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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이수영

[월간 이수영] 헤겔의 절대정신이란 무엇인가?

by 북드라망 2023. 8. 8.
글공방 나루에서 펼쳐지는 고품격 철학 수다!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월간 이수영>을 여기 북드라망에서 다시 만납니다. 『니체 강의 : 전복의 사유와 변신의 기술』의 저자 이수영 선생님을 따라 “함께 하는 것만으로 상위 1%가 돼버리는 초(超)지성의 장”에 여러분들을 초대하려고 합니다! 글공방 나루의 강의 소개에 의하면 “무슨 말인지 모를 수 있지만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다고 하는데요” 앞으로의 연재를 기대해주세요!



헤겔의 절대정신이란 무엇인가?

 

월간 이수영 2022년 9월호


우리는 헤겔의 ‘절대정신’에서 신이 가진 것과 같은 초월성이나 전체성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헤겔이 말하는 절대정신은 절대반지처럼 완벽하고 무진장한 인식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절대정신은 인간의 감각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인정하고, 우리의 바깥에 초월적이고 본질적인 대상은 없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헤겔이 이야기하는 절대성은 현실 그 자체입니다.
 

 

모순을 해결하며 발전해 나가는 의식
헤겔은 우리의 의식 상태가 여러 단계를 거치며 역사적으로 발전해왔다고 이야기합니다. 인식을 오성과 이성, 두 가지로 구분하는 칸트의 구도는 헤겔에겐 너무 정적(靜的)으로 보였습니다. 우리의 의식은 처음에 주관 바깥에 대상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대상을 인식하려고 노력하죠. 의식은 대상을 찾아가면서, 그 단계의 대상 개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치게 됩니다. 이 모순적인 상황을 새롭게 사유하게 될 때, 의식 상태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의식은 처음 단계인 감각적 확실성에서, 지각, 오성, 이성의 단계로 발전해 나갑니다.

그런데 헤겔은 ‘물자체’를 이야기하는 칸트의 철학은 아직 오성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합니다. 오성의 단계에서는 주변에 벌어지는 현상들을 다 설명할 수 없을 때, 바깥에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대상을 설정하게 됩니다. 이때 외부에 자족적으로 존재하는 초월적 대상이 바로 물자체입니다. 이러한 오성 상태의 의식을 벗어나게 되면, 이성의 단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성이 곧 절대정신입니다.
 

현실이 곧 이성이다
이성의 단계에 이르면, 우리는 세상의 어떤 대상도 우리의 의식과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주관 바깥에 존재하는 대상이 없어지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현실에서 인식하는 대상이 전부일 뿐입니다. 여기에서는, 기존에 우리가 외부에 물자체를 설정하며 가졌던 초월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런 초월적 시선이 사라지는 것이 우리에게 왜 중요할까요? 초월성을 전제할 때, 우리는 바깥에 회복되어야 하는 어떤 완전한 대상이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도달할 수 없는 대상과 비교하여 상실감과 결핍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이성, 즉 정신에 도달하는 것은 개념적으로 사유하지 못한 그 대상에 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대상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저 멀리서 찾고 있었던 유기적인 총체성이나 유토피아는 오성적 인식의 비일관성이 만들어내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죠.
 


초월적 시선을 거두게 되면, 현실 자체가 바로 우리 정신이 표현된 이성이 됩니다. 이성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상실한 물자체나 어떤 통일성을 회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런 것을 상실했던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헤겔의 절대정신은 신적 직관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유한성 안에 완전히 갇히는 것입니다. 어떤 현실이라는 대상도 우리의 이성이라는 매개를 통하지 않고는 나타날 수 없습니다. 이것이 “현실적인 것이 이성적인 것이고, 이성적인 것이 현실적인 것이다”라는 헤겔의 유명한 말이 의미하는 바입니다.


녹취 정리 - 양희영(글공방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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