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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591

어긋난 ‘버튼홀스티치’를 완성하려면? – 화택규 화택규, 어긋난 ‘버튼홀스티치’를 완성하려면? 1983년 어느 봄, 나는 시골의 작은 중학교 교실 책상에 앉아 있었다. 흰 무명천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좋아하는 녹색 실을 바늘에 꿰어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이것저것 직접 만들어 보는 ‘가사 시간’, 왁자지껄 떠들어대던 소녀들의 감각기관은 일제히 자신이 수놓고 있는 흰 무명천으로 쏠렸다. 선생님은 책상 사이를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소녀들의 손놀림을 지켜보았다. “선생님, 이렇게 하면 돼요?”여기저기서 선생님을 붙잡고 바느질한 천을 들이밀었다. 소녀들은 우르르 몰려가 선생님의 손놀림을 주시했다. 나는 소녀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육중한 엉덩이 힘을 내리누르며 그대로 앉아 있었다. 흰 무명천에 녹색 실이 꼬물꼬물 형태를 만들어 가는.. 2015. 3. 26.
[임신톡톡] 입덧, 공생을 위한 이니시에이션 입덧, 공생을 위한 이니시에이션(Initiation) ‘함께’보다 ‘쇼핑몰’을 선택한 인간 헤어조크라는 독일 감독의 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매우 신선했다. 영화 맨 처음부터 외계인이 등장하며 말한다. 자신의 별이 사막화가 되어 지구에 왔다고. 하지만 지구에 새로운 세계를 건설했다가 망하고, 이제 지구인조차 살기 힘든 지구에 남겨졌다고. 한 마디로 지구 입주 계획이 실패한 것이다. 그런데 외계인은 자신이 한 짓을 똑같이 하는 지구인을 목격한다. 지구인도 사막화된 지구를 버리고, 다른 별을 찾기 위해 우주탐사를 시작한 것. 드디어 어떤 별에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그 별은 외계인이 버리고 온 바로 그 별. 하지만 지구인은 그 별이 외계인이 버린 별인지도 모른 채 이상적인 식민지 건설을 위해 탐사를 시작한다. .. 2015. 3. 19.
각자의 자리에서 온 마음을 다하라 - 풍화가인 방을 쓸지 않는 자, 어찌 천하를 쓸 수 있겠는가? 지난번에 했던 괘를 살짝 복습하자. ‘화지진’은 동쪽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기세와 같고, ‘지화명이’는 서쪽으로 태양이 저무는 것과 같다. 지난주에 했던 지화명이는 상괘가 곤(땅), 하괘가 리(불)이므로 땅속에 불이 있는 형상이었다. 「서괘전」은 64괘의 설명을 순서대로 붙여놓은 것인데, 여기에서는 지화명이의 핵심을 이렇게 보았다. 언제까지고 성장하고 나아갈 수만은 없으며, 반드시 傷(상)이 오는데 이것을 일러 명이(明夷)라고 했다. 지난번에는 난세를 헤쳐나가는 방법을 배웠다면, 오늘은 그다음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괘전」에서는 가인괘를 “夷者(이자)는 傷也(상야)니 傷於外者(상어외자) 必反其家(필반기가)라 고로 受之以家人(애지이가인)”이라 하였다. 밖에.. 2015. 3. 12.
[임신톡톡] 임신 9~10개월, 형체와 기운의 균형 형체를 단단하게, 기(氣)를 충분하게 아홉째 달, 석의 정기를 받아 뼈마디가 완전해진다 그 산꼭대기에는 신령한 돌이 하나 있었는데, (중략) 이 바위는 하늘과 땅이 열린 이래로 항상 하늘의 참된 기운과 땅의 빼어난 기운, 그리고 해와 달의 정화를 받아들였지요. 그런데 오랫동안 그런 것들에 감응하다 보니 마침내 신령하게 통하는 마음이 생겨나서, 안으로 신선의 태(胎)를 키우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돌이 쪼개지면서 돌 알 하나를 낳았는데, 크기가 둥근 공만 했어요. 그 돌 알은 바람에 노출되어 깎이다가 모양이 돌 원숭이처럼 변했지요. ─오승은, 『서유기』 1권,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연구회 옮김, 솔 출판사, 34-36쪽 『서유기』에 서술된 손오공의 탄생 과정이다. 저팔계‧사오정과 함께, 삼장법사를 모.. 2015.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