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무더위도 한철이다! 가을의 길목, 신월(申月)

가을의 시작, 신월


드디어! 가을의 길목, 신월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더울까 ㅠ.ㅠ


길고 지루했던 장마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네요. 오늘은(8월 8일) 울산과 대구의 한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부디 대구와 울산에 거주하시는 독자 여러분들이 무사(?)하시기를 바랍니다. 지금 지상은 태양이 내리쬐는 열기와 여름내 땅 속에 저장되었다가 방출되는 복사열로 화염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절기상으로는 입추(8월 7일)를 기점으로 가을의 초입, 신월(申月)로 들어섰습니다.


봄이 인(寅).묘(卯).진(辰), 여름이 사(巳).오(午).미(未)로 이뤄졌듯이 가을은 신(申).유(酉).술(戌)의 세 지지로 구성됩니다. 신금은 금 가운데서도 따듯한 양의 성질을 지닌 양금(陽金)이고, 유금은 차가운 음의 성질을 가진 음금(陰金)이죠. 술은 지난 달 미월의 글에서 설명했듯이 계절과 계절을 중재하는 토의 기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시기! 한 숨 쉬어가는 미월(未月)’을 참고하세요.) 그러니까 가을은 신·유금 두 개의 금의 기운이 지배하는 계절입니다. 


오행에서 금은 수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봄의 목기로 화생하고, 여름의 화기로 성장한 만물을 가을의 금기로 결실을 맺어서 수확하는 것이죠. 때문에 가을이 되면 만물은 금 기운의 영향으로 껍질이 단단해지고 열매가 맺히는 거랍니다. 가을을 풍요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반면 가을은 죽음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천지가 결실을 맺기 위해 수렴활동에 집중하는 동안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하게 버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도 자연의 이치에 따라 가을에 죄인을 처형했다고 하네요. 신월의 절기로는 ‘가을의 기운이 일어선다’는 입추(立秋)와 ‘여름이 지나가고 신선한 가을이 찾아오니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處署)가 있습니다.  



의미로 풀어본 신금


(申)은 원숭이를 뜻합니다. 원숭이는 인간과 유사하게 생긴데다 재주와 지혜를 가진 동물로 천신(天神)으로 그려집니다. 바로 하늘나라의 제천대성이었던 『서유기』의 손오공처럼 말이죠. 손오공의 기이한 재주와 도술은 세상에서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하지만 오만하고 버릇이 없는 탓에 스스로 화를 자초하기도 하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분주하게 쏘다니면서 사고를 치고, 자기 마음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치미는 화를 참지 못해서 위기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금의 기운답게 듬직하고, 신의가 있죠.


어르신들은 원숭이를 ‘잔나비’라고도 부릅니다. 원숭이띠를 잔나비띠라고도 하죠. 그래서 잘못하면 12띠 중에 '나비띠도 있나?'하고 오해하게 됩니다. 잔나비는 원숭이[猿猩]를 부르는 옛말입니다. 잔나비는 '잔+나비'라는 두 개의 단어가 결합된 말이죠. ‘잔’은 두 가지의 어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원숭이의 잿빛 털에서 ‘잿’이라는 말이 나왔고, 그것이 음운변화를 거쳐 잔이 되었다는 설입니다. 두 번째는 잽싸다는 뜻의 ‘재다’에서 ‘잰’이라는 말이 나왔고, 그것이 음운변화를 거쳐 잔이 되었다는 설입니다. 나비는 원숭이의 우리말인 ‘납’에서 나온 말이죠.     


『갑자서당』에서는 ‘신’(申)을 번개의 상형이라고 합니다. 신은 갑골문에서 제일 먼저 출현했는데 고대 사람에게는 번개가 마치 사람이 몸을 오므렸다 폈다하는 것처럼 보였나 봅니다. 거기서 ‘뻗치다’, ‘펴다’라는 뜻이 파생되었다고 하네요. 『오행대의』에서도 신을 ‘펼 신(伸)’과 같은 글자라고 풀이합니다. 『연해자평』에서 신은 ‘펴진 것을 묶어서 완성을 이루는 작용’이라고 했습니다. 봄·여름내 성장하고 팽창하던 것을 가을이 시작되는 신월에 묶고 정리하여 열매를 맺는 것이죠. 하지만 신월의 열매는 겉의 형체만 완성된 것이지, 아직은 속까지 완숙된 상태가 아니랍니다. 요즘 나무에 탐스런 과실이 주렁주렁 달렸지만, 아직은 설익은 것처럼 말이죠. 조금 더 수렴의 과정을 거친 뒤, 유월(酉月)을 지나야 농익은 결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주명리로 본 신금(申金)


사주에서 신은 바위산, 가공하지 않은 무쇳덩어리를 상징한다. 사주에 신이 있으면 원숭이처럼 재주가 많고 임기응변이 뛰어나고 처세가 좋다. 또한 활동적이고 창조보다는 모방에 능하고 결단력이 강한 성격을 지닌다. 언어능력도 발달해 대인관계에서도 빛을 발하고 조직생활에도 잘 적응하는 편이다. 하지만 감정기복이 심하고 독선적인 성향을 가지기도 한다. 사주명리에서 신은 역마살에 해당한다.


─ 『갑자서당』, 181쪽


『누드글쓰기』에서는 신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병화 일간의 남자 주인공은 월지에 신금이 있습니다. 사주명리에서는 지지의 네 칸 중 월지>일지>시지>연지 순서로 힘이 세다고 보니까, 주인공은 힘이 센 신금을 가지고 있네요. 신금은 위에서 살펴봤듯이 물상(物象)으로 보면 바위산이나 거대한 무쇳덩어리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신금이 월지에 있을 때는 양력 8월의 뜨거운 열기로 펄펄 끓는 용광로 속에 들어 있는 금을 형상합니다. 그래서 사주를 볼 때, 월지에 신금이 있을 경우에는 신금을 금으로 보지 않고 화로 해석한다고 하네요. 신금은 건강상으로는 대장, 폐, 뼈를 나타냅니다. 


주인공의 월지의 신금은 일지의 술토(戌土)와 년지(年地)의 유금(酉金)과 합을 해서 금이 됩니다.(신+유+술 = 금(金)) 게다가. 연간의 신금(辛金)까지 더하면 사주팔자 중 네 글자가 금이네요. 육친상으로 볼 때, 병화에게 금은 재성(財星)이니까, 재성이 비대한 '재성과다'의 사주입니다. 재성은 재물, 결과물, 일복, 마무리 하는 힘, 아버지, 남자에게는 여자를 의미하죠.


내 사주엔 금이 많다. 일단 개수로는 셋, 그러나 신유술이 같이 붙어 있어서 강력한 금의 기운을 이룬다. 거기다 천간에 신금이 있어서 금들이 아주 단단한 형국을 이루고 있다. 웬만해서는 잘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이 조합. 그래서인지 내 이십대의 대부분은 이 견고한 금 덩어리들과의 사투로 점철되어 있다. 사주에서 남자에게 재성은 아버지와 돈을 의미한다. 실제로 나는 이들과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모진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 『누드 글쓰기』, 166쪽


사주에 재성이 많은 사람은 사교성이 있어서 친구가 많습니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주변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정이 많아서 사람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맡은 일을 착실히 잘하는 덕분에 어디를 가도 일복이 많고 주위에서 믿고 일을 맡기죠. 하지만 가끔은 실속이 없고, 허세를 부리기도 합니다. 재성과다는 과도한 재성의 기운을 조절하지 못해서 자신과 주위의 관계를 어그러트리거나, 큰 재물상의 손해를 입는 경우가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주인공의 경우는 아버지와의 갈등에서부터, 여자들과의 관계, 과한 금이 기운 탓인지 허리디스크(뼈)로 공익판정을 받고, 모 사립 대학교 사무부에서 근무하면서 억대의 남의 돈을 굴리는(?) 등. 재성과다의 고군분투를 잘 보여주죠.


지지에서는 인(寅).신(申).사(巳).해(亥)를 역마살로 봅니다. 사주에 역마살이 있으면 활동적이기 때문에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분주하게 돌아다닌다고 해석하죠. 때문에 세간에서는 역마살이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빌어먹을 팔자라고 알려지기도 했죠. 하지만 팔자도 운용하기 나름입니다. 역마살의 성질을 이용해서 외교관, 무역업, 관광업 같은 활동성이 큰 직업을 선택할 수도 있으니까요.


역마살도 운용하기 나름이군요!


역마살은 일지에 있을 때 가장 강하고, 월지가 그 다음으로 강하며, 연지와 시지에 있는 역마가 가장 약하다고 봅니다. 역마살은 개수가 많을수록 강하게 작용합니다. 주인공의 경우에는 개수로는 신금 하나뿐이지만, 월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약하다고는 할 수 없죠. 게다가 사주의 천간에 병병(丙丙)이 붙어 있는 경우에도 힘이 센 역마로 보기 때문에 역마살이 강한 사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팔자는 못 속이는 탓인지, 주인공은 인도 여행을 가기 위해 하루에 알바를 두 탕이나 뛰고, 또 다시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동대문 시장에서 6개월간 뼈 빠지게 일을 했다고 하네요. 지금도 주인공은 넘치는(?) 재성으로 감이당에서 벌금과 회계, 온갖 궂은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재성과다 남자의 삶이 궁금하신 분은 『누드글쓰기』를 참고하세요.)  물상으로 신금을 살펴보면 갑신(甲申)은 '돌산의 산양', 병신(丙申)은 '난폭한 지배자', 무신(戊申)은 '궁리하는 철학자', 경신(庚申)은 '웅장한 석탑', 임신(壬申)은 '웅장한 폭포수'를 뜻합니다. 



신월을 보내는 방법


신월이 시작되는 입추는 농부들이 바쁜 농사일에서 한 숨을 돌리는 절기입니다. 여름내 농부들의 주된 일은 무성하게 자라면서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잡초를 뽑는 일입니다. 그런데 입추 이후에는 가을의 수렴기운으로 인해 잡초가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농부들도 일손을 덜죠. 이때 농부들은 다가올 추수를 준비하고 풍년을 기도하면서 비교적 한가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서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란 옛말이 있죠. 별 달리 하는 일도 없이 어정거리면서 칠월(申月)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酉月)을 보낸다는 말입니다.


시간상으로 신시(申時)는 오후 15:30-17:30분입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일터에서 하루일과를 마치고 퇴근을 앞두고 있는 시간이죠. 직장인들의 마음은 이미 직장을 떠나 있습니다. 저녁 약속을 잡고, 인터넷 서핑을 하는 등 어정거리고 건들거리다 보면 두 시간이 훅 하고 지나가버리죠. 이런 탓에 신월, 신시에는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아직은 긴장을 놓치지 않고 하던 일을 잘 갈무리해야 유월과 술월에 결실의 보람을 만끽할 수 있겠죠,



곰진(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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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얼음마녀 2013.08.12 14:58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신월이 시작되었다는데...날씨는 왜 이런 걸까요? 완전 찜통이네요.
    처서는 언제 오나~~~자꾸 마음이 내가 있는 곳에서 벗어나 훨훨 날아다니네요. ㅠㅠ

    • 북드라망 2013.08.12 22:04 신고 수정/삭제

      저도 입추 이후 더위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흑흑;;
      얼음마녀님, 조금만 더 견뎌내 보아요~

  • 애독자 2013.08.12 17:21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신월 포스팅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월지 신이라서...^^
    글쎄 저는 미묘하게 바람이 약간 시원해짐을 느낍니다.
    이제 일년의 절반이 남았군요, 남길건 남기고 버릴 건 버려야겠습니다..

    • 북드라망 2013.08.12 22:05 신고 수정/삭제

      오! 기다리신 만큼 알차게 느껴지셨길 바랍니다. ^^;;
      전 월지가 술토라, 술월이 기다려지네요. ㅋㅋ

  • 이솜 2013.08.12 18:51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아침마다 요런걸 편집중이셨군ㅎㅎ 재밌도다!ㅎㅎ
    요즘 날도 덥고 정신을 놓고있는데 신월을 잘 넘겨야 제대로된 결실을 맺을 수 있는고나-
    정신 꼭 붙들어매야겠당

    • 북드라망 2013.08.12 22:07 신고 수정/삭제

      곰진님의 편집과 저의 편집을 구분하실 수 있다면, 여러분은 북드라망 블로그의 애독자!!
      아...아니;; 꼭 구분 안 하셔도 애독자는 하실 수 있습니다. ^^;;;;;

  • 알프 2013.08.13 08:26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문단 마지막 줄의 입추(入秋)는 '立秋'로 표기 하셔야 함이...

  • 산천대축 2015.09.22 21:09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월지신금을 화로본다니... 생소하네요. 사신합, 사신형은 어떻게 풀이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