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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선생111

이익[利]과 묵자와 비장 - 정확한 사랑과 미움 #이익-묵자-비장 정확한 사랑과 미움 우리 사회에서 사십 줄이 넘은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공(功)을 내세워 이익을 취하는데 그리 능하지 못하다. 아마 유교의 영향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의(義)에 밝고 소인은 이(利)에 밝다”라며 이(利)에 밝은 것을 극히 경계했었다.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다른 구성원들의 원망이 높아진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利)’라는 말은 벼 화(禾) 자와 칼 도(刀) 자로 만들어진 회의 문자다. 칼로 벼를 베어 수확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이익’이나 ‘유리한 것’이란 의미가 나왔다. 내 것이 남들보다 잘 든 칼처럼 잘 풀리는 것이다. 전통적인 유가에서는 이런 이익을 바라면 소인으로 낮춰 말한다. 너도 나도 이익을 탐하면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서로 .. 2014. 11. 26.
청소년 독자들과의 만남 ― 같이 읽고, 지성을 나누고자하는 우정 철학의 종착지 열흘 전에 어떤 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고등학교 2학년인데, 중남미(“중년남성을 위한 인문 의역학”이라는 감이당의 중년 공부프로그램)에서 공부하시는 선생님의 제자라고 하면서, 『자기배려의 인문학』으로 친구들과 독서토론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친구들과 함께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정중한 내용의 문자였다. 혹시나 해서 나는 책은 다들 읽었냐고 물었다. 같이 동아리를 하는 친구가 열 한명인데, 모두 읽었노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책에 대해 독후감도 썼다는 것이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내 주변에선 어렵다고 내 책을 전혀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완독했다는 사람도 찾기 힘들다. 사실 어려워서 안 읽기도 했겠지만, 그것보다는 시간 내어 읽을 만큼 내 책이 중요하거나,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기.. 2014. 11. 12.
험하고 어려운 때를 당하면 물 흐르듯 흘러라! - 중수감 주역의 2번째 괘 - 중수감 평평하게 하라 둘째는 초딩 3학년이다. 이제 좀 크자 둘만 집에 있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요일 점심 무렵 아내가 큰애를 도서관에 데려가는 때면 늘 그렇다. 엄마는 그 사이에 해야 할 숙제를 잔뜩 주고 떠난다. 밀린 글 숙제에 낑낑대는 아빠 옆에서 문제를 풀기도 하고, 장난감을 갖고 딴짓을 할 때도 있다. 혼자 딴짓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아빠가 이야기도 걸고 장난도 쳐주지만, 아이는 나이 든 아빠와 노는 것이 그리 재밌지만은 않다. 아빠의 감각이 또래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도 잠시, 아빠는 자기 볼 일이 급해서 아이와 깊이 놀아주지도 못한다. 이내 아빠와 노는 것이 시들해지고 만다. 서로 따뜻한 마음이 사라진다. 아마 자기 생각만 하는 것일 게다. 그래서인지 이제 .. 2014. 11. 6.
열자, '아내에게 돌아가다' #아내-열자-심(心) 아내에게 돌아가다 『열자』(列子)는 장자보다 앞서 살았던 열자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이 책에 나온 열자는 좀 덜 떨어진 사람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정나라(열자는 정나라 사람이다)에 계함이라는 무당이 살았다. 이 무당은 어찌나 귀신같던지 사람이 죽는 날짜까지 알아맞혔다. 열자가 이를 보고 감탄을 그치지 않는다. 아뿔싸, 이 주변머리 없는 열자는 스승인 호구자에게 발칙하게도 그 무당이 스승님보다 더 지극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짓을 하고 만다. 이게 열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줄이야. 호구자가 그 무당을 불렀다. 무당이 찾아와 호구자의 관상을 보고 나와서, 열자에게 이렇게 이른다. “아아, 당신 스승님은 죽을 것이오. 나는 물에 젖은 재를 보았소.” 열자가 기겁을 하.. 2014.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