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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편집자 k의 드라마 극장

[편집자k의 드라마극장] '풍문의' 추억은 방울방울~

by 북드라망 2015. 5. 20.



네발 자전거 타던 유준상의 과거




세상에는 참으로 별것도 아니지만 의외로 어려운 것들이 꽤 있지요. 저에겐 그런 것들 중 하나가 ‘본방 사수’입니다. 요즘처럼 다시보기가 발달한 세상에서는 더구나 그렇습니다. 약간의 비용만 들이면 본방 후 두 시간 만에도 바로 다시 볼 수 있는 세상이니 본방에 목을 맬 필요가 없어졌지요. (드라마도 아닌;;) <시간탐험대> 본방을 놓쳤다고 방바닥에 누워 공중 하이킥을 날리며 울고불고 하던 18세 무렵을 떠올리면 참으로 ‘격세지감’이라는 것을 아니 느낄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다시보기라는 편리한 문명의 이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주 월요일, 화요일 밤 10시마다 저를 TV 앞에 자동착석케 하는 드라마가 있으니, 바로 SBS의 <풍문으로 들었소>입니다. 정말 간만에 만난 연출, 극본, 연기가 삼위일체를 이룬 수작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만, 오늘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를 소개해 드릴 것은 아니옵니다. 오늘은 저에게 또다른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 남자, 유준상의 데뷔작…… 무엇일까요?^^(조금만 더 기다리셔욥!)


글쎄, 제 데뷔작이 무엇이었을까요?;;


<풍문>에서 대한민국 최대&최고의 로펌 대표 한정호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유준상을 보며 저의 가슴은 어쩐지 휑하였습니다. ‘뭐지? 저 양반이 벌써 대학생 아들을 둔 중년 연기를 할 나이가 됐다는 게 거시기해서인가?’ 그런데 그게 저랑 뭔 상관이란 말입니까;; 저는 유준상의 실제 나이도 모르는데요;;; 얼마 전, 드디어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바로 비디오테이프! 제 나이가 지금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때부터 제가 차곡차곡 녹화해 놓고 시시때때로 보고 또 보았던 그 비디오테이프 중 하나에 유준상의 데뷔작도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보고 싶지만 이젠 비디오테이프의 행방도 묘연한 데다 찾는다 해도 플레이어도 없는 지금,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심정으로 한 번씩 떠올려 보곤 했던 저의 콜렉션 중에요(흑). 


제 것은 아니지만… 흑. 요런 거 말입니다 ㅠㅠ


아무튼, 유준상의 데뷔작은 MBC <베스트극장>의 ‘네발 자전거’입니다. (무려!) 추상미와 조민희(요즘 종편에 많이 나오시지요? 주인공 친구 전문 배우로 활약하셨지요!)가 함께 출연을 했었네요. 본방은 1997년 10월 3일이었는데 그때도 본방을 본 것은 아니었고 저는 98년이나 99년 정도에 본 것 같습니다. 재방송까지 해주는 <베스트극장>이라면 틀림없이 명작이라는 생각에 곧바로 녹화 버튼을 눌렀던 기억이 납니다. 극중에서 유준상은 사법고시 1차를 패스한 후 2차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사실상 백수입니다. 믿는 구석은 있었던지 조카랑 하드나 사먹으며 한가롭게 발표를 기다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으니, 쭈쭈바는 벌써 뜯어서 입에 물었는데 계산대 앞에 서니 돈이 없었던 것!! 추레한 고시생이나 외양은 멀쩡하게 생긴 젊은 남자로서 봉변이 아닐 수 없는 상황이지만 멜로드라마니까 요정이 등장합니다, 짜잔~. 그 이름은 추상미, 까만 옷을 입고 등장하지만 마음만은 새하얀 그녀는 유준상을 대신해서 돈을 내주고 그를 위기에서 구해줍니다(뻔하지요^^).


실제상황에서는 절대 그럴 리 없으나 드라마니까 당연히 둘의 데이트로 이어집니다. 하드값도 못 내고 있는 남자와의 데이트라니, 마음도 좋은 아가씨지 뭐여요. 그리하여 둘은 동물원에 가게 되는데 여기서 네발 자전거를 아주 즐겁게 탑니다(자전거는 나중에 탄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좀 가물가물합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이 장면을 보면서 연인(풋!)과 네발 자전거를 함께 타는 상상을 하였고(흠흠), 한 3년쯤 후엔가 저도 네발 자전거를 타게 됩니다. 자전거를 못 타는 제 친구(굳이 말하자면 여자;;)를 뒤에 태우고 강촌을 누볐었지요;;; 다시 유준상·추상미의 ‘네발 자전거’로 돌아오면,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유준상은 자신이 사법고시생이라는 것을 고백합니다. 유준상이 아직 고시 패스를 한 것도 아닌데, 고아에 문구점 점원으로 일하고 있던 만화가 지망생 추상미는 자격지심에 미대를 나왔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둘은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멜로드라마답게, 서로에 대한 마음을 불타오르지만 엇갈리고 맙니다.


2000년에도 <백정의 딸>이란 작품에서 함께하게 된 두 사람. 구한말을 배경으로 이때도 유준상은 약국집 아들이고 추상미는 백정의 딸이라 신분의 장벽이;;; (저 이것도 봤었지요!+.+)


그리고 세월이 흘러 유준상은 당연히 사시를 패스했고 그에게는 유복한 집안 출신의 약혼녀도 있습니다. 심지어 약혼녀는 추상미의 친구;;. 결혼을 앞두고 서로 인사차 만난 자리에서 ‘따앟’ 마주치고 만 두 사람. 별 수 있나요.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추상미에게 “반갑다, 친구야”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유준상도 마찬가지지요. 그렇게 어정쩡한 가운데, 하루는 약혼녀에게 급한 일이 생깁니다(그럼 안 만나면 될 것을, 이럴 때 꼭 자기 친구를 선약 자리에 보내는 사람이 있지요;;). 이렇게 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유준상과 추상미.


서로 다시 만나기로 했던 오래전 그날, 엇갈렸으나 사실은 엇갈린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 그리고 유준상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는 사실(멜로니까요;;)도 확인하게 되지만, 그 옛날에 그랬듯이 추상미는 자제력이 킹왕짱이라 일본으로 떠납니다. 가지 말라고 매달리는 약혼녀도 뿌리치고 유준상은 추상미를 붙잡기 위해 공항으로 오지만 결국 둘은 또 그렇게 헤어지고 맙니다. 요렇게 드라마가 끝났으면 제목이 ‘외발 자전거’였겠지요?(^^;;) 세월이 또 흘렀지만 기어코(!) 또 만나면서 끝이 납니다.      


안타깝게도, 옛날 작품인 데다 단막극이라 이미지를 찾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유준상 네발 자전거’ 등을 검색해 보시면 요 작품을 다룬 블로그를 몇 개는 찾을 수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시어요. 멜로에 대한 환상이 깨진 지 오래라 다시 곱씹어 보니 스토리는 좀 민망스럽지만 그래도 다시 보고 싶네요. MBC DVD 복사 서비스 가격을 알아보니 무려 37,400원!! 조만간 시골집 가면 비디오테이프 한번 찾아 볼랍니다. ‘네발 자전거’ 때문에 여기저기 검색하다 보니 비디오테이프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 주는 서비스가 꽤 있네요(왜, 이걸 이제야;;;).


마지막으로, 자전거는 웬만하면 각자 타는 것으로! 네발 자전거, 보기나 좋지(응?) 타 보면 힘만 듭디다. 네발 자전거 타고 깔깔거리며 데이트하는 것도 드라마라 가능한 것이란 사실!^^
 

그러니까 드라마나 가능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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