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들뢰즈, 가타리 『안티 오이디푸스』 - '대중은 속았다'로는 부족하다

들뢰즈, 가타리 『안티 오이디푸스』 

- '대중은 속았다'로는 부족하다





적敵, 혹은 적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할 때마다 사로잡히는 하나의 가상이 있다.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고, 대중들은 거기에 속고, 속아서 지지하고, 그리하여 적들은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다'는 식의 가상이다. 이 가상은 합리적이고, 선하고, 훨씬 더 공정한 비전을 제시하는 '우리측'에 비해서 전근대적이고, 악하고, 극도로 부패한 적들의 지지율이 언제나 높은 이유를 스스로 납득해야 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게 아닐까 싶다. 여기에 투표로서 이른바 '민의'를 '대의'한다는 '대의민주주의'의 정식까지 들어와 버리면 머릿 속은 그야말로 뒤죽박죽이 되어서, 대중에 대한 혐오, 혹은 허무로 나아가가게 된다. 


차라리 이쪽이든 저쪽이든, 제3지대든 뭐든 모두가 속고 있다고 가정하는 편이 옳은 듯 하다. 말하자면, 이 세계는 얼마나 그럴듯한 '거짓'을 생산하는가를 두고 다투는 세계다. '진실'이라든가, '실체'라든가 하는 것은 시작부터 없었던 셈이다. 굳이 따져보자면, 더욱 강렬하게 원하는 것에 더욱 강력한 진실성이 부여된다고 봐야한다. 그리하여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가장 강렬하게 원하는 것'에 선善이나, 진리나, 합리성이나 그런 식의 이미지를 덧씌우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그저 '강렬하게 원한다' 그 자체에 머무는 편이 낫다. 이건 진리를 찾는 과정도 아니고, 실체를 가리는 가상의 장막을 걷어내는 일도 아니다. 그저 습관을 바꾸는 일일 뿐이다. 좀 더 나아가자면, 더 다양한 가상을 생산해 볼 수도 있겠다. 더 많이, 더더 많이……. 적敵이 거기에 그대로 있어도 아무 상관 없을 정도로 많이…….

안티 오이디푸스 - 10점
질 들뢰즈 & 펠릭스 가타리 지음, 김재인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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