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속 시원한 소화제 속 본초들, 자주 드시지는 마세요

      국민소화제! 부채표소화제?

꺼억... 이제야 좀 살 것 같군.

우리 아들은 음식을 빠르게 먹는 편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딸은 조금씩 천천히 먹고 자기 양이 차면 대개 숟가락을 놓는데 반해 아들은 빠른 속도로 자기량을 먹고 엄마를 위해서 조금씩 남는 음식도 처리해 준다. 그러고는 꺽꺽거리다 부채표소화제를 찾는다. 그러다 보니 늘 집에  부채표소화제를 몇 병씩은 준비해 놓게 된다. 

비단 우리 아이 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소화가 안 되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것이 부채표소화제다. 일단 그 역사가 오래되어 나이 드신 분들에게도 익숙하고, 또한 맛이 콜라나 청량음료와 비슷한지라 이런 맛에 익숙한 아이들도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부채표소화제가 소화제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소화불량이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증세를 호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신체적 차이를 무시한 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부채표소화제를 먹여도 되는 걸까? 조금만 식탐을 부리면 찾아오는 소화불량과 그것의 해결사 부채표소화제! 그 궁합을 살펴보고자 한다.

소화제의 꽃 평위산(平胃散)

부채표소화제를 보면 참 많은 것들이 들었구나 싶다. 11가지나 되는 성분들을 오글오글 모아 거기다 탄산가스를 살짝 가미시킨 것이 부채표소화제다. 누구나 한 번 쯤은 먹어봐서 알겠지만, 마시는 순간 톡 쏘는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톡 쏘는 듯한 맛은 청량감을 주기 위해 콜라나 사이다에도 들어 있는 탄산가스다. 그런데 이것은 맛을 내는 조미료와 같은 것일 뿐이고, 실제 부채표소화제는 평위산을 중심으로 다른 약제를 가감한 처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쉽게 만나는 약인지라 약이라가 보다는 비타민음료 같은 건강음료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조금만 과식해도 바로 주저 없이 부채표소화제를 찾는 것이다.


평위산의 재료들


부채표소화제에 들어있는 약재는 크게 감초를 뺀 평위산(창출, 진피, 후박)과 육계, 건강, 현호색, 육두구, 고추틴크와 같은 뜨겁고 매운맛을 가진 약재와 아선약, 멘톨. 정향과 같은 휘발성 정유 성분을 가진 약재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들이 어우러져 친근한 소화제가 되는 것이다. 먼저 부채표소화제의 중심이 되는 약재인 평위산을 살펴보자. 이것은 글자 그대로 위를 고르게(편안하게) 해주는 가루다. 그래서 예전부터 대표적인 한방소화제로 널리 사용되었다.  



비위(脾胃)가 고르지 못하여 음식 생각이 없고 명치 아래가 불러 오르고 아프며 구역질과 딸꾹질이 나고 메스꺼우며 트림이 나면서 신물이 올라오고 얼굴빛이 누렇게 되며 몸이 여위고 노곤해서 눕기를 좋아하며 자주 설사를 하는 것과 곽란 등을 치료한다. 

─ 동의보감 내경편


동의보감에 나오는 평위산에 대한 설명이다. 평위산이 비위와 관련된 많은 병증에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위는 우리의 장기 중에서도 가장 탈이 자주 나고, 증상이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장기다. 잠깐 비위의 작용을 살펴보자.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이 식도를 거쳐 위장에 이르면 위가 그것을 받아들여 소화시키기 위한 소화액들을 동시에 분비한다. 이것은 음식물을 흡수하기 쉬운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흡수된 음식물의 영양분은 각 장기로 보내진다. 이러한 과정 덕분에 인체는 에너지를 얻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가 바로 비위다. 비위가 이런 과정을 자연스럽게 행하면 건강하고 고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적으로 잦은 폭음과 폭식으로 비위를 멍들게 한다. 그러니 비위가 고르지 못하고 병이 나는 것이다.




비위는 조해서 음식을 받아들이지만, 비습(脾濕)이 적셔 주어야만 음식을 소화시킬 수 있다. 비기(脾氣)가 부족하면 조(燥)병이 되고 반대로 너무 지나치면 습(濕)병이 된다.

─ 도표본초문답


비위는 조와 습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지만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비기가 부족하면 조병이 생기거나 습병이 생긴다. 그것은 겉으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의역학적으로 비위는 오행상 토에 배속되며 색으로는 황색을 의미한다. 그래서 비위가 고르지 못하면 얼굴빛이 누렇게 뜨는 것이다. 소화기관이 약한 경우 담즙의 문제로 얼굴이 누렇게 뜨는 경우가 바로 그러한 예다. 

또한 동의보감에서는 비위가 사지를 주관하고 비위가 건강하면 사지의 기육(肌)이 충실하다고 하는데 그것은 앞서도 살펴봤듯 비위가 소화과정을 통해 인체에 꼭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위의 병을 앓는 사람을 보면 사지에 힘이 없고,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축 처지게 되는데 이때 큰 도움이 되는 약이 바로 평위산이다. 평위산을 구성하는 약재는 모두 맵고 따뜻하다. 이런 맵고 따뜻한 성질은 위을 자극하여 위액분비를 촉진시키고, 기혈순환을 빠르게 하여 문제가 되는 습을 발산시킨다. 매운 고추를 먹으면 얼굴에 땀이 나고 입안이 화끈거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성질이 습을 조절하고 기혈순환을 활발하게 해주어 비위가 화평하고 사지가 편안하도록 해준다.


아휴 비위 탓인지 만사가 귀찮다.


내가 아는 김모 여사는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다가 평위산을 먹고는 평위산이 최고의 소화제라며 위가 불편하기만 하면 평위산을 찾는다. 다행히도 김여사와 평위산의 궁합이 잘 맞은 것이다. 반면 평위산의 맵고 따뜻한 약성으로 인한 발산 작용으로 오래 복용하면 오히려 비위의 기운이 상할 수도 있다. 따라서 소화불량이라고 해서 무조건 평위산을 먹어서는 안 된다. 비위가 허한 사람은 가급적 삼가야해야 하며, 비위가 건강한 사람이라도 오랫동안 복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뜨겁고 자극적인 재료들


이번에는 부채표소화제 속에 들어 있는 뜨거운 성질의 약재들을 살펴보자. 육계, 건강, 현호색, 육두구, 고추틴크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비위를 데워서 통증을 없애 줄 뿐 아니라, 비위의 양기를 북돋우며 장운동도 조절해 준다. 이것들은 기미(氣味)가 맵고 아주 뜨거운 약재의 특성을 살려 찬 기운으로 인해 발생한 복통, 창만을 풀어주고, 배탈과 설사를 멎게 해서 비위와 장을 편안하게 해준다. 보통 우리는 소화가 안 되거나 속이 불편하면 ‘엄마 손은 약손’처럼 손으로 복부를 마사지해서 열을 내거나, 따뜻한 팩을 대어주어 통증을 감소시키는데, 이것도 위의 약재와 동일하게 열로써 뭉쳐 있던 위장의 근육을 풀어주는 원리다. 


몸은 데우는(?) 뜨거운 성질의 약재들


물론 이러한 약재들도 개인의 특성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약성이 뜨겁고 매운 성질을 가졌기 때문에 위산 분비가 많거나, 위염증상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평소에 열이 많아 변비가 잘 생기는 사람도 조심할 일이다. 특히 현호색은 임산부들이 주의해야 할 약재다. 현호색은 기미가 맵고 뜨거운 탓에 파기(破氣), 파혈제(破血劑)로 적취를 없애는데 사용하는데 만약 임산부들이 먹게 되면 유산의 위험이 있으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알아 볼 약재들은 아선약, 멘톨, 정향이다. 이것들은 휘발성 정유 성분을 이용한 약재로 위벽을 자극하여 위액분비를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위장운동도 증진한다. 가끔 부채표소화제를 먹고 얼굴이 붉어지거나 술 취한 증상들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휘발성 정유 성분 때문이다. 휘발성 정유 성분은 중추신경에 작용하여 각성효과나 마취 효과를 일으키는데 이 때문에 어지러움이나 술 취한 증상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부채표소화제의 성분구성은 평위산을 중심으로 한  맵고 따뜻한 약재와 자극성을 가진 약재들로 이루어져있다.

만인을 위한 소화제는 없다


처음 시판된 부채표소화제(1957년)에는 평위산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평위산이 첨가된 훨씬 강한 소화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 이유는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우리의 식습관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제 50년 전의 소화제로는 우리의 소화불량을 치료할 수 없다.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21세기형 소화제가 요구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식습관은 어떠한가? 가장 크게 변한 것 중 하나가 육식중심의 식생활이다. 이제 거의 하루에 한 끼 이상은 고기반찬을 먹는다. 아니면 생선이라도. 길거리에 파는 대부분의 요기꺼리도 자극적인 양념을 덧칠한 고기류다.

거기다 먹기는 또 적게 먹는가. 그러다보니 비위의 소화능력에도 비상이 걸렸고, 덩달아 소화제의 약효도 강화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 오늘도 식탐으로 인한,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한 소화불량을 소화제로 해결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 만인을 위한 소화제는 없다. 무턱대고 소화제를 먹기 이전에 식탐을 줄이고 식습관을 바꿔서 비위를 고르게 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맛있게도 먹는다. 하지만 과식하진마세요.


 강미정(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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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훔라 2013.04.01 13:48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마지막 사진에 빵 터졌어요 ㅋㅋㅋ 소화제는 누구나 먹어도 무방한 줄 알았는데 비위가 허한 사람은 삼가야겠군요! 소화제를 먹기전에 과식하는 이 식습관을 먼저 돌아봐야겠네요^^

    • 북드라망 2013.04.01 17:18 신고 수정/삭제

      지난 주 <무한도전>을 보니 먹는 모습 甲 자리를 놓고 하정우와 윤후(아빠 어디가)와 정준하가 함께 나오던데~
      박력있게 먹는 하정우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죠?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