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보약, 총명탕
커피 권하는 사회
공부를 하는 이들에겐 늘 시간이 모자란다. 매일 6~7시간 정도의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며 잠과의 전쟁을 벌인다. 한 지인은 외국 명문대에 자녀를 보낸 비결이 진한 커피를 수시로 먹여서 잠을 3시간 정도로 줄인데 있다면서 자녀를 공부 잘하게 하려면 커피를 먹이라고 권한다. 박카스에서 핫식스까지 밤을 밝히는 많은 각성제 음료들이 창궐하고 있다.
공부할 때 슬픈 명언이 있죠. 오늘 자면서 흘린 침이 내일의 눈물이 된다! 그래도 잠은 잡시다!!
최근에는 ‘공부 잘하게 하는 약’이라 하여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장애 치료제인 향정신성 약품을 자녀에게 권하는 부모도 많다. 게다가 머리 좋아진다는 약이 신약(新藥)이라는 이름으로 적잖이 출시되고 있다. 한방에 총명탕이라는 약이 있다. 커피처럼 몸을 상하게 하지도 않고 약의 부작용 걱정 없이, 보약이면서도 공부를 잘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애들 공부에 관심 많은 부모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총명탕을 복용하면 정말 머리가 좋아져서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일까?
뻥 뚫어서 편안하게, 건망치료 삼총사
조선시대에도 공부를 잘하고 싶은 욕망이 강했던 것 같다.『동의보감』에는 총명탕 이외에도 불면증이 있거나 기억을 잘 못하고 잘 잊어버리는 자가 복용하면 하루에 천 마디 말을 외우고 흉중에는 만 권의 책을 저장할 수 있다는 ‘장원환’, 글공부를 공자나 주자의 경지에 가게 한다는 ‘주자독서환’, 공자가 기억력을 높이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먹었다는 ‘공자대성침중방’ 등 처방만 보아도 너무도 노골적으로 공부욕심을 낸 약들이 소개되어 있다. 물론 이 약들도 총명탕과 마찬가지로 건망증 치료약이다.
이 약들의 구성 원료를 살펴보자. 장원환에는 원지· 백복신· 석창포. 주자독서환에는 원지· 백복신· 석창포. 공자대성침중방에는 원지와 석창포. 총명탕에는 원지· 백복신· 석창포가 들어가는 등 모두 원지와 백복신, 석창포를 공통재료로 삼고 있다. 이들 약재는 어떤 효능이 있어서 총명탕 등 공부를 잘하게 하는 약에 들어가게 됐는지 알아보자.
공부 야근(?)을 자주 하셨던 세종대왕님도 총명탕을드셨을까요?
먼저 원지(遠志)는 안신약(安神藥)이다. 정신을 안정시킬 뿐만 아니라 정신이 흐려지지 않게 한다. 폐경과 심경으로 들어가 담을 제거해 정신을 맑게 한다. 遠志(뜻을 오래 기억한다)라는 이름의 뜻처럼 기억력 증강과 건망증 치료에 쓰이는 약재이다. 백복신(白茯神)은 이수삼습약(利水渗濕藥)이다. 비(脾)는 지나친 습기를 싫어하는데 이 습기를 적당히 조절해주면서 비를 건강하게 해주는 것이 백복신이다. 석창포(石菖蒲)는 개규약(開竅藥)이다. 심규(心竅)는 심장의 명령이 나오는 곳이다. 그런데 노폐물인 담(痰)이 심장의 구멍을 막으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심하면 쓰러지기까지 한다. 이렇듯 담을 제거해 기(氣)의 통로를 열고, 정신을 맑게 하며 정신의 기능을 북돋운다. 인체에서 맑은 기운의 상승을 돕게 되므로 정신이 혼미하거나, 머리가 맑지 않고 기억력이 저하되거나, 치매 등의 증상에 효과가 있다.
정신의 문제가 생기면 뇌가 아니라 심(心)을 치료해야한다. 왜냐하면 한의학에서는 정신의 사유능력을 다루는 장기를 심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세 약은 인체에 해가 없는 약으로 모두 심경으로 들어간다. 심장을 편하게 하여 불안감과 긴장감을 없애준다. 마음을 안정시키며 머리를 맑게 해줌으로써 기억력과 집중력이 좋아지게 되어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이다.
총명탕은 건망증의 약!
총명탕(聰明湯)은 중국 명나라 때 태의원(太醫院)의관이었던 공정현(龔廷賢)이 창안했다. 기억력 감퇴와 건망증 등의 병증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으며 머리 좋아지는 약으로 알려져 있다.
(총명탕은) 잘 잊어버리는 것을 치료하는데, 오랫동안 먹으면 하루에 천 마디 말을 외울 수 있다. 백복신, 원지(감초로 달인 물로 축여 심을 제거한 다음 생강즙으로 법제한 것), 석창포 각각 같은 양. 위의 약들을 썰어서 매번 3돈씩 물에 달여 먹는다.
─ 『동의보감』,「내경편」, 법인문화사, 281쪽
건망증은 갑자기 하던 일을 잊어버리고 생각이 나지 않는 증상이다. 건망과 같은 정신작용과 관련된 장기는 비(脾)와 심(心)이다. 건망증이 생기는 원인과 치료법을 『동의보감』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것(건망증)은 사려를 과다하게 함으로써 심(心)이 상하게 되면 혈이 소모되고 흩어지게 되어 신(神)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게 된다. 비(脾)가 상하게 되면 위기(胃氣)가 쇠약해지고 피곤해지거늘 오히려 사려는 더욱 깊어지는 것이니 두 가지는 모두 사람으로 하여금 하던 일을 갑자기 잊어버리게 한다. 치료하는 방법은, 반드시 먼저 심혈(心血)을 보양하고 비토(脾土)를 다스리며, 정신을 안정시키는 약제를 써서 잘 조리해준다. 또한 조용한 거처에서 안락하게 지내며 우려를 끊고, 육음(六淫)과 칠정(七精)을 멀리하는데 이렇게 하면 나날이 안정된다.
─ 『동의보감』 「내경편」,법인문화사, 280쪽
건망증 치료약인 총명탕이 공부를 잘하게 해주는 약이 된 것은 건망증 치료의 원리와 같다. 그 원리는 생각을 주관하는 소화기 비(脾)를 통하게 해주고 마음작용을 담당하는 신(神)의 거처인 심을 통하게 하는 것이다. 생각이 많으면 소화기인 비위의 기능이 떨어져 영양이 공급되지 않아 체력 뿐 아니라 기억력도 떨어진다. 다시 말하지만, 총명탕은 정신의 처소인 심을 통하게 하여 마음을 안정시킨다. 불안감과 긴장감을 없애고 머리를 맑게 해줌으로써 기억력과 집중력이 좋아지게 되어 공부를 잘하는데 도움이 된다.
잠과 영양
어떤 학자가 책 읽는 것을 너무 좋아하여 밥 먹는 일마저 잊어버리곤 하였는데, 하루는 자줏빛 옷을 입은 사람이 앞에 나타나서 "당신은 너무 생각을 많이 하지 말라. 만약 지금처럼 계속하면 죽는다."고 하였다. 선비가 웬 사람인가 하고 물었더니, 그는 "나는 곡식의 신이오."라고 하였다. 이에 학자는 책 읽고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음식을 이전과 같이 먹었다고 한다.
─『동의보감』, 「내경편」, 271쪽, 법인문화사
밥 먹는 것을 잊을 정도로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먹어야한다. 정신활동의 근간인 신(神)은 먹은 음식물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총명탕은 공부를 잘하기 위한 2가지 조건을 말해준다. 비위가 잘 통하여 영양대사가 원활해야 한다는 점과 심을 통하게 하고 강화해 맑은 정신과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총명탕은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긴장시키는 커피와 같은 각성제와는 오히려 반대로 작용한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잠을 줄여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잠을 줄여 공부시간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잠을 자지 않으면 기억으로 저장되지 않는다. 기억으로의 저장은 심이 안정되고 잠을 자야만 가능한 것이다.
어디서든?! 잠은 푹 자고 심이 안정된 상태에서 공부합시다!
머리를 좋게 하는 약은 없다. 약 이전에, 기본에 충실하자.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충분한 잠과 영양이다. 거기에 동기부여를 통한 자기의지가 더해진다면 몸과 마음이 다 공부할 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항상 기본을 잊고 눈에 보이는 결과, 그것도 단기적인 성과를 취하려고 약이나 카페인에 의존함으로써 몸을 해친다. 공부를 잘하는 기본은 충분한 잠과 영양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송미경(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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