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삶을 바꾼 만남』 - "저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삶을 바꾼 만남』 - "저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스승은 정약용이고, 아이(제자)는 황상이다. 책의 제목 『삶을 바꾼 만남』에 붙은 부제는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인데, 이 책은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 그에게 글을 배운 황상의 인연에 대한, 삶을 바꾼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아름다운 책이다.


제목 그대로 '삶을 바꾼 만남'에 관한 이야기다. 제자는 글을 배우러 다니기는 하지만, 언제나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문에 사로잡혀 있다. 둔하고, 앞뒤가 꼭 막혀 있으며, 답답한 성품인 자신이 과연 '공부'하여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스승은 '배우는 사람'들이 가진 '세 가지'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너(제자)에게는 그것이 없으니 '능히'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정약용이 말한 '세 가지'는 무엇이었을까?


첫째는 '민첩하게 금세 외우는 것', 둘째는 '예리하게 글을 잘 짓는 것', 마지막은 '깨달음이 제빠른 것'이다. 세가지 모두 '장점'이 아닌 것이 없다. 그런데 이것들이 공부를 방해하는 문제들이라니 어째서일까? 민첩하게 금세 외우면 제 머리를 믿고 소홀하여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다. 예리하게 글을 잘 지으면 재주를 이기지 못해 들떠 날리다가 아무것도 끝을 못 보게 된다. 깨달음이 빠르면 대번에 깨닫지만 그로 인해 대충 하고 말아서 오래가질 못한다. 아, 그러니까 어느 것도 좋기만 한 것이 아니다. 둔하고 답답한 제자는 빠르지도, 예리하지도, 명민하지도 않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공부하기에 좋은 상태다. 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된다. 그럴 때 둔함은 계속 파고들 우직함이 되고, 답답하고 융통성이 없기 때문에 한번 이치가 트이면 장마철 봇물 터지듯이 지혜가 터진다. 


어느 때고, 어느 상태도 공부할 수 없는 상태는 없다. 공부하기에 가장 나쁘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이 바로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상태일 수 있다. 정약용과 황상의 이 만남이 주는 교훈이다. 황상을 깨우치고 정약용은 이 날의 문답을 기록하여 황상에게 주었다. 열다섯 황상은 다산에게 그 글을 받아 간직하며 공부하였다. 그리고 60년 후에 자신의 삶을 술회하는 글을 지었다. '임술기'라는 제목이 붙은 그 글이 말하는 바는 하나, '나는 그날 스승님의 가르침에 부끄럽지 않게 공부하며 살았다'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참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리하여 깨달은 바, 배움과 정진을 멈춰서는 안 된다. 도처에 공부가 있다.

삶을 바꾼 만남 - 10점
정민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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