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미화17

소화를 돕는 식혜, 임신했을 땐 조심하세요 강력한 목 기운을 담은 맥아 풍미화(감이당 대중지성) 엿기름을 사놓은 지 한달 만에 드디어 식혜를 만들기는 했다. 지난 서당글 말미에 다음 편에서는 식혜를 쓰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한 사발 얻어먹고 싶어하는 아무개를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만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식혜 사먹는 재미로 목욕탕에 가는 딸을 떠올리며, 난 정말 공들여 재료를 준비하고 정통 레시피를 준수하며 식혜를 만들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 ㅠ.ㅠ 고두밥까지 훌륭하게 되어서 다 좋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엿기름 물 위로 밥알이 수백 개가 떠오른 것. 전기 밥솥이 없어서 두툼한 도자기로 만들어진 슬로우 쿠커의 온도를 올려서 따뜻해진 다음에 보온으로 해두고 잤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다섯 시간도 못자고 일어나서 확인을 했.. 2013. 2. 14.
세상에 거의 모든 물들 물, 저장된 에너지 풍미화(감이당 대중지성) 『동의 보감』「탕액편」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약재가 바로 물(水)이다. “선천(先天)이 처음 수(水)를 생(生)하였기 때문에 수부(水部)를 가장 앞머리에 두었다. 모두 33종이다.” 33 가지 물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흥미로우니 즐감하시라. 정화수(井華水; 새벽에 처음 길은 우물물), 한천수(寒泉水; 찬 샘물), 국화수(菊花水; 국화 밑에서 나는 물), 납설수(臘雪水; 섣달 납향 즈음에 온 눈 목은 물), 춘우수(春雨水; 정월에 처음 내린 빗물), 추로수(秋露水; 가을 이슬물), 동상(冬霜; 겨울철에 내린 서리), 박(雹; 우박), 하빙(夏氷; 여름철의 얼음), 방제수(方諸水; 밝은 달빛에 조개껍질을 두고 받은 물), 반천하수(半天河水; 큰 나무 구멍과 대나.. 2013. 1. 31.
물 좀 주소~! 물은 생명계의 최대 동력 풍미화(감이당 대중지성)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나니,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해주면서도 다투지 않으며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 ㅡ『노자』 이런 좋은 글을 보면서 내 머리에 떠오르는 그림은 내 사주팔자의 생김새다. 아래로는 물이 가득한 가운데 생명력을 소진한 약간의 흙덩이가 깔려있고, 위로는 넓은 대지가 펼쳐지고 큰 산이 있고 그 산에는 작은 쇠붙이가 있다. 그리고 쇠붙이를 밝혀줄 작은 불빛 하나. 그림이 그려지는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고는 풀 한포기 보이지 않는 망망 바다에 떠있는 무인도. 그게 내 사주의 지형도인 셈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글자 아래에 무슨 뜬금없는 사주팔자 타령이냐고 하시겠지만, ‘물’이라는 말만 들어도 저절로 팔이 허우적거려질.. 2013. 1. 3.
추남(秋男), 가을남자의 감초타령 약방의 감초 풍미화(감이당 대중지성) 섭씨 34도를 오르내리던 무더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에어컨과 먹거리가 함께 있는 동네 도서관을 전전하던 여름이 지났다. 바야흐로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가을이 도래했는데, 가족들은 아직도 입맛이 돌지 않아 입 짧은 소리를 가끔 한다. 뭐 먹을 거 없어? 이런다. 눈앞에 먹을 거 뻔히 보면서. 삼계탕과 생맥산으로 여름을 간신히 넘겼지만, 아직도 지친 심신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팔팔한 초딩 딸은 덥거나 말거나 뭐든지 먹을 것만 많으면 만사 오케이지만, 중년의 한가운데를 넘어서고 있는 남편은 역시나 여름을 넘기고 나서 힘든 기색을 보인다. 소심한 남편이 차마 보약 타령은 못하고 있지만, 밥상 위에 고기반찬이라도 올라가야 간신히 젓가락을 움직인다. 뭔가를 찾아서 먹여.. 2012.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