이리라. 


‘누구’ 속에서는 ‘누구누구’가 포함되어 있을까? 생각하기에 거기에 ‘인간’만 들어앉아 있다면, ‘누구와도 함께 살 수 있는 존재’라는 말의 멋짐이 확연하게 떨어진다. 정말 멋지려면 ‘누구’는 ‘모든 것’이어야 한다. 그러자면, 마음속에 경계들이 지워져야 하는데, 취향이나 선호, 쾌와 불쾌, 기쁨과 슬픔 따위의 감정들에 휘둘려서는 안 될 일이다. 도무지 도달 할 수 없을 것 같은, ‘꿈 같은’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꿈’이야 누구나 꿀 수 있는 것 아닌가? 요컨대 중요한 것은 ‘꿈’ 그러니까, 내 욕망이 향하는 곳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경계 없는 인간’이라는 꿈, 나의 욕망.


그래서 ‘훌륭한 인간’이 되려면 공부하는 길 외에는 다른 어떤 길도 없다. 여기서 공부는 조금 의미하는 범위가 넓은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밥을 먹는다. 입에 잘 맞는 맛있는 걸 먹고 싶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좋지만, 동시에 평소에 도무지 입에 맞지 않아 먹지 못했던 음식을 입에 넣고서 꼭꼭 씹어가며 느끼고, 느낀다. 그걸 반복한다. 그렇게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신체’가 되어간다. 세상에 이게 ‘공부’가 아니라면 무엇이 공부겠는가? 요약하자면 여기서 ‘공부’란,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을 확장시켜가는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이겨내거나, 감당하거나, 아니면 뭐 기꺼이 할 수 있거나, 좋아하는 것이 늘어간다면, 마음 속에 두려움도 함께 사라지겠지.


두려움의 본질은 감당할 수 없는 사태에 던져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아, 저렇게 되면 얼마나 무서울까’할 때, ‘저렇게 되는 일’에 대한 염려가 ‘두려움’인 셈이다. ‘경계’가 사라진다는 것은 이렇게나 저렇게나 어떻게 되더라도 괜찮다는 것이다. 아, 그러니까 ‘훌륭한 인간’은 바로 그 경계가 없는, 혹은 적은, 또는 줄어들고 있는 인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그리 된다면, 당연히 인생을 훨씬 더 쉽게, 스믈스믈하게 꾸려갈 수 있겠지. 어쩐지, 이쪽이 30평 아파트를 분양받아, 대출금을 다 갚는 일보다 더 해볼 만하게 느껴진다. ‘자립’에 그렇게까지 많은 돈이 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청년백수 자립에 관한 한 보고서 - 10점
류시성.송혜경.13인의 청년백수 지음/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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