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Weekend 소개 코너
만화킬러 북블매's
'마음의 근육' 성장 만화 특집
오늘 추천하고 싶은 만화는 '성장'에 관한 키워드로 뽑았다. 그중에서 특히 '마음의 근육'을 키워가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두 편의 긴 만화를 골라보았다. 두 만화 다 애니메이션이 원작 못지 않게 재미있었다는 공통점도 있어서, 애니메이션도 함께 추천하고 싶다. ^^
1.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츠다 마사미 지음, 학산문화사
이 만화를 처음 접하게 된 건 가이낙스의 안노 히데야키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1998년, 그때는 일본문화가 정식으로 수입되기 이전이어서 애니메이션은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 친구가 구워(?) 준 가이낙스의 <에반게리온> 비디오를 좋아했는데, 후에 같은 감독 작품이라 하여 보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은 놀랄만큼 경쾌하고 빠르게 진행이 되었고 너무 재미있었다! 에반게리온 특유의 우울함과는 무척 대조적이었다;; 같은 감독 작품이 맞는지 의심할 정도로;; OST도 정말 좋다! 애니메이션은 만화의 초반(9권까지)의 내용만을 다루고 있는데, 그 후로 책이 한 권씩 출간이 될 때마다 사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는 특별판이 출간되었다.(하악! 또 사야하나!)
주인공 미야자와 유키노는 전교 1등으로 입학한 우수한 재원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숨기고 싶은 비밀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학교에서의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라이벌로 여기고 있던 (가장 비밀을 숨기고 싶었던) 전교 2등(으로 입학한) 아리마 소이치로에게 그런 모습을 들키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급작스럽게 변하게 된다.
라이벌에게 강력한 킥을 선사한 유키노!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후후후...
유키노와 아리마, 둘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자신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어두운 그림자'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남자 주인공인 아리마는 더욱 그 문제에 몰두하는 편이다. 친부모에게 학대를 당했던 기억, 양자로 입양되었던 기억 등등 마음 속의 짐이 있었던 아리마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그림자와 끊임없이 만나게 된다. 아마도 내가 이 작품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주인공들의 나이와 비슷한 시기에 만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누구일까,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은데, 진짜 나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을 하는 시기가 한번쯤 있지 않은가. ^^
다시 읽게 된다면 예전만큼의 재미나 감동을 느끼지 못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씩 걸어가는 이 주인공들이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이 작품은 '후르바'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 여주인공 토오루가 '소마 가(家)'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마 가에는 저주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이 가문에 태어나는 아이들 중 일부는 십이지의 운명을 살아가야 한다. 십이지는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인데 이들은 이성과 신체적 접촉, 특히 허그(hug)를 하면 해당하는 동물로 변해버린다. 그래서 십이지 중 의사이자 용인 하토리는 이런 변신 사건이 있을 때마다 주위 사람들의 기억을 지워야 한다. 어찌보면 소마 가의 아이들은 결코 다른 사람들과 결코 어울려서는 안 된다는 무시무시한 저주인 셈이다.
십이지는 모두 신의 초대를 받아 파티에 갔다. 그런데 쥐가 고양이를 속이는 바람에 고양이는 파티에 가지 못 했고, 십이지 멤버에도 끼지 못 했다.(그래서 둘은 만나면 꼭 싸운다!^^)
당주는 늘 십이지에게 불안을 심어준다. 니가 돌아올 곳은 소마 가 뿐이야, 라고 말하듯이. 그래서 십이지들에게 저주는 그들을 강하게 연대하게 해주는 인연이자, 벗어나고 싶은 굴레이기도 하다. 십이지는 가족들 사이에서도 '비정상적'으로 취급된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가 감당해야 할 삶의 몫이 너무 크다는 것에 절망하기도 하고, 혹은 아이를 미워하거나 아이로부터 도망치기도 한다. 통념적으로 갖고 있는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모습을 소마 가에서는 찾기 어렵다.
늘 상대를 믿고, 정을 주는 여주인공 토오루가 십이지들에게는 '무조건 적인 사랑'의 표상이 된다. 그런데, 토오루는 십이지에서도 차별받는 고양이에게 유독 신경이 쓰인다. 쿄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유폐되어서 살아가도록 이미 미래의 삶이 정해져 있었다. 자신이 태어날 것을 선택한 것도 아니지만,
정해진 역할로 살아가야 한다니...그리고 앞으로 그를 볼 수 없게 된다니! 토오루는 쿄우를 위해서 자신이 소마 가의 저주를 풀겠다고 결심한다. 그녀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후르츠 바스켓』은 23권으로 완결되었다. 애니메이션은 만화의 초반부에 해당하고, 이후의 스토리가 궁금하시다면 만화책으로 만나보실 것을 권한다. 따뜻한 에너지가 퐁퐁 솟아나는 그런 작품이다.
겨울이 오면 봄이 온다. 우주의 순환과 인연의 장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은 이 대사, 오바는 아니겠지? ^^;
인생에는 오직 현재만이 있을 뿐이다. 그 현재가 과거를 추적하고 미래를 창조한다. '지금, 여기'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과거가 끊임없이 재구성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있는 그대로 본다는 건 과거와 미래에 끄달리지 말고 오롯이 현재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일단 그렇게만 되면 누구든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그때의 사랑은 '창조의 기예'로 이어진다. 요컨대, 운명애란 삶을 끊임없이 창조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고미숙,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259쪽
다음 주에는 붕어 편집자의 음악 특집이 찾아 올 예정이니, 기대하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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