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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뜨겁게, 겨울을 보내는 방법!

by 북드라망 2013. 11. 26.

잃어버린 몸과 우주의 리듬을 찾아서!



‘바이오리듬’은 널리 알려진, 일종의 ‘몸 상태 예측도’라고 할 수 있다. 신체, 감성, 지성으로 구분하여 그 활동력을 보는 것. 원리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1906년 독일에서 환자들을 진찰한 통계를 바탕으로 성립되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점은 각각의 리듬이 ‘주기’를 가진다는 것이다. 신체리듬은 23일, 감정리듬은 28일, 지성리듬은 33일의 주기를 가지고 반복된다. 생존일수 기준으로 각 주기를 나누는 방식이기 때문에 ‘같은 날에 태어난 사람들은 모두 같은 리듬인가?’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점(占)이나 재미요소 정도로 생각되곤 한다.(바이오리듬을 보고 싶은 분들은 여기를 클릭!)


계산 후 나온 수치가 양(+)일 경우가 고조기이며, 음(-)인 기간을 저조기라고 하며, 양에서 음으로 된 첫 날이 위험일이다. 이를 그래프로 표시하면 어딘가 익숙한 그림이 떠오른다.


이 방식이 익숙하다고 느끼는 것은, 봄-여름-가을-겨울-봄… 이렇게 이어지는 자연의 리듬도 고조기가 있고, 저조기가 있기 때문이다. 겨울은 바이오리듬으로 보면 음의 시기, 즉 저조기에 해당한다. 거세게 부는 찬바람은 외출보다는 방 안을 장려하고(!), 나무며 곤충이며 동물들도 이 시기에는 어딘가에 꽁꽁 숨어 추위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월령』에서는 “천지가 서로 통하지 않고 꽉 막혀서 겨울을 이룬다”고 하였다. 하늘도 땅도 문을 닫아 걸고 있는 상태를 겨울로 본 것!


그런데 이러한 음/양의 구분법에서 조심해야할 것이 있다. 그래프로만 생각하면, 겨울에는 음(-)이 100이고, 양(+)은 0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음양은 늘 함께 움직인다. 음이면 음이고 양이면 양이지, 음양이 함께 움직인다는 게 뭘까. 이것은 음양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햇살이 비치는 언덕을 예로 들어보자. 이 언덕은 하루 중 동쪽과 남쪽이 서쪽과 북쪽에 비해 많은 햇빛을 받는다.(남향집을 선호하는 이유!) 그래서 동쪽과 남쪽이 양(陽)이고, 서쪽과 북쪽이 음(陰)이다. 동쪽은 남쪽보다 햇빛을 덜 받는다. 그래서 남쪽은 양 중에서도 양(陽中之陽), 동쪽은 양 중에서도 음(中之)이다. 서쪽과 북쪽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사상이 바로 이런 분화를 통해 나왔다. 양 중의 양이 태양, 양 중의 음이 소양, 음 중의 양이 소음, 음 중의 음이 태음인 것이다. 이것을 사람의 체질로 분류한 것이 바로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상체질’이다. 같은 계절이라도 느끼는 감도가 다르다. 추운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한국의 겨울이 따뜻하게 느껴질 테고, 더운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몸서리치게 춥게 느껴질 테니까 말이다.   


우리의 몸도 배쪽이 음, 등쪽이 양이다.


여름이 제아무리 뜨거워도 우리를 녹여 버리거나 불에 태워 버리진 않는다. 그런데 겨울은 다르다. 물이 얼고 땅이 어는 순간 먹거리들은 자취를 감춘다. 동시에 물과 땅이 언다는 것은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기로 이루어진 우리의 몸도 얼어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숨겨진 양기와 봄이라는 것은 다음 해에도 살아남겠다는 생명의 강한 의지를 말한다.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생기면, 내부에는 팔팔한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뭐든 붙잡고 버티고 싶어진다. 내부의 뜨거움이 겨울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절기서당』, 219쪽)


이처럼 겨울에도 양기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숨어있을 뿐이다. 겨울에 문을 꼭 닫는 것은 물론 추워서이기도 하지만, 새어나가는 양기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의미도 있다. 『월령』에서는 천자가 백성들이 문단속을 잘 해서 양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단도리했다는 표현도 나온다.


천자 역시 '때'에 맞게 정령을 내리는 것이 중요했다!


'월령'(月令)은 매달에 행하는 법령·규칙으로 보면 된다. 다섯 개의 경전 중 하나인 『예기』에 소속되었으며, 요즘 말로 치면 ‘매월 천자가 해야 할 일’이랄까. 봄에는 감옥에 있는 죄수들의 수갑을 헐겁게 해주고, 여름에는 맛있는 음식으로 기운을 차리게 하며, 가을에는 처벌을 하고, 겨울에는 무기와 감옥을 수리하는 계절별 죄수 관리법이 등장한다. 봄은 싹이 트는 기운이므로, 정치에 있어서도 인(仁)을 행하며, 여름은 만물이 바야흐로 무성해질 때이므로 예(禮)의 덕을 행하여 죄수들을 편안하게 해주며, 가을은 음기가 도래하여 만물이 숙연해지는 때이므로 의로움(義)의 덕을 행하여 비로소 죄를 묻고 판결을 하며, 겨울은 음기가 지극해 모든 것이 문을 닫는 때이므로 지(智)의 덕을 행하는 것이다.


만약 때에 맞지 않게 하면, 재해가 발생하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에 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모두 음양의 기운이 흐트러졌다고 봤기 때문이다. 즉, 당시에는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에 '따라' 사는 것을 가장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겨울은 문을 꽁꽁 닫는 시기이므로 성벽이나 성문을 수리하는 방식으로 행(行)한 것이다. 그러니 겨울철에는 “은밀하면서도 뜨겁게 양기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 어떻게? “관계 안에서” 양기를 만들어 내면 된다. 관계는 다른 기운이 교류하는 행위이므로, “두 기운의 마주침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생명 에너지를 만들게”된다는 것!


마침(!) 지난주 금요일에 부모님 댁에서 ‘김장을 할 것이니 반드시 오라’는 전갈이 왔다. 평소 같으면 춥고 귀찮아서 갈까 말까 망설였을 텐데 이번에는 두말 않고 가서 김장을 도왔다. 워낙 서툴러서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았지만, 온 식구가 모여서 하니 그래도 금방 끝났고 무한도전 본방사수도 할 수 있었다.^^;


『절기서당』은 이렇게 얘기해준다. “… 이 추운 겨울을 버텨 내기 위해, 지금 자기 옆에 있는 사람들을 귀중하게 모셔보자. 그 마음이 곧 우주다”라고. 올해는 많이 추울 거라고 한다. 그러니 가족뿐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도 온기를 나누는 일이 ‘마음’으로 전해지는 그런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마음이 바로 '우주의 리듬'에 동참하는 게 아닐까? 부디 동참할 수 있기를!


마케터 M



은밀하고 뜨겁게! 만나고 나누는 겨울로!


절기서당 - 10점
김동철.송혜경 지음/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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