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임신톡톡] 임신 중의 일상생활


‘외부의 태반’ 을 창조하라




자율적인 힘을 길러라 


이반 일리치의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를 보면 간디의 오두막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이반 일리치는 간디가 살았던 오두막집에서 간디의 정신과 교감하며 그 교훈을 받아들이고자 했다. 그는 그 오두막을 꼼꼼히 둘러보았을 때 모든 공간과 배치의 구성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았다. 이 오두막을 부자가 본다면 비웃겠지만 소박한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이보다 더 큰 집을 원하지는 않을 거라고 말한다. 


이반 일리치가 오두막이라고 부르고는 있지만 사실 그곳은 ‘집’이다. 그는 주택과 집은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주택은 사람이 짐과 가구를 보관하는 곳으로 사람 자신보다 가구의 안전과 편의에 더 치중하여 만든 곳’이라고 말한다. 반면 간디의 오두막은 사람의 편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 안에 있는 가구는 주택에 마련된 편의시설과는 달라서 사람이 의존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지금의 우리는 주택같은 편의시설에 의지하면서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자율적인 힘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다. 자율적인 힘을 잃어버림으로써 외부와의 연결고리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편의를 중시했던 간디의 오두막



간디가 살았던 이 오두막보다 더 큰 곳을 원하는 사람은 몸과 마음과 생활방식이 초라한 사람입니다. … 자기 자신을, 살아 있는 자아를 죽어 있는 구조물에게 내어준 것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신체의 회복력과 삶의 생기를 잃었습니다. 이들은 자연과 거의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고 동료 인간에 대한 친밀감도 거의 없습니다.

─이반 일리치,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느린걸음, 21쪽


우리는 자율적인 힘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자연과 더불어 창조적으로 살아갈 힘을 잃으면서 화폐에 의존하게 되었다. 화폐와 편의시설 등에 의존하면서 몸과 마음 그리고 생활방식까지도 스스로 해결하기보다 병원, 대형마트, 제도 등에 기대어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저 소비만 할 뿐이다. 이런 것들이 일리치가 말한 죽어 있는 구조물에 나를 맡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어떤 것도 창조해 낼 수는 없다. 죽어있는 것과는 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여 자율적인 힘을 살린다면 주변 환경 또한 창조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외부 태반을 만들기 위한 실천법


엄마의 뱃속에 아기집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아기가 엄마와 협력해서 ‘내부의 태반’을 만들어가듯이 엄마는 ‘외부의 태반’을 만들기 위한 협조적인 주변 환경을 창조해야 한다.’ 『엄마-딸의 지혜』의 저자  크리스티안 노스럽은 말하고 있다. 내부 태반은 엄마 뱃속에서 아기가 살아가기 위한 물적 토대라면, 외부 태반은 뱃속에서 아기가 안전하게 성장하기 위한 외부의 주변 환경을 일컫는다. 엄마가 외부 태반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아기도 달라지게 된다. 뱃속의 태아와 엄마는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어서 엄마가 느끼는 감정, 보고 듣는 것, 동작 등이 태아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어찌 이를 엄마가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동의보감』에서는 임신 중 산모가 일상생활에서 삼가야 할 몇 가지를 알려주고 있다. 


① 옷은 너무 덥게 입지 말아야 한다. ② 음식은 너무 배불리 먹지 말아야 한다. ③ 술은 너무 취하게 마시지 말아야 한다. ④ 함부로 달인 약을 먹지 말아야 한다. ⑤ 함부로 침과 뜸을 놓지 말아야 한다. ⑥ 무거운 것을 들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위험한 곳에 가지 말아야 한다. ⑦ 힘든 일을 지나치게 하지 말아야 한다. ⑧ 지나치게 자거나 누워 있지 말고 때때로 거닐어야 한다. ⑨ 몹시 놀라면 태아에게 반드시 전간(癲癎)이 생긴다.[입문] ⑩ 해산달에는 머리를 감아서는 안 된다. ⑪ 높은 곳에 있는 변소에 올라가지 말아야 한다. [정전]

─ 허준, 『동의보감』「잡병편」「부인」, 법인문화사, 1,653쪽


왜 옷을 너무 덥게 입으면 안 될까? 피부는 외부의 기운을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이다. 또 내부의 기운을 밖으로 내보내는 교류의 장소이다. 이런 외‧내부의 기운이 서로 소통되면서 피부가 단련된다. 그런데 옷을 두껍게 입으면 안팎 기운의 소통을 차단하게 된다. 이는 피부의 면역계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약화된 면역계는 쉽게 사기의 침범을 받아 각종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 당연히 배 속에 있는 아기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임신하게 되면 몸 온도가 일반인보다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안 그래도 몸에 열기가 많은데 옷을 두껍게 입으면 열 배출이 잘 안 되어 체온도 상승하게 된다. 체온이 상승하면 짜증이 나서 화를 동반하게 되고, 이는 임신부의 감정을 동하게 한다. 감정이 동하면 혈이 동하고 혈이 동하면 뜨거워진다. 그러면 몸 안에 적혈(積血또는 어혈瘀血)이 생긴다. 이렇게 혈이 뭉치면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러니 임신부가 옷을 덥게 입어 혈이 제 몫을 못한다면 아이를 안전하게 길러낼 수 없을 것이다.


체온이 상승하면 감정이 동해 몸에 적혈이 생긴다.



『동의보감』에서는 음식은 적고 담백하고 맛있게 먹되 배불리 먹지 말라고 한다. 왜 그럴까? 음식을 적게 담백하게 먹으면 위(胃)에서 소화를 잘 시켜 기가 충만해지고 윤택해지면 태아와 각 장부에 골고루 영양분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식을 조절하지 못해 과하게 먹으면 속이 불편해진다. 이는 위기(胃氣)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족해진 위기로는 소화를 제대로 시킬 수 없어 영양물질이 덜 만들어지게 된다. 대장과 소장이 받아들이는 것이 적어지면 진액도 줄게 된다. 진액이 줄면 엄마와 태아에게 필요한 영양분도 적게 전달될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양으로 기분 좋게 먹는 음식만큼 엄마와 태아에게 좋은 것은 없다. 


침과 뜸, 약은 일반적으로 유용하지만 임신부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왜냐면 한의학에서는 침과 뜸, 약 등은 주로 뭉쳐있는 어혈을 풀어주거나 막힌 곳을 뚫는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태아는 혈이 뭉친 어혈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어혈을 풀어주는 약제나 침‧뜸은 피하라고 한 것이다. 특히 합곡과 삼음교는 태기(胎氣)를 상하거나 유산, 낙태의 위험이 있어서 침을 금하는 자리이다.


신체에 무리한 힘을 가하는 동작도 삼가해야 한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높은 데 올라가지 말아야 한다. 임신부는 뱃속의 태아로 인해 몸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아 순간적으로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힘든 일을 삼가야 하는 이유는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너무 힘을 써서 피로하게 되면 기가 적어지고, 숨이 차게 된다. 기가 적으면 혈 또한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면 몸이 약해지고 몸이 약해지면 병이 생기고 병이 생기면 생명이 위태로워지게 된다.


요즘은 과거와 비교하면 육체노동이 많이 줄었다고 해서 이런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장시간 앉아서 컴퓨터 화면을 본다거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하는 것도 육체노동 못지않게 위험하다. 왜냐면 컴퓨터 화면이나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부작용도 문제지만 그걸 계속 보고 있으면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눈은 간과 연결이 되어있다. 간은 혈을 저장하고 만드는 장기로 시력을 혹사하면 간을 혹사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혈을 저장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그 영향은 고스란히 태아에게도 전해진다. 태아를 기르는 것은 혈이기 때문이다.


음식, 침, 뜸, 약 조심! 과로 금지!!



임신 초기에는 유산의 위험이나 입덧으로 인한 경우, 임신 중‧후반기에 태아가 자라남에 따라 몸이 무겁고 힘들어서 지나치게 자거나 누워 있으려고 한다. 『동의보감』은 오래 자거나 누워있지 말고 때때로 거닐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지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기력을 쓰지 않는 것과 같다. 기력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몸의 기혈 순환을 정체시키는 것이다. 기혈(氣血)이 정체되면 경락이 통하지 않고 혈맥이 응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위(榮衛)를 소통시키고 혈맥이 고르게 잘 통하게 하려면 힘들지 않을 정도만 가볍게 움직여야 한다. 가볍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위기와 영기에 자극을 줄 수 있다. 이렇게 혈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면 엄마의 면역성이 강해져서 태아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몸이 힘들거나 무겁다고 누워만 있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을 명심하자. 


또 한 가지 임신부가 주의할 점은 몹시 놀라는 상황을 피해야 하는 것이다. 갑자기 놀라면 기혈(氣血) 순환이 어지러워진다. 이는 심장(心臟)이 놀란 것과 같다. 심장이 놀란다는 것은 생각에 일정함이 없어지므로 기가 어지러워지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정신줄을 놓친다’고 하는 경우가 이런 경우이다. 이는 원기(元氣)가 고갈되는 것으로 각 장부와 땀구멍이 막혀서 음식의 영양분이 각 장부로 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가 한쪽으로 치우칠 때 태아에게 전간(癲癎: 간질)이 발생한다. 전간은 엄마의 놀란 기가 위로 치밀어 오르고 내려오지 못한 데다가 정(精)과 기(氣)가 더불어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기가 어지러워지고 맥이 막혀 구규(九竅)가 통하지 못한다. 임산부가 많이 놀랐다면 일단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어야 한다.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휴식을 취해야 정신과 기혈을 잘 돌릴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주택처럼 대형병원이나 편의시설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자율성을 확보해야 새로운 삶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내부 태반 또한 자율성을 통해 외부와 연결하면서 건강한 생명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거창한 일일 것같지만 『동의보감』에서 제안하는 실천법은 매우 간단하다.


요컨대, 임신부는 옷차림에서부터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잘 살펴 고요한 마음으로 몸을 움직여야 하고, 몸을 움직이면서도 고요한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 치료를 받을 때도 신중해야 하고, 에너지 소모가 큰 노동은 삼가해야 한다. 엄마 스스로가 주변을 살피지 않고, 일상의 삶을 스스로 고안해 내는 창조력이 없다면 엄마의 삶도 무력해지고 그 무력감은 태아에게도 그대로 전달될 것이다. 하여 내가 만들어야 할 나의 외부 환경과 조건을 병원이나 제도에만 의존하지 않을 때 태아를 길러내는 ‘협조적인 주변 환경’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글_용재(감이당)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 10점
이반 일리치 지음, 권루시안 옮김/느린걸음
엄마-딸의 지혜 - 10점
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 이상춘 옮김/한문화
신증보 대역 동의보감 - 10점
허준 지음, 동의문헌연구실 옮김/법인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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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생강 2015.06.12 17:28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태반 형성이 외부환경과 협조한다는 생각이 새롭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