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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25

진정한 자립 - '시설적 인간'에서 벗어나기! 탈시설하라! 이 거대한 시설로부터 ‘시설’에 대한 내 첫 기억은 16살 무렵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보았던 시설은 산 속에 위치한 노인 요양원이었다. 엄마가 요양원에서 잠깐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여서 엄마를 데리러 요양원에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생각보다 제법 크고, 다소 삭막해 보이는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굉장히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바깥에는 어느 누구도 있지 않았다. 건물 외관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건물 안의 모습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건물 안에 들어섰을 때 나를 바라보던 힘없고 무기력한 수십 개의 눈동자들을 아직도 기억한다. 들어서자 마자 나를 향해 집중되던 그 눈동자들에 대한 공포는 지금도 선연하다. 내가 ‘시설’을 두 번째로 만나게 된 것은 활보 일.. 2016. 1. 8.
활보 3개월차, 제 시간에 밥을 먹을 수 있는게 제일 좋습니다 밥심으로 활보하기 장애인활동보조를 가지고 글을 쓰라고 했을 때 아무런 주제가 떠오르지 않았다. 타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이 글을 통해 타인에 대해 할 이야기도 없고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는 내가 장애인활동보조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쓰면 되는 것이다. 그러고나니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감이 잡혔다. 바로 내가 장애인활동보조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부터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활보를 처음 하게 된 내 이야기이다. 연구실에서 장애인활동보조를 가장 먼저 한 G군이 있다. 당시 나는 트럭에서 택배 물건을 나르는 일을 하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활동보조를 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활동보조라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좋은 일이었다. 게다가 G군이.. 2015. 8. 7.
체감 거리 제로(0)의 현장실습, 활보를 통해 배운 것들 체감 거리 0mm 활보 속의 공부 공부하는 백수들에게 활동보조인 일은 종합선물세트다. 돈 솔찬히 주고, 시간 맘대로 정할 수 있고, 남들이 인정해주는 일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종임에 분명하다. 이정도만 해도 활보는 실로 특A급 일거리다. 그런데 장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일을 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어떤 공부를 할 수 있나? 한마디로 말해서 ‘한 몸이 되는 공부’를 할 수 있다. 활보 일은 식사, 목욕, 신변처리 등의 모든 생활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개인 경호원처럼 1:1로 매우 밀접하게 붙어있다. 나는 주 5일 일하면서 하루에 7시간 동안 이용자 T를 만난다. T와 나는 현재 물리적으로 누구보다도 가장 오래 있는 사이이고, 가장 가까운 사이이다.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2015. 6. 19.
'활보'하는 백수들 : 다른 방식으로 만나는 세상 활보활보 시즌 투 :'활보'하는 백수들언니와 함께하는 월요일 4시. 지하철역에서 언니를 만난다. 이용자인 L언니와 나 모두에게 큰 언니 같은 오전 활보님과의 교대. 이때부터 나의 수다는 시작된다! 먼저 연구실에서 어떤 반찬을 야금야금 가져왔는지 메뉴를 공개하면서, 미리 저녁 식사 시간이 얼마나 즐거울지 예측해본다. 언니는 비위가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내가 챙긴 모든 반찬을 언니가 먹을 수 있는 경우는 (좀 오버하면) 로또 맞을 확률 정도다. 그래서 모든 반찬이 검열 통과된 날은 기분이 매우 뿌듯하다!! 호호. 그 다음엔 어젯밤에 잘 잤는지 안부를 묻는다. 사실 답은 언제나 NO이지만. 그 속에서 세밀한 결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10%의 밀도 낮은 No일 땐 수다를 이어가고 90%의 밀도 높은 No라.. 2015.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