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기초탄탄 맞춤법 : '그러고는'과 '그리고는' + '~든지'와 '~던지'


기초탄탄 맞춤법

‘그러고는’과 ‘그리고는’

 ‘-든지’와 ‘-던지’




‘그러고는’과 ‘그리고는’


보통 수준보다 훨씬 맞춤법을 잘 알고 쓰는 사람들도 자주 틀리는 표현이 바로 ‘그리고는’입니다. 연결해서 쓸 때 사실 굉장히 자연스럽죠. 다음 문장을 한번 볼까요?


아버지께서 양양부사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오신 날 저녁이었다. 때마침 저본 『난정첩』蘭亭帖을 보내온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는 즉시 사랑채에 술상을 마련하고 촛불을 밝히게 하셨다. 그리고는 『난정첩』을 책상에 올려놓고 몇 차례나 본떠 쓰신 다음 감상하고 품평하며 몹시 즐거워하셨다. 그래서 곁에 모시고 있던 사람들도 먼 길을 오느라 고생한 일을 싹 잊을 수 있었다.


여기서 아버지는 연암 박지원이고, 글쓴이는 박지원의 차남 박종채입니다. 박종채가 쓴 『나의 아버지 박지원』에 나오는 구절인데요, 볼드 처리한 부분에 ‘그리고는’이 참 자연스러워 보이지요. 하지만 틀린 표현입니다.


‘그리고’는 “단어, 구, 절, 문장 따위를 병렬적으로 연결할 때 쓰는 접속 부사”인데요, 이 접속 부사 다음에는 조사 ‘는’이 붙지 않습니다. 같은 접속 부사인 ‘그러나’나 ‘그런데’ 등을 생각해 보세요. ‘그러나는’, ‘그런데는’ 이렇게 사용할 수 없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보통 ‘그리고는’이라고 쓰려는 경우에는 동사 ‘그러다’(앞에서 언급한 행위를 하다의 뜻을 지닌)의 활용 형태인 ‘그러고는’을 써야 합니다. 위 문장에서도 연암이 술상을 마련하고 촛불을 밝히게 하고는 『난정첩』을 감상한 것이죠.


간단하게 정리하면, ‘그리고는’은 없습니다. ‘그러고는’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그리고 나서’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고 나서’가 맞는 말입니다. 






‘-든지’와 ‘-던지’


편집 일을 하기 전에 제법 맞춤법을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편집을 하게 되면 그동안 쓸 때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그래서 틀리게 쓰는 경우가 많았던) 맞춤법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저의 경우에는 ‘-든지’와 ‘-던지’가 그런 경우 중 하나였습니다. 구분해서 쓰는 게 아예 머릿속에 없었던 거라, 처음 구분지어 써야 함을 알았을 때 놀랐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네요.(‘-든지’와 ‘-던지’는 이전에 '-든'과 '-던'으로 소개한 것과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확실히 하시라고 한번 더 설명을 드려볼게요^^ ▷ 이전글)


앞의 ‘그리고는’처럼 하나는 아예 쓸 수 없는 경우면 쉬울 텐데, ‘-든지’와 ‘-던지’는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말들이고요,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다릅니다. 하지만 구분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든지’는 선택의 경우에, ‘-던지’는 회상의 경우에 씁니다. 그리고 ‘-든’으로 줄여서 썼을 때 말이 되면 ‘-든지’를 쓰는 경우입니다.


그러니까 “하든지 말든지 네 맘대로 해라”라는 말을 보면, “하든 말든 네 맘대로 해라”라고 해도 말이 되지요. 그러니까 ‘-든지’가 쓰이는 게 맞습니다. 다른 예로 “그때 얼마나 웃었던지 눈물이 다 났다”라는 문장을 보면 “그때 얼마나 웃었든 눈물이 다 났다”는 말이 안 되지요. 그리고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거니까 ‘회상’의 경우이고요. 이럴 때는 ‘-던지’를 씁니다.


그럼 요건 연습문제 한번 풀어볼까요? 각 문제에서 올바른 표현은 어느 것일까요?


① ㄱ. 싫든지 좋든지 따라야만 한다.
    ㄴ. 싫던지 좋던지 따라야만 한다.


② ㄱ. 얼마나 춥든지 손이 곱아 펴지지 않았다.
    ㄴ. 얼마나 춥던지 손이 곱아 펴지지 않았다.


③ ㄱ. 사과든지 배든지 과일을 좀 먹어야겠다.
    ㄴ. 사과던지 배던지 과일을 좀 먹어야겠다.


④ ㄱ. 무엇을 하든지 남한테 피해만 주지 마라.
    ㄴ. 무엇을 하던지 남한테 피해만 주지 마라.


모두 우선 ‘-든’을 넣어서 말이 되는지를 살펴보면 쉬워집니다. 정답은 ①번은 ㄱ, ②번은 ㄴ, ③번은 ㄱ, ④번도 ㄱ이네요. ④번 같은 경우에는 앞에서 얘기한 선택에 관련된 경우라기보다는 사전적 의미로는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일어나도 뒤 절의 내용이 성립하는 데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인 경우입니다. 그러니까 그 뒤에 ‘간에’나 ‘상관없이’ 등이 뒤따르는 말이 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앞으로 ‘-든지’와 ‘-던지’는 헷갈리지 않고 쓰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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