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낭송 조선왕조실록 풀어 읽은이 인터뷰2 - 세종, 성종 실록

낭송 조선왕조실록 풀어 읽은이 인터뷰2

『낭송 세종실록』  풀어 읽은이 홍세미 인터뷰



1. 조선왕조실록은 역사적 기록물인데, 낭송으로 읽는다는 것이 무척 새롭게 느껴집니다. 이번 낭송Q시리즈 조선왕조실록편에서 선생님께서는 어떤 인연으로 『세종실록』을 풀어 읽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4년 전, 감이당 홈페이지에서 조선왕조실록 세미나 공지를 보았습니다. ‘항심과 하심을 길러주는 세미나’라는 소개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500년의 기록이니 적어도 30년은 걸리는 세미나’라고 했습니다. 공부하면서 늘 뒷심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터라, 세미나를 신청할 때는 역사에 대한 관심보다 ‘공부하는 끈기를 좀 길러보자’라는 심산이었지요. 솔직히 ‘누가 세미나를 30년이나 해? 길어야 1, 2년 정도겠지’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세미나 한 지 올해 햇수로 5년인데 아직 조선시대 중기도 들어가지 못했으니 30년 걸린다는 말,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세미나를 같이 하는 선생님들과 ‘서로 환갑잔치 치러주면서 세미나하자’고 농 섞인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제가 여러 왕의 실록 중 『세종실록』을 맡아 풀어 읽게 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실록 세미나를 함께한 두 선생님께서 먼저 태조와 태종을 풀어 읽고 계셨고, 전 뒤이어 합류했거든요. 그래서 순서상 세종을 만나 풀어 읽게 된 것이지요. 『세종실록』을 읽으면 읽을수록 세종은 저와 정반대의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우선 전 공부 고자인데 세종은 공부 덕후니까요.^^ 모든 것이 다 배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종실록과의 만남이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2. 『세종실록』을 『낭송 세종실록』으로 풀어 읽으시면서 가장 염두에 두셨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실록 안의 생생한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의 문장은 낯선 인명과 더 낯선 관직명, 정말 낯선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역사에도 한자에도 완전 문외한인 저는 (한글번역본인데도) 실록의 문장에 익숙해지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답니다. 그 시간을 버티게 해 준 것이 바로 이야기였습니다. 실록에는 그 시대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실려 있답니다. 대개 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살펴보면 그 안에 백성들, 이웃나라, 날씨, 신기한 동물 등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또 실록을 읽으며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인물과 사건들에 풍부한 서사가 덧입혀졌답니다. 마치 흑백사진의 박제된 인물들이 컬러 TV 속 드라마 주인공이 되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실록의 매력을 더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특히 제가 처음 실록을 읽을 때 문턱이 되었던 어려운 한자어들을 『낭송 세종실록』에서는 가능한 쉬운 말로 바꾸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또 실록을 읽는 맛 역시 중요하기에 이런 부분을 위해서는 독자들이 함께 알았으면 하는 단어는 바꾸지 않았고 맥락상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각주를 달아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3. 『낭송 세종실록』을 풀어 읽으시면서 느끼신 다른 왕들의 실록과는 다른 『세종실록』만의 특징을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단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입니다. 일단 양이 많습니다. 세종의 재위기간은 32년으로 태조의 7년, 태종의 17년, 성종의 25년에 비해 깁니다. 하지만 단순히 재위기간이 길어서라기보다 하루하루를 채운 업무량이 많았습니다. 하루에 기사가 10개가 넘는 날이 수두룩하고, 하나의 기사가 몇 페이지를 넘기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세종은 하루를 쪼개 다른 사람의 몇 배를 사신 분이었습니다. 


또 처음 만들어진 것이 많습니다. 『세종실록』은 다른 왕보다 부록이 많습니다. 실록 128권부터 135권까지는 『오례(五禮)』로 조선왕조의 국가의례를 담았고, 136권부터 147권까지는 『악보』(樂譜)로 궁중 음악을 기록했고, 148권부터 155권까지는 『지리지』(地理志), 156권부터 163권까지는 『칠정산(七政算) 내외편』으로 천문을 연구한 역서입니다. 전체 실록의 1/4이 새롭게 만들어낸 연구의 산물입니다. 발명과 창제를 대표하는 왕 답지요? 


그리고 실록을 읽다 보면 세종의 남다른 업무 스타일이 보인답니다. 세종은 먼저 독서를 통해 구상을 하고, 구상한 것을 경연을 통해 신하들과 토론을 하고, 그 후에는 반드시 옛 자료를 찾고 정리하여 책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백성의 삶에서 실제 활용을 해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합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인쇄하여 반포! 조선의 음악, 천문관측서, 농서, 의학서도 모두 같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 내지요. 그러니까 세종은 새로운 일을 엄청 많이 한 넘사벽 워크홀릭 왕이었습니다.    



4. 선생님께서  『세종실록』을 풀어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과 그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우리는 세종이 애민을 대표하는 왕이라고 흔히 이야기합니다. 물론 세종은 백성을 사랑한 왕이었고, 그런 기록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애민으로 대표되는 왕 세종의 다른 면이었습니다. 세종대부터 조선의 신분차별, 성차별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조선은 유교에 기반한 나라였고, 세종 또한 그런 나라를 꿈꿨습니다. 백성들이 상급 관리를 고소하지 못하게 막는 부민고소금지법이 통과되어 상하의 구분은 더욱 심해졌고 여성에 대한 차별 또한 강화되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고려시대 풍습이 남아 재산상속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교중심나라를 꿈꾼 세종은 삼강오륜을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효행록』 등을 펴내어 여성의 절개를 장려했습니다. 성군으로 기억되는 세종의 시대에 이런 차별이 시작되고 강화되었다니, 유교가 장려되는 나라였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시기였으니 이해는 되지만, 아쉽고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5. 마지막으로, 이 책을 독자들이 어떻게 활용했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세종은 왕으로서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답니다. 한 나라의 왕으로서 준비되는 세자시절이 고작 2개월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세종이 믿고 의지했던 것이 바로 과거의 기록, 역사였습니다. 세종은 평생 중국의 역사책인 『자치통감』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고뇌와 선택의 순간이 올 때마다 버릇처럼 역사에 비추어 보곤 했습니다. 후손들도 자신처럼 역사를 가까이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를 엮어 역사 이야기책 『치평요람』을 편찬하기도 합니다. 세종에게 역사는 지금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자 미래를 대비하게 하는 무기였던 것 같습니다. 『세종실록』은 세종시대의 기록, 즉 역사입니다. 실록에는 1400년대 조선이, 세종의 고뇌가, 백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고작 단어로 알고 있는 세종의 업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시대 사람들의 어떻게 살았는지, 역사책 읽듯 진지하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세종실록』은 이야기책이기도 합니다. 옛날이야기를 읽듯 가볍게 읽어주셔도 좋겠습니다. 임금과 신하의 정치 이야기에는 백성들의 이야기가 항상 함께 흐릅니다. 백성들의 이야기에서는 세종의 고뇌가 같이 읽힙니다. 이야기는 하나하나 독립적이면서도, 마치 한 이야기처럼 이어집니다. 천문기기를 발명하는 이야기는 가뭄에 굶주리는 백성의 이야기와 하나입니다. 굶주리는 백성들을 위해 농사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자연히 천문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니 이야기는 따로따로, 또 하나입니다. 차례대로, 혹은 앞뒤 섞어서 자유롭게 읽어주세요. 


실록은 대화가 가득합니다. 세종의 말과 신하들의 말이 생생하게 적혀있습니다. 세종의 말과 신하들의 말을 직접 소리내어 낭송해 보셨으면 합니다. 왕이 되어 세종의 말을 낭송해 보고, 신하의 입장이 되어 왕께 읍소해 보세요. 또 백성의 마음으로 세종의 행보를 지켜 보세요. 그 시대의 말을 낭송해 보면서 600년의 시간을 넘어 그때를 상상해 보시길 권합니다. 




『낭송 성종실록』  풀어 읽은이 고은주 인터뷰



1. 조선왕조실록은 역사적 기록물인데, 낭송으로 읽는다는 것이 무척 새롭게 느껴집니다. 이번 낭송Q시리즈 조선왕조실록편에서 선생님께서는 어떤 인연으로  『성종실록』  풀어 읽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낭송집으로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내신 우응순 선생님의 권유로 실록 세미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합류할 당시에는 『세종실록』을 읽고 있는 중이었는데요, 1차분으로 태조, 태종, 세종, 성종실록을 낭송집으로 만들기로 정해졌죠. 처음부터 실록 세미나에 참여해 왔던 분들이 앞의 세 왕들을 맡게 되었고, 나중에 합류하게 된 제가 자연스럽게 『성종실록』을 맡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렇게 제가 『성종실록』을 만나게 된 것도 시절인연이 아닌가 싶습니다.^^


 

2. 『성종실록』을  『낭송 성종실록』 으로 풀어 읽으시면서 가장 염두에 두셨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조선왕조실록을 직접 읽다 보면 우리가 드라마나 교과서를 통해 알고 있었던 것과는 아주 다른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 실록을 읽기 전에 제가 알고 있던 성종의 모습은 대신들과 어머니와 부인에게 꼼짝 못했던 유약한 왕이었는데 실제로는 어느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줏대 있고 강단 있는 남자였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낭송집에는 성종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를 보여 주고 교과서나 드라마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의외의 면모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기사들을 골라 실었습니다. 


실록에는 날짜별로 그날그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누가 어떻게 그 일들을 처리했는지, 그것에 대해서 어떤 평가가 되고 있는지 낱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실록 읽는 맛을 독자분들이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실록의 기사를 잘 옮겨서 직접 읽어 볼 수 있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낭송 텍스트인 만큼 기사에서 중복된 내용 일부분은 삭제하기도 했고, 하나의 기사를 여러 파트로 나누어 소제목을 달아 편집하기도 했습니다. 또 너무 어렵거나 잘 쓰이지 않는 단어들은 한번에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3. 『낭송 성종실록』을 풀어 읽으시면서 느끼신 다른 왕들의 실록과는 다른  『성종실록』만의 특징을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성종실록』에는 다른 실록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史臣曰(사관이 논평하기를)’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특별한 기술방식이 유난히 많이 쓰였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기사의 본문 내용보다 사관의 평가가 훨씬 더 길게 덧붙어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해당 사건과 관련 인물에 관한 사관의 평가는 물론이고 세간의 평가와 그 근거가 되는 이야기들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실록을 만들기 위해 사관들은 한시도 임금 곁을 떠나지 않고 오가는 이야기, 왕의 행동과 발언, 신하들의 상소와 그에 대한 답변 등등을 빠짐없이 기록합니다. 그 외에도 사관 자신의 평가와 당대에 떠도는 풍문 중에서 의미 있는 내용들을 수집해 사초(史草)를 만듭니다. 사초들을 가려 뽑아 정리한 것이 실록이죠. 실록의 기록방식은 역사는 기록된 것이면서 동시에 어떤 관점에 의해 해석되는 것임을 보여 주고 있는데요. 『성종실록』에는 다른 어떤 실록보다 대의명분에 입각한 면도날 같은 사관의 평가가 두드러지게 드러나 있습니다.   



4. 선생님께서 풀어 읽으신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과 그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타고난 원칙주의자의 면모를 지닌 성종이 성인군주(聖人君主)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또 공부했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성종은 경연의 제왕이라 불릴 만큼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때의 경연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아주 늦은 밤까지 신하들을 불러 모아 성리학 이론, 유학경전의 내용은 물론이고 군자와 소인에 대해 논하는 기사들이 남아 있는데 그 과정을 놀이처럼 즐기는 것이 아주 특별합니다. 밤이 깊어지도록 경연이 이어지자 임금이 피로할 것을 염려하여 이제 그만하자는 신하들에게 성종은 “내가 오늘 전에 듣지 못하던 말을 듣게 되니, 유익한 점이 매우 많다. 조금도 피로하지 않으니, 물러가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밤낮없이 이어진 경연을 통해 성종은 군주로서의 리더십을 갖추어 나갔고, 사대부들과 함께 명실상부한 ‘성리학의 나라, 조선’을 열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5. 마지막으로, 이 책을 독자들이 어떻게 활용했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일단 『낭송 성종실록』 전체를 소리 내어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평소에 사극을 즐겨보는 편이라면 익숙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실록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표현은 지금 우리가 쓰는 말들과 달라서 낭송하면서 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실망하지 말고 일단 쭉쭉 읽어나가면서 각자 특별히 마음에 들거나 궁금해지는 인물이나 사건을 발견했으면 합니다. 성종 초기 진짜 실세였던 정희왕후, 드라마에서 왕실과 조정을 주물렀다고 그려지는 인수대비, 연산군의 어머니 폐비 윤씨와 같은 왕실 여인들의 이야기에 주목해 보아도 좋을 것 같고, 기해서정이나 소인논쟁 같은 사건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보아도 좋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기사를 다시 한 번 더 읽어 본 다음 조선왕조실록 웹 사이트(http://sillok.history.go.kr)를 이용해 낭송집에 실려 있지 않은 관련 기사까지 찾아보신다면 더욱더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그 사건과 인물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드라마 보기보다 실록 읽기가 훨씬 더 재미있다는 걸 느끼게 될 것입니다. 『낭송 성종실록』이 독자 여러분들에게 실록을 직접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역사공부의 재미를 알게 해주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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