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이제는 입맛대로(!) 골라 읽자, 『열하일기』를!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연속 강연회 후기


1강: 연암 박지원과 『열하일기』  (강사: 고미숙)
2강: 『열하일기』의 사건과 명문장들  (강사: 김풍기)
3강: 『열하일기』의 유머와 패러독스  (강사: 길진숙)


총 3회의 연속 강연이 모두 끝났습니다. 3주 연속으로 만났던 분들은 얼굴과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친근해진 기분이었어요. 강의는 모두 끝났지만, 이 강의에 들었던 이야기들을 토대로 『열하일기』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저도 강의를 떠올리며, 다시 책을 폈습니다.


1강의 현장!


『열하일기』는 압록강을 건너면서 시작됩니다. 6월 24일부터 7월 9일까지가 「도강록」이며, 압록강부터 요양까지 총 15일이 걸렸습니다. 강을 건너면서 한 연암의 유명한 말! 네, 바로 “자네, 길을 아는가”입니다.


“길이란 알기 어려운 게 아니야. 바로 저편 언덕에 있거든.”
“‘먼저 저 언덕을 오른다’는 말씀을 이르시는 겁니까?”
“그런 말이 아니야. 이 강은 바로 저들과 우리 사이에 경계를 만드는 곳일세. 언덕이 아니면 곧 물이란 말이지. 사람의 윤리와 만물의 법칙 또한 저 물가 언덕과 같다네. 길이란 다른 데서 찾을 게 아니라 바로 이 사이에 있는 것이지.”


─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상』, 48쪽


「도강록」에서 또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해드릴께요. 6월 27일(갑술일)에는 연암이 행장을 정리하다 열쇠가 없어진 것을 깨닫고 하인 장복이를 꾸짖는 장면이 나옵니다. 길진숙 선생님의 강의에서도 소개되었던 시트콤 같은 장면입니다.


“에라, 이 한심한 놈아! 행장 간수는 제대로 않고 늘상 한눈만 팔더니, 겨우 책문에 와서 벌써 이런 일이 생겼구나. 속담에 사흘 길을 하루도 못 가서 늘어진다더니, 2천 리를 더 가 연경에 도착할 때쯤이면 네놈 창자도 남아나질 않겠구나. 구요동과 동악묘엔 원래 좀도둑이 많다는데, 네놈이 또 한눈을 팔다가는 뭘 잃어버릴지 모르겠다. 쯧쯧.”


장복은 민망하여 머리를 긁적인다.

“쇤네, 정신 똑바로 차리겠습니다. 그 두 곳을 구경할 적엔 아예 두 손으로 눈깔을 꼭 붙들고 있을랍니다. 그러면 대체 어떤 놈이 뽑아 가겠습니까요?”
“자알 한다!”


─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상』, 68쪽


연경에 도착할 때쯤이면 창자도 남아나질 않겠다는 연암의 말에 자신의 눈을 꼭 잡고 구경하겠다는 장복이의 말! 아마 다른 양반이었다면 이런 사건이 있어도 기록하지 않았을 테지만, 연암은 마치 방금 전에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기록합니다. 이날은 연암이 본 것들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이 되어있으며, 여기에 “‘이용’이 있은 뒤에야 후생이 될 것이요, 후생이 된 뒤에야 정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77쪽)라는 유명한 문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도 책 속에서 연암이 어떤 맥락에서 ‘이용후생’을 이야기했는지 만나보세요. ^^


2강의 현장입니다.


연암은 중국어를 몰랐지만 한자 문화권(^^)이다 보니, 글자로는 소통이 가능했습니다. 그리하야 이곳을 지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필담(종이에 글자를 써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사귀었는데, 「성경잡지」 편에서 연암이 한 필담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암은 자신의 필법을 뽐낼 기회를 만나게 됩니다. 저녁을 먹고 들어간 한 가게에서 탁자에 남은 종이에 글씨를 쓰자 그것을 본 사람들이 “고려인이 글씨를 참 잘 쓴다는 둥”하며 갑자기 환대하기 시작하죠. 그래서 연암은 (아마도 약간 으쓱하며) 사람들의 요청대로 글씨를 써줍니다. 


문득 어제 일이 떠올랐다. 그러자 어제 전당포에서 ‘기상새설’ 넉 자를 썼다가 주인이 돌연 안색이 나빠졌으니 오늘은 단연코 그 치욕을 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점포 머리에 달 만한 액자를 써드릴까요?” 했더니, 주인을 비롯하여 모두들 좋다고 환호한다. 나는 곧바로 ‘기상새설’ 네 글자를 또박또박 써내려갔다. 그런데 여럿이 서로 쳐다보는 품이 어제 전당포 주인과 마찬가지로 적이 수상쩍다. 속으로, 이것 참 괴이한 일이구나‘ 여기며 물었다.

“이 말은 이 가게와 별 상관이 없습니까?”
“그렇습니다. 저희 가게는 부인네들 장식품을 취급하지, 국숫집은 아니거든요.”

그제야 나는 내 실수를 깨달았다. 전날의 일을 돌이켜 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나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저 시험 삼아 한번 써 본 것이오.”


─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상』, 225~226쪽


이 상황은 무엇인고 하니, 연암이 거리를 지나다 본 점포의 문설주에 써있는 “기상새설”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던 것입니다. 연암은 “‘장사치들이 자신들의 심지가 깨끗하기는 가을 서릿발 같고, 밝기로는 저 희디흰 눈보다도 더하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닐까’하고 추측”했었던 것이죠. 그래서 이 말을 써먹어본 것인데, 사람들의 반응은 좀 거시기했던 것입니다. 알고 보니 그 말뜻은 국수의 면발을 비유한 것! 어쩐지 저 상황의 사람들의 반응과 연암의 표정이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관내정사」편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펼쳐졌을까요? 7월 27일(계묘일)에는 전날 백이숙제묘에서 고사리를 넣은 닭찜을 먹은 연암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소화가 잘 되지 않았는지 "트림을 하면 고사리 냄새가 코를 찌르"고 생강차를 마셔도 여전히 속이 불편하다는 연암, 문득 고사리가 어디서 났는지 궁금했는지 물어봅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


"대체로 이제묘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 관례인데, 일 년 중 어느 때건 가리지 않고, 여기서는 반드시 고사리를 먹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할 때부터 주방이 마른 고사리를 가지고 와서는, 이곳에 오면 국을 끓여 일행에게 먹입니다. 이미 오래된 이야기입니다만, 십수 년 전에 건량청에서 고사리 챙기는 일을 잊어버려 빠뜨리고 온 적이 있었습니다. 이곳에 이르러 고사리를 내놓지 못하게 되자, 건량관이 서장관에게 매를 맞고는 물가에 앉아서 '백이·숙제, 백이·숙제야! 나하고 무슨 원수를 졌느냐. 나하고 무슨 원수를 졌느냐' 하며 통곡하였지요. 듣기로 백이와 숙제는 고사리로 연명하다가 굶어 죽었다 하니 고사리는 사람 잡는 독초인가 봅니다."


이 말에 여러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하』, 43쪽


이제묘에서 고사리를 끓여먹기 위해 조선에서부터 준비해왔다는 이 상황, 웃음이 나는데 왠지 웃음 속에 뼈가 있는 것 같은...느낌 아시죠? 또, 「관내정사」에서 「호질」을 베껴 쓴 정황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각 편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만나고 나니 막막하게 느껴졌던 『열하일기』를 입맛에 따라(!) 골라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북경해 도착해보니, 황제는 피서산장에 있다는 이 벼락같은 소식! 결국 사신단은 열하로 떠날 채비를 하고, 연암 역시 아주 낯선 땅, 열하로 함께 떠납니다. 이 여정은 「막북행정록」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8월 5일(신해일)에는 마두인 장복이와 헤어지는 '이별론'이 나옵니다. "인간사 중에 가장 괴로운 일이 이별이요, 이별 중에서 생이별보다 더 괴로운 것은 없다"며 가슴 아파하는 연암, 정말 절절합니다. 명문장으로 알려진 「야출고북구기」와 「일야구도하기」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


「태학유관록」에는 열하에서 머물렀던 기록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피서산장과 피서산장 주위에 건립된 사찰들에 대한 연암의 설명을 들을 수 있지요. 티벳불교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당시 청나라의 기록에도 거의 없다고 하니, 연암의 기록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당시 티벳불교의 지도자라 할 수 있는 판첸라마가 머물고 있었는데, 건륭제는 특별히 조선사신단이 판첸라마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하지요. 당시에는 판첸라마를 만나기만 해도 엄청난 복(!)이었지만, 사신단은 황제의 호의가 너무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사신이 소동을 벌인 이야기도 「태학유관록」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3강에서도 이 뜨거운 열기! +_+


여러분이 꼽는 명문장, 명사건들도 찾아보시는 즐거움을 천천히 만끽하시면 좋겠습니다. 열정적으로 강의를 들으셨던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같은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앞으로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


함께했던 살림꾼 Y와 편집자 k의 미소로 마지막 인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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