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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간지 Day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시기! 한 숨 쉬어가는 미월(未月)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7. 9.

여름의 끝자락, 휴가의 계절 미월(未月)



어느새 7월 미월(未月)입니다. 이제 2013년 계사년(癸巳年)도 반이나 지나갔네요.^^ 이번 미월을 지지(地支)에서는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볼까요? 봄이 인(寅), 묘(卯), 진(辰) 세 지지로 구성된다면 여름은 사(巳), 오(午), 미(未)로 이루어집니다. 오행으로는 사, 오가 화(火)에 속하고, 미는 토(土)에 해당하지요. 미월은 여름을 갈무리하는 달로 여름의 화기는 사화를 시작으로 오화를 거쳐 미토에 이르러 완성됩니다. 그래서 미토는 토 가운데서도 메마르고 푸석푸석한 땅. 즉, 사막을 상징합니다. 미월의 절기로는 일 년 중 가장 뜨거운 시기로 이름도 ‘작은 더위’, ‘큰 더위’인 소서(小署)와 대서(大署)가 있습니다. 



여름을 마무리하는 미월이지만 더위는 한창입니다. 오히려 사․오월에 비해 더욱 기승을 부리죠. 그 이유는 천하를 장악하고 있는 여름의 화 기운이 점점 세력을 키우면서 도전해오는 가을의 금 기운을 제압하기 위해서랍니다. 우리가 삼계탕과 같은 보양식을 먹는 ‘복날’이 바로 화 기운과 금 기운의 빅 매치가 벌어지는 날입니다. 치열한 경기결과, 아직은 힘이 미약한 금 기운이 위풍당당한 화 기운에 굴복하고 말죠. 여기서 복날이 유래되었습니다. “여름의 불기운에 가을의 금 기운이 세 번 굴복한다”고 해서 ‘엎드릴 복(伏)'을 써서 삼복이라고 하죠.



의미로 풀어본 미토


(未)는 동물로 양을 뜻합니다. 양은 무리지어 사는 온순한 동물로 미토처럼 건조한 곳을 좋아합니다. 그런 환경적 영향 탓인지 양고기는 성질이 온열하기 때문에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갑자서당』에서는 미를 가지가 무성하게 자란 나무의 상형으로 봅니다. 이미 무성하게 자란 상태여서 더 이상은 자랄 일이 없는 나무. 거기서 ‘아니다’라는 뜻이 나왔다고 하네요. 『오행대의』에서는 미를 어두운 것으로 풀이하는데 만물이 쇠퇴하고 어두운 시기가 미월이기 때문입니다. (午月부터 양 속에 음이 싹튼다는 것은 「음기를 품은 양기, 무오월」을 참고하세요.) 미는 ‘아직 ~이다’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미는 미완성, 미숙이라는 말처럼 아직은 뭔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 2% 부족한 상태를 말하죠. (낭월, 『地支』) 


위의 두 가지 의미를 조합하면 ‘아직은 ~아니다’가 됩니다. 미월은 가을의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은 완숙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직 때가 아니므로 성급하게 굴어서는 안 되죠. 과일이 달콤하게 무르익기 위해서는 혹독한 더위를 견뎌야 하듯 우리도 가을에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무더위의 고통을 감내해야 할 시기입니다.



사주 명리로 본 미토


사주에 미를 가진 사람은 대인관계가 무난하고 언제나 화해모드를 조성하려고 한다. 미월이 격렬한 금화교역의 현장을 지키듯이 척박한 현실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게 그들의 특징이다. 무리 속에서 살아가기에 자신이 주체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보다 그저 무리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해심 많고 마음도 여린 편이다. 마음속에 있는 것을 잘 표현하지 않으며 감정표현도 서투르다. 우울해하거나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이며 은근히 고집이 있어서 한번 마음먹으면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 미토는 명예살에 해당한다.


─ 『갑자서당』, 180쪽


각 계절의 마디에는 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지에는 총 4개의 토가 있지요. (자세한 설명은 「변화무쌍한 용의 기운, 진토의 계절」을 참고하세요.) 미토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토입니다. 사화(뱀)의 독한 열기와 오화(말)의 치성하는 더위로 달궈진 뜨끈뜨끈한 토죠. 하지만 미토는 지지에서 가장 ‘토 다운 토’로 불립니다. 왜냐하면, 토의 중재하고 매개하는 기운을 미토가 잘 보여주기 때문이죠.


미토는 화와 금 사이에 위치하며 두 기운을 중재합니다. 앞서 살펴본 진토의 경우, 봄(목)에서 여름(화)으로 가는 상생(목생화)의 변화를 중재하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미토의 경우는 상극(화극금)을 중재하는데 이 과정이 절대 녹록치 않습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금화교역’이라고 하는데 ‘土 of 土’인 미토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죠. 그래서 사주에 미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삶에 고난이 있지만 그 고난을 견뎌낼 힘과 지혜도 함께 겸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실제 사주에서는 미토가 어떻게 해석되는지 『누드글쓰기』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이 사주의 주인공은 연지와 일지에 두 개의 미토가 있습니다. 일간이 계수니까. 계수에게 미토는 편관이 되지요. (참고로 일간과 음양이 같으면 ‘편’, 다르면 ‘정’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월지의 축토와 연간의 기토까지 합하면 사주팔자에 반절을 편관이 차지합니다. 이른바 ‘편관과다’형 사주죠. 편관을 가진 사람은 자기주관이 뚜렷하여 매사에 앞장서서 일을 추진합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명예와 품위를 지키기 위해 항상 노력하죠.


편관은 명예에 민감하다. 불법, 불의, 악덕이 자신을 타락하게 만드는 걸 못 참는다. 아 생각난다. 고등학교 때 역임한 유일한 벼슬이 ‘바른 생활 부장’이었고, 대학 시절 별명이 ‘선비’라니 이 무슨 기막힌 운명의 장난인가? ‘상투를 자르려거든 먼저 내 목을 자르라!’ 일갈하던 대쪽 같은 언덕 위의 저 일송정 푸른솔이여... 그러나 정의사회 구현, 도덕성 회복을 부르짖는 편관은 도그마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스스로 선을 추구하는 강력한 확신은 독선과 폭력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누드글쓰기 , 94쪽


지지에서는 진술축미(辰戌丑未)를 명예․고집살로 봅니다. 명예살은 일지에 있을 때 가장 강하고, 월지에 있을 때 그 다음으로 강하다고 보는데 주인공의 경우 월지(丑土)와 일지(未土)가 모두 명예․고집살로 구성되어 있죠. 명예․고집살은 그 이름답게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고, 고집이 세고, 지배당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런 탓에 편관과다, 명예․고집살이 있는 사주는 군인, 경찰 등 세계평화와 정의구현(?)에 이바지하고 신망받는 직업이 어울린다고 하네요. 하지만 과유불급! 과한 정의감, 영웅심, 투쟁심은 오히려 자신을 옥죄기도 합니다. 스스로나 타인에게 무리한 기준을 설정하고 요구하는 탓에 자기 내면에서나 대인관계에서 좌충우돌하게 되는 것이죠. 


다시 사주를 보면 지지에서 월지의 축토와 이웃해 있는 두 개의 미토가 서로 충(沖)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축미충) 주로 충은 나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주명리학에서 충은 장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죠. 대부분의 충은 ‘문제’로 드러나지만,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삶의 전환점이 되기도 합니다. 사주의 주인공 또한 ‘편관과다’의 사주팔자를 지도로 삼아 삶을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편관과다형 남자’의 삶이 궁금하신 분은 『누드글쓰기』에서 만나보세요)


물상으로 미토를 살펴보면 기미는 ‘용눈이 오름(제주도 동부지역에 있는 조그만 오름이다. 야트막하고 아기자기하지만 메마른 느낌이 드는 오름.)’, 신미는 ‘명석한 철학자’, 계미는 ‘운동장에 고인 물’, 을미는 ‘6년 된 인삼’, 정미는 ‘대장간의 숯불’을 뜻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六甲』을 참고하세요)



미월을 보내는 방법


스페인과 이탈리아 같은 지중해 연안 국가와 라틴 문화권에는 낮잠 자는 풍습인 시에스타(siesta)가 있습니다. 주로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에 자는 짧은 낮잠으로 몸의 원기를 충전하는 것이죠. 동양에서는 1시 30분에서 3시 30분을 미시라고 합니다. 이때는 우리 조상님들도 오수(午睡), 오침(午寢)을 즐기셨죠. 미시는 신체적으로도 나른한 시간입니다. 낮잠을 자서는 곤란한 상황(장소)인데도 나도 모르게 정신줄을 놓칠 때가 많죠. 이럴 때는 졸음이 참 원망스럽습니다. 하지만 졸음은 인체가 효율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휴식을 통해 재충전 하라는 몸의 메시지입니다. 


어딜가나 사람이 북적이는 휴가철! 집나가면 *고생이죠!


지지에서도 미토는 치성하던 양기가 음기로 전환되기 전 쉬어가는 땅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미월이 되면 많은 사람이 피서를 목적으로 휴가를 떠납니다. 잠시 일상을 떠나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죠. 그래야 다시 일상에 복귀해서 진행하던 일을 마무리하는 지구력과 뒷심을 기를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너무 번다하고 체력소모가 심한 휴가는 자제해야한다는 점이죠. 휴가에서 기운을 보충하기는커녕 오히려 진을 빼버리면 그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휴가가 될 테니까요. 그러니 독자 여러분도 이번 미월에 ‘진정한 휴가(休暇)’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곰진(감이당 대중지성)
 

넵...... 다음 달에 만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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