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평생 다짐만 할 것인가?" 작심삼일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사람이 비록 공부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 학문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오래된 습관이 가로막아 방해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습관의 조목을 다음에 열거한다. 만일 뜻을 매섭게 하여 이것들을 과감하게 끊어 버리지 않는다면, 끝끝내 학업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첫째, 마음과 뜻을 게을리 하고 몸가짐을 함부로 하면서 한가롭고 편안한 것만 생각하고 자신을 단속함을 몹시 싫어하는 것.


둘째, 항상 돌아다니기만 생각하여 조용히 안정하지 못하고, 분주히 드나들면서 이야기로 세월을 보내는 것.


셋째, 자신과 같은 부류를 좋아하고 다른 부류를 미워하며, 시속(時俗)에 빠져 있고, 이런 자신을 조금 고쳐 보려 하다가도 무리로부터 따돌림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것.


넷째, 글로써 시류(時流)에 칭찬받기를 좋아하고, 경전의 글귀를 표절하여 문장을 꾸미는 것.


다섯째, 편지쓰기에 공을 들이고, 거문고를 타거나 술 마시는 데 탐닉하여 빈둥빈둥 세월을 보내면서 스스로 그것이 맑은 운치라고 말하는 것.


여섯째, 한가한 사람들을 모아 바둑이나 장기 두기를 좋아하고, 종일토록 배불리 먹으면서 논쟁만 일삼는 것.


일곱째,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은 것을 부러워하고 가난하고 지체가 낮은 것을 싫어하여, 베옷을 입고 거친 음식을 먹는 것을 몹시 부끄럽게 여기는 것.


여덟째, 욕심에 절도가 없어 능히 끊어 버리거나 절제하지 못하고 돈과 노래와 여색에 빠져 그 맛을 꿀맛처럼 여기는 것.


이 러한 습관은 사람의 뜻을 굳고 단단하지 못하게 하고 행동을 독실하게 하지 못하게 해서, 오늘 한 것을 다음날에 고치기 어렵게 하고, 아침에 그 행동을 뉘우쳤다가도 저녁에는 다시 그대로 하게 한다. 그러므로 반드시 용맹스러운 뜻을 크게 떨쳐 마치 단칼로 뿌리와 줄기를 베어버리듯 하고, 그 마음을 깨끗이 씻어 털끝만 한 것도 남기지 않으며 수시로 크게 반성하는 노력을 더하여, 마음에 한 점도 나쁜 습관이 남아 있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학문에 나아가는 공부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이, 『격몽요결』 ; 박희병 편역, 『선인들의 공부법』에서



새해가 되면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다짐을 한 가지씩은 하게 된다. 삶에 작게나마 리셋 기능을 부여해 준다고 할까. 하지만 묵은 습관은 새 다짐을 3일 이상 가게 놔두질 않는다. 길들여진 몸을 마음먹기로만 끌고 가는 한계시간이 그 정도인 듯하다. 습관이라는, 마치 ‘중력’과도 같은 어마어마한 이 힘을 거스르지 않고서는 아무리 작은 ‘리셋’도 불가능하다.



율곡 이이 선생께서 이미 400여 년 전에 하신 말씀에는 우리의 다짐과는 따로 노는 습관들이 조목조목 밝혀져 있다. 이 항목들을 읽으며 지금 자신의 일상을 떠올려보면, 내 다짐이 왜 늘 결과를 못 내고 말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짧은 거리도 걷기보단 차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단 자가용을 습관적으로 끌고 나가면서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하자고 결심해 봤자 헛일이다.


둘째,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겠다고 친구와 함께 도서관에 간다. 잠시 후 도서관을 지키는 건 가방이고, 친구와 나는 휴게실에서 이야기꽃을 몇 시간째 피운다. 또 틀림없이 외국에 유학을 간 친구가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가득 채우고 있다.


셋째, 인간인 이상 자기와 비슷하거나 닮은 것에 끌리고 다른 것은 낯설어하거나 꺼려지게 되기가 쉽다. 하지만 그걸 가지고 다른 부류를 미워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부류를 쉽게 미워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자기 부류만이 ‘선’이고 다른 부류는 ‘악’ 혹은 ‘교정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 그런데 이것도 습관이란다. 어렵지만 고칠 수 있다는 말이다.


넷째, 내 페북에 ‘좋아요’를 눌러주오.


다섯째, SNS에 셀카나 내가 먹은 요리 사진 올리기 플러스 내가 지적임을 과시해 줄 책 속 문장 한 구절 더하기 나의 센서티브한 면을 보여줄 인디음악 한곡.


여섯째, 술자리 혹은 악플 달기.


일곱째, 인문학을 공부하러 가는 내 얼굴엔 명품화장품, 몸엔 명품옷, 어깨엔 명품백, 손목엔 명품 시계, 발에는 명품 슈즈.


여덟째, 어떤 상대가 있어서 그와 사랑을 나누고 싶은 것이 아니라 “연애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으로 ‘대상’을 찾아 헤매는 중. ‘한 명만 걸려라!’


이런 습관을 싹뚝 끊어내지 않으면 평생 ‘다짐’만 하다 말 거라고 단호히 말씀하신 이이 선생께서 “공부 열심히 하겠다” “올해는 ○○을 하겠다”고 말하고는 미적미적 하는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


무릇 스스로 뜻을 세웠다고 말하면서도 힘쓰지 않고 머뭇거리며 뒷날을 기다리는 사람은, 말로는 뜻을 세웠다고 하나 실제로는 공부하려는 성의가 없기 때문이다. 정말 자신의 뜻을 공부하는 데 둔다면, 어질게 되는 것이 자신에게 달려 있어 하고자 하면 뜻대로 되는 것인데 어찌 남에게서 얻으려 하며 뒷날을 기다리겠는가.


— 이이, 『격몽요결』




선인들의 공부법 - 10점
박희병 엮어 옮김/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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