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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별만은!! 동서양이 함께 본 별자리

by 북드라망 2014. 2. 26.

동양별자리 VS 서양별자리?



아동출판계의 스테디셀러, ‘why 시리즈’, 제가 어렸을 땐 ‘왜’ 시리즈였습니다. 시리즈명이 ‘왜’였던 건 아니고, 제목이 다 ‘우주는 왜’, ‘지구는 왜’ 이렇게 되어 있었거든요. 좌우간 저도 어렸을 때 요 시리즈를 아니 읽지는 않았으나, 만화로도 저에게 과학이란 분야는 참~ 어려웠다, 요런 기억만 나네요. ‘우주는 왜’를 보고였을 것 같은데, 책을 보며 나도 별자리를 다 찾아보겠노라, 했다가 밤하늘의 별에는 선이 그어져 있지 않은 걸 보고 멘붕에 빠진 후, 별자리라고는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만 아는 아이로 그냥저냥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17세였던 어느 날, 학교에서 충북 괴산 산자락으로 수련회를 가게 됐습니다. 개인별로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가 있었는데, 풍물반 같은 것도 있었고, 별을 보는 반도 있었지요. 저는 별을 봤습니다. 그때 별보기 프로그램 담당자는 일명 ‘어린왕자’ 선생님. 그… 그러고 보니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17년이 흘렀네요. 그럼에도 제가 어린왕자 선생님을 기억하는 이유는,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 말고 다른 별자리를 처음으로 알려준 분이기 때문입니다. 달 근처에서 주먹만 하게 빛나던 별이 목성이라는 걸, 그 근처에 목성만큼은 못하지만 꽤 빛나는 별이 백조자리의 데네브라는 걸 가르쳐주셨던 분이시지요. 그리고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처음 읽게 한 분이구요(네, 열일곱에서야 읽었습니다. 흠흠).
 

저희 북드라망의 따끈따끈한 신간, 북드라망서당 시리즈의 ‘무려’ 세번째 책, 『별자리서당:삶의 지혜가 담긴 동양별자리 이야기』(이하 『별자리서당』)를 편집하던 중 백조자리에 관한 부분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어린왕자 샘이 떠올랐습니다. 고딩이었던 저희들에게 “데네브란 이름 석 자는 외도의 심볼이라는 것을”(151쪽) 알려주지 않았던 건 배려(?)였을까… 하면서요.

1997년 10월, 제가 봤을 것으로 추정되는 밤하늘을 별자리 관측 프로그램으로 재현해 놓은 것입니다. 다시 보고 싶은 밤하늘들 없으신가요?^^



그런데, 『별자리서당』이 ‘동양별자리 이야기’라면서 백조자리 같은 서양별자리 이야기도 나오냐구요? 네, 나옵니다. 많~이 나와요. 그래서 저처럼 28수를 처음 만나시는 분들도 그렇게 어색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 서양별자리도 하늘에서 못 찾기는 매한가지이지만, 그리스로마 신화 덕분에 서양별자리나 별이름은 많이들 들어보시지 않았습니까. 데네브도 그렇고, 스피카(걸그룹 말고 처녀자리의…;;)나 베가(21세기 한국인에게는 이병헌의 베가가 되어 버렸지만, 원래는 거문고자리의 별이죠^^) 같은. 28수의 ‘얘’가 저쪽에선 ‘쟤’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것도 은근 재미있습니다…만, 진짜 ‘빅 재미’는 따로 있습죠. 동양별자리와 서양별자리 사이에 (그닥 엄청나진 않지만^^;; 그래도) 반전이 숨어 있었으니…, 그것은 의외로 같은 별에 대한 동서양의 해석이 비슷했다는 것! 거리상으로 어마무지하게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 하늘의 별을 보고 같은 생각을 했다…… 이런 게 낭만이죠!(저는 잘 모르는 단어지만…;; 훗훗)



동청룡의 각수 혹은 처녀자리의 스피카


겨우내 꽁꽁 얼어붙어 있던 하늘을 사정없이 들이받는 동청룡의 각수(角宿). 위쪽의 우각(右角)과 아래쪽의 좌각(左角)을 이으면 영락없는 동청룡의 뿔[角]이 됩니다. 이중 아래의 좌각이 바로 처녀자리의 알파별(별자리를 이루는 별들 중 가장 밝은 별), 스피카입니다. 처녀와 용뿔이라…, 정말 쥐뿔만큼도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이 둘은 동서양 공히 봄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답니다. 용은 물속에 사는 동물입니다. 물속에 잠겨 있던 용이 하늘로 솟아올라 별자리가 된 것이 동청룡 7수인데요. 물은 오행상으로 수(水)의 기운, 즉 겨울의 기운을 상징합니다. 그러니까 하늘에 동청룡이 ‘떴다’는 것은 이제 수의 다음 스텝인 목(木)의 계절, 봄이 왔다는 뜻이지요. ‘각·항·저·방·심·미·기’ 동청룡의 첫번째 별인 각수는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셈이 되구요.

그럼 이제, 처녀자리의 스피카를 볼까요? 이 처녀는 최진사 댁 셋째딸……이 절대 아니고,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무남독녀 외동딸입니다. 이름은 페르세포네. 그런데 이 옥 같은 딸을 저승의 신 하데스가 지하세계로 데려가 버립니다. 그 사실을 알게 데메테르는 시름에 잠기고 대지의 모든 작물은 시들어가게 되죠. 보다 못한 제우스가 나서서 “페르세포네 친정 보내기 프로젝트”(118쪽)를 실행합니다. 하데스를 설득시켜 1년 중 석 달만 지하세계에 머물게 하고 나머지는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게 한 것이지요. 하데스가 지하세계에 가 있는 동안을 사람들은 겨울이라 불렀구요. 동쪽 하늘에서 스피카가 떠오르면 사람들은 땅속에 가 있던 페르세포네가 다시 돌아왔다고 믿었습니다. 봄이 온 것이지요.


이맘때쯤의 동쪽 봄하늘. 오른편의 화성 옆에 동그랗게 표시되어 있는 별이 각수의 좌각성, 스피카입니다. 스피카와 연결되어 있는 별자리가 처녀자리이구요.



입춘경에는 밤 11시 40분은 넘어서야 동쪽 지평선에서 모습을 드러내던 각수 혹은 스피카는 우수의 이후(二候)에 들어선 지금은 10시 15분만 되어도 뜹니다. 시간이 더 가면 좀더 빨리, 오래 이 별을 만날 수 있게 되겠지요. 때마침(응?) 걸그룹 스피카도 신곡 ‘you don't love me’를 들고 컴백을 했네요. 하늘에 스피카의 기운이 충만한 이때, 스피카 아가씨들도 두각(이때도 각수의 ‘각’을 씁니다^^)을 드러내게 되길 빕니다!^^



동청룡의 꼬리 미수 혹은 전갈자리의 꼬리 샤울라


한쪽에서는 청룡, 다른 쪽에서는 전갈. 비록 종은 다르지만 이 별들을 보고 꼬리를 연상시켰다는 점이 참 재미있습니다. 우리에게서는 오래전에 떨어져나간 것이라 긴가민가하실 텐데, 꼬리의 기능은 대개 이렇답니다. 첫째, 중심을 잡는다. 둘째, 감정을 표현한다. 셋째, 세력을 나타낸다. 꼬리는 음양 관계로는 음에 해당하는데요. 요것을 꼬리의 첫번째 기능과 연결시켜 보면 꼬리는 ‘중심을 잡는 음(陰)’이 되는 것이지요. 중심은 천자(군주)의 상징이기도 하니, 그를 잡는(?), 음은 두말할 것 없이 ‘여자’가 되겠습니다. 해서, 미수는 여성의 별입니다.
 

동양별자리 28수에는 ‘여수’(女宿)라고, 아예 ‘나는 여자입니다’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별자리도 있긴 합니다만, 미수와 여수의 차이가 있다면, 중심(천자)을 잡았느냐, 길쌈을 하는 베틀 앞에 앉았느냐의 차이입니다. 아무튼 미수는 총 아홉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별들이 바로 천자의 여자들을 상징한다고 합니다(꼬리의 세 가지 기능과도 뜻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나요?^^), 맨 꼭대기의 별은 역시 왕비인 후(1개), 그 아래로는 차례대로 부인(3개), 빈(3개), 첩(2개)이 있습니다(책에도 있지만 이때 부인과 첩은 보통명사가 아닙니다).


샤울라는 전갈자리의 꼬리 부분에 있습니다. 보이시죠? ^^



첩의 별이자, 미수의 여덟번째 별은 전갈의 독침을 뜻하는 전갈자리의 ‘샤울라’입니다. 전갈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안타레스이지만, 미수 중 가장 밝은 별은 샤울라입니다(역시, 첩이 예쁘네요, 흑).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팜므파탈의 별인 것이지요. 인터넷 뉴스를 보니 프랑스 대통령이 전 동거녀와 얽힌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는 듯합니다. 전 동거녀가 자신과 헤어진 대통령에게 ‘파멸시키겠다’는 문자를 보내와 파란이 일고 있는데, 프랑스 남동쪽 하늘에서는 전갈자리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네요. 하지만 샤울라는 동틀 무렵에나 지평선 위로 올라오게 되니 발레리가 뜻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켜보죠, 뭐.^^

자, 오늘의 맛보기는 여기까지. 서양의 천칭자리와 닮은 저수(氐宿), 희생제의에 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는 누수(婁宿)와 양자리, 학문과 예술의 의미를 되새기는 페가수스자리와 벽수(壁宿) 등등에 관한 이야기는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셔요!^^
       


편집자 k


별자리 서당 - 10점
손영달 지음/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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