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삼국사기』가 보여 주는 통치자의 자격

『삼국사기』가 보여 주는 통치자의 자격

― 바보야, 문제는 영토 확장이 아니라니까!



고구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왕은… 대개 광개토대왕일 것입니다. 저 광활한 만주 벌판까지 고구려의 국경을 넓혀 ‘광개토’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했던 왕이니만큼 그 활약으로 인한 이야기들이 얼마나 다이내믹할까 싶지만…, “『삼국사기』에 기술된 광개토왕의 사적은 예상 외로 초라하다”(길진숙, 『삼국사기, 역사를 배반하는 역사』, 106쪽)고 합니다. “연나라로부터 요동 일대를 지켜 내고, 백제에 맞서 승리했다는 사실을 뼈대만 간추려 앙상하게 기록”했을 뿐, “정복 전쟁의 기사임에도 위대함이나 훌륭함과 같은 어떤 의미망의 외피도 입지 않은 채 그저 담담하고 단순한 문체로”(106쪽)만 쓰여 있다고 하네요.

  김부식의 문체가 원래 그런 것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대무신왕, 모본왕, 산상왕 등의 이야기는 또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그려 냈는데요. 도대체 김부식은 왜 그런 것이었을까요? 잠깐, 대무신왕의 이야기를 살펴볼까요?




광개토대왕과 스케일은 다르지만 대무신왕 역시 고구려의 영토 확장에 한몫을 한 군주였습니다. 부여를 정복했고, 개마국, 구다국 등의 소국을 복속시켰지요.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김부식은 심드렁합니다. “영토 확장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영토 확장을 왕의 많고 많은 치적 중 하나로 대수롭지 않게”(108쪽) 여겼기 때문입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고구려·백제가 삼국은 물론 주변 동북아 국가들과 서로 침략과 방어를 하며 어떻게 영토를 뺏고 빼앗기는지가 주요한 사건으로 기술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이 ‘한반도의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는 욕망 아래 계열화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보고자’ 했을 뿐이지요. 

  그러니 광개토왕의 업적은 덤덤히 기술되고, ‘대무신왕조’에서는 영토 확장보다 통치자의 자격과 자세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힘으로 영토를 늘리고, 백성들을 취했다고 해서 훌륭한 왕일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지요. 뒤이어 모본왕, 차대왕, 고국천왕, 봉상왕 등의 이야기를 읽어 보시면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통해 남기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저자이신 길진숙 선생님이 『삼국사기』를 왜 “역사 텍스트지만 기실 정치 텍스트에 다름 아니다”(38쪽)고 하셨는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책은 늘 서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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