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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24절기 이야기

지금은 '활짝 필 때' - 청명

by 북드라망 2012. 4. 4.
청명淸明에는 청춘이어라!

송혜경(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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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의 춘이 사람을 홀렸다. 그 때부터 우리는 목 빼고 꽃을 기다려왔다. 봄은 곧 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꽃들은 만족스럽게 피어나지 않고 있다. 봄이 왔으나 온 것 같지 않으니 더 목마를 따름. 꽃망울만 쳐다보고 기다림에 지쳐갈 때쯤, 갈증을 해결해 줄 절기가 왔으니! 바로 청명淸明이다. 맑을 청, 밝을 명. 이름 그대로 청명은 1년 중 물이 가장 맑을 때이자 하늘도 맑고 날씨도 좋은 그야말로 봄다운 절기이다. 하! 그래서인가? 하늘하늘한 쉬폰 자락을 휘날리며 도시락 들고 피크닉 가고 싶은 봄 처녀의 마음이 요동친다. 게다가 온 천지가 화사한 꽃들로 만개해있으니 세상천지가 셀카의 배경이로다!

꽃 피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왜 청명에 이르러야 봄다움이 느껴지는 것일까? 24절기 중에서도 기절기 즉 춘분, 하지, 추분, 동지는 음과 양의 관계가 크게 변화하는 마디이다. 그런데 변화가 눈에 보이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따라서 기절기 직후의 절기가 그 계절의 절정이 된다. 그래서 꽃이 만개한 봄은 입춘, 우수, 경칩, 춘분을 지나 5번째 절기인 청명에 이르러 드러나고 곡우에 마무리되는 것이다. 그래서 입춘과 우수를 맹춘孟春이라 하고 경칩과 춘분을 중춘仲春이라 하며 청명과 곡우를 계춘季春이라 한다. 는 벼 아이로 ‘작다’라는 의미가 있다. 이는 ‘막내’를 뜻하며 늦봄임을 나타낸다. 그래서 ‘봄’하면 떠오르는 청명의 이미지는 젊은이와 뗄 수 없다. 그래서 푸른 봄, 청춘靑春인걸까?
 
우리가 유독 청명을 ‘봄다운 봄’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겨우내 죽은 듯이 보이던 나무에서 꽃이 피는 기적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당연한 질문 하나. 꽃은 어찌 청명에 이르러야 일제히 피는 걸까? 꽃잎을 한 장씩 열리도록 만드는 요소를 살펴보자. 우선 햇볕의 양. 바로 전 절기인 춘분은 태양황경이 0도가 되는 때로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지점이다. 이때 음기는 ‘하이파이브’하며 양기에게 무대를 내어준다. 춘분까지는 木기운이 탱천해 무소의 뿔처럼 매섭게 돌진하는 봄기운이었다면, 청명부터는 가쁜 숨을 돌리고 슬슬 온도를 올리는 火기운으로 전환한다. 즉 물기를 잔뜩 머금은 불의 기운이 땅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성질의 火를 소음군화少陰君火라 한다. 꽃 피우는 기적을 연출하려면 군화 정도는 되어야 하나보다.^^
 
여기에 알맞은 습도가 동참한다. 음력 3월 혹은 양력 4월은 辰월로 그 안에 산(무토戊土), 나무(을목乙木), 시냇물(계수癸水)을 품고 있다. 마치 ‘무한도전’의 유재석을 생각하면 말하지 않아도 박명수와 정준하, 정형돈이 생각나듯ㅋ. 이를 지장간이라 한다. 오늘 진도 너무 빼는 감이 있지만, 말 나온 김에 지장간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지장간은 땅의 기운에 숨어 있는 하늘의 기운이라는 의미다. 땅의 기운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12개, 하늘의 기운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0개인데 땅과 하늘이 서로 기운을 주고받으며 만드는 변화를 인간이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辰의 지장간은 무, 목, 계로 이는 辰이 전월의 나무 기운을 갖고 있으면서도 촉촉한 흙임을 의미한다. 비옥한 땅에 따뜻한 햇볕과 입김! 그야말로 꽃이 피지 않고는 못 배기는 조건이 만들어 지는 때가 바로 청명인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청명에 날씨가 좋으면 그해 농사는 굿~~! 바닷가에서도 청명의 날씨는 한 해의 어획량을 점치는 기준이었다. 결과를 기대하는 본격적인 시작! 청명의 기운은 햇볕과 바람과 대지의 끈적(?)한 관계로부터 온다.


음력 3월이자 양력으로는 4월인 진월의 이미지를 조금 더 그려보자. 辰은 12지신으로 따지면 용에 해당하는데, 예부터 용은 변화무쌍하고 조화를 부리는 신으로 여겨져 왔다. 이에 더해 『오행대의』에서는 辰을 벼락 진으로 보아 “벼락처럼 빠르게 진동해서 옛 몸체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辰을 하루의 시간으로 보면 그 이미지가 실감난다. 辰시는 오전 7시부터 9시까지를 말한다. 이 시간 우리는 출근준비로 한창 바쁠 시간이다. 부스스한 자태로 일어났지만 나갈 때는 말끔한 옷에 화장까지 그야말로 “벼락처럼 빠르게” 변신한다. 즉 4월은 잠깐 한눈파는 사이 세상이 확 달라지는 시기인 것이다.

이 달은 바야흐로 생기가 왕성하고, 양기가 흩어져 퍼지는 달이므로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밖으로 나오고, 싹트는 것은 모두 창달하여 안으로 그 모습을 감추지 못한다.

─『여씨춘추』

꽃과 농부, 수확을 위한 몸짓


세상이 꽃 천지인데, 어찌 웅크리고 있을쏘냐? 특히 봄은 여자를 미치게 한다. 천지에 가득한 陽氣가 陰氣인 여자와 만나 스파크를 일으키니 요동칠 수밖에! ‘샤랄라’한 원피스를 입고 남산으로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꽃구경을 다니면 좋지 아니한가? 그런데 여기서 잠깐! 분위기 깨서 미안하지만, 사실 이 시기는 꽃에 취해 마냥 놀러 다니기엔 아까운 절기이기도 하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농부들은 땅에 무엇이든 심어도 다 잘 되는 청명에 부지런히 파종하는 등 농사일에 매달려야 한다.
 
그런데 이 바쁜 와중에 눈을 홀리는 꽃이 어쩌자고 피어있단 말인가? 그렇게 보면 꽃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는 요부 같다. 풉! 근데 꽃이 들으면 웃을 일이다. 꽃은 결코 우리를 유혹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꽃들이 노리는 건 벌이다. 벌이 많이 꾀어야 수정될 기회를 그만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일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꽃이여!
 
농부는 이런 점에서 꽃과 닮았다. 만약 농부가 굶기로 작정한 게 아니라면 청명에 꽃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농부는 이 절기를 놓칠 새라 고구마, 대파, 부추, 가지, 쑥갓, 상추, 토마토 등 조그만 땅뙈기 하나라도 놀리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주말농장 하는 우리 엄마만 해도 이때 종묘사에 가서 종류별로 씨앗과 모종 사느라 바쁘다. 또 큰 작물이 작은 작물에 그늘을 드리울까봐 파종 위치를 궁리하는 데도 한참이다. 혹시 단 한 번이라도 농부가 가꾼 밭을 본 적이 있는지? 자로 잰 듯 가지런히 정렬해 작물을 심어 놓은 모양새 앞에 감탄이 절로 쏟아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고랑이 이 정도는 되야 '작물 좀 심어겠구나야~' 싶을 게다. 그런데 저기 뒤처진, 청년인지 아저씨인지 알 수 없는 사내를 좀 보라. 아줌마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지 않은가. 3G와 4G의 차이, 아저씨가 3G(orang)할 때 아줌마들은 4G(orang) 한다. 요샌 봄도 4G의 속도로 왔다가 가버린다. 허허~~^^


무모하니까 청춘이다

아! 그런데 이를 어쩌랴! 피어있는 모든 꽃이 열매가 되지 않는다. 농부가 심은 고구마순이 모두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으면 꽃이 그렇게 최선을 다해 피었을까? 농부가 정성을 다해 파종을 했을까? 그저 꽃은 열매가 되기를, 농부는 작물이 잘 뿌리내리길 바라는 마음만 있었을 뿐. 그래서 청명은 저돌적이고 무모한 청춘과 닮아있다. 나중에 실패할 수도 있고 틀렸었다고 결론지을지 몰라도 일단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걸 하는 것! 50대50의 확률이라도 확신을 갖고 밀고 나가는 것! 그게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가 아닐까?
 
우리는 꽃을 카메라 렌즈 너머의 피사체 혹은 사진을 돋보이게 해 줄 배경으로 대한다. 그래서 우리는 꽃을 보면서도 자신이 꽃이 될 상상은 하지 못한다. 마치 편한 소파에 누워 ‘K-POP스타’를 보며 박지민이 심사위원들에게 99점, 100점, 100점을 받는 걸 보고 경탄해하는 것처럼 말이다. 왜 아무것에도 도전하지 않고 구경만 하려 드는가? 밖에서 꽃이 온 몸으로 말하고 있는데 말이다. “너도 지금 활짝 필 때야!” 햇볕과 적당한 습기, 훈훈한 바람 3종 세트가 꽃망울이 터져 나올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 제비꽃과 벚꽃이 서로를 부러워하지 않고 각자 제 살 궁리에 활짝 피어있듯이 우리도 그렇게 피어나보자. 지금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답을 가지고, 혹여 실패하더라도 정수리까지 꽉 찬 확신으로! 에잇, 안 되더라도 내년을 기약하면 된다는 배짱으로!^^


※독자 여러분들에게

콜록콜록~ 훌쩍훌쩍~ 춘분에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는 저거였습니다. 친구들도 아이들도 감기 때문에 고생했던 절기였습니다. 또 유독 쉬이 피곤해지고 몸살도 났더랬지요. 춘분에 양기가 대세라고 하더니 뒤통수 제대로 맞은 거 같습니다. 그런데 말하자면 이 때 ‘음양앓이’가 있는 것 같아요. 현빈앓이, 수현앓이는 들어봤어도 ‘음양앓이’는 첨 들으신다구요?ㅎㅎㅎ 음이 양에게 인수인계하는 동안의 혼란을 우리 몸이 겪어내는 것 같으니 ‘음양앓이’죠.ㅋㅋㅋ 다들 혹독하게 치르느라 고생들 하셨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춘분에 날씨 또한 심상치 않았지요. 3월 말에 함박눈이 웬 말입니까? 3월 24일 곰숙샘과 강릉에 비즈니스가 있어서 다녀왔어요. 샘은 춘분이라 따뜻할 거라고 생각하시고 올해 최초로 봄옷을 꺼내 입으셨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전날 강원도에는 거의 한 겨울 수준으로 눈이 내려서 꽤 쌓였습니다. 이리하여 샘의 봄옷은 냉해를 입고 말았지요. 팬서비스 차원에서 ‘봄날에 폭설 맞은 곰숙씨’ 사진을 공개하려 했으나 스마트폰 조작 미숙으로 그만 사진이 날아가 버렸습니다.ㅠㅠ 곰숙샘께서 북드라망을 위해 아낌없는 포즈를 취해주셨는데……. 음~~그냥, 왠지 내 정신줄을 교란시킨 ‘음양앓이’탓으로 돌리고 싶네요.ㅋ 청명부터 잘 삽시다!^^;;

대신 친구가 같은 날 도봉산에서 찍은 풍경사진으로 대체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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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년 청명 절입시각은 4월 4일 18시 07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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