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절기력은 음력일까? 양력일까?

절기력을 두고 벌어진, 어떤 내기


얼마 전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A와 B가 절기력이 음력인지 양력인지를 두고 술값 내기를 했다고 합니다. (분위기상 한 잔 마시다가 이런 이야기가 나왔겠죠? ^^) 음력이라고 주장한 A와 양력이라고 주장한 B가 팽팽히 맞서게 되었는데요, 두 사람의 자존심을 건 이 대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여러분은 누가 맞다고 생각하셨나요?


양력 VS 음력,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요?


이 내기에서는 A가 술값을 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A는 술값을 내지 않아도 될 뻔 했습니다. 왜일까요? 오늘 살펴볼 내용이 바로 이것입니다. 두둥!


절기력은 태양을 기준으로 한 달력이다. 그러니까 양력이다. 보통 절기력을 음력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동양의 달력은 음력이고 서양의 달력은 양력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관점에서 절기력은 동양의 달력이니 음력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인 달력의 구조를 살펴보면 그저 표피적인 이해일 뿐이다.


─안철환 지음, 『24절기와 농부의 달력』, 21쪽


절기는 태양이 지나는 길인 황도를 24등분한 것입니다. 해의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지를 기준으로 15, 16일 간격으로 나눈 것이지요. 그러므로 절기력은 태양의 위치에 달력을 갱신하는, 전형적인 천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구가 타원형으로 공전을 하다보니 절기의 간격이 고정되지 않고 약간씩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양력'이라고 부르는 그레고리력은 1년을 12달로 나눈 것으로, 태양의 움직임과 어긋나는 날을 보완하기 위해 4년에 한 번 2월이 하루 더 있는 윤달을 고안해냈죠. '양력'이라는 말 자체에서 이미 '태양'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절기력은 양력입니다. (그레고리력이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고종때부터라고 합니다.)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동지,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하지가 한 축이 되고,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이 한 축이 되어 4개의 기둥으로 크게 구분이 됩니다.


절기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있을까요? 한번 살펴보고 가지요. 먼저, 동지-하지-춘분-추분이라는 큰 기둥이 있습니다. 이 기둥들 사이에는 5개씩의 절기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동지는 낮이 가장 짧기 때문에 기준이 된다고 말씀드렸죠? 동지 다음에 오는 절기인 소한(쫌 춥겠다는 느낌), 대한(많이 춥겠다는 느낌;)은 기후를 예상하게 만들죠. 하지 다음 스텝인 소서, 대서와 쌍을 이룹니다. 그리고 이렇게 극렬하게 춥고 더운 다음에는 새로운 변화 속으로 들어갑니다. 대한 다음에는 입춘이, 대서 다음에는 입추가 오는 것이지요. (그러나 입춘은 入春이 아니라 立春입니다. 입추도 마찬가지! ^^ 궁금하신 분들은 『절기서당』 18쪽을 먼저 읽어보세요!)


여기서 한 가지 경계해야 할 점은, 절기를 공식처럼 바라보지 않는 것입니다. 상강이 10월 23일이었는데요, 이날만 상강인 것이 아니라 다음 절기인 입동(11월 7일)까지가 쭉 상강의 흐름이기 때문이지요. 매월, 매일이 숫자로 구분되는 그레고리력과 달리 하나의 기운이 15, 16일 단위로 흐른다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한 계절은 6개의 절기로 구분이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6절기x4계절=24절기!! 겨울은 '입동-소설-대설'과 '동지-소한-대한'으로, 3개씩 세트로 묶어볼 수 있습니다.


입동 세트에서는 첫번째 기운인 입동에서 겨울이 시작되고 두번째 기운에서 정점을 찍고 세번째 기운에서는 두번째에 비해 영향력이 좀더 약해지는...이런 리듬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이가 소한이 집에 놀러가 얼어 죽었다"는 속담이 나왔죠. 실제로도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춥습니다! 올 겨울에 한번 관찰해보시길 권합니다. 절기력은 이렇게 계절의 변화, 기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알아두시면, 써먹기 좋겠죠? ^^


『절기서당』에서는 음력, 양력, 절기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음력 날짜는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합니다. 순수한 태음력을 사용하는 달력은 고대 중동 지방 뿐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이슬람 최고 명절인 라마단은 태음력을 따르고 있어 매년 그 시기가 달라집니다. 어릴 때에는 매해 변하는 음력 생일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정확하게는 음력 생일에 따라 변하는 양력 생일날이겠지요;;) 그래서 늘 똑같은 날짜인 양력 생일이 더 편하게 느껴졌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태양력이 많이 사용되었던 이유 중 하나도 이런 편리함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금의 서양력은 엄밀히 말하면 태양력이다. 그에 반해 우리의 전통 달력은 음력, 또는 태음력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의 달력은 음력과 양력을 다 같이 쓴 태음태양력이다. (위의 책, 24쪽) 


태양은 일조량을 좌우하는 반면, 달은 바닷물을 밀고 당기는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어촌에서는 음력이 중요하게 생각되었죠. 밀물과 썰물 때를 아는 것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정보였으니 말입니다. 농촌에서도 날씨를 파악하는 데 음력이 양력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고 합니다. 날씨가 바다와 육지의 상호작용에 의해 변화가 이루어지는데, 여기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밀물과 썰물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것만으로 날씨의 변화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일조량과 바다와 육지의 상호작용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날씨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겠죠. 그래서 태음태양력의 장점에 절기를 통한 계절의 구분까지 플러스된 달력을, 우리는 만나고 있는 셈입니다. 숫자만으로 채워진 달력보다 더 생동감있게 다가오지 않나요? +_+


만약 A가 이러한 내용을 알았다면, 술값을 계산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24등분으로 구분한 것이지만, 생활 속에서 음력과 함께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태음태양력"이라고 대답하면서 얻어먹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뒷북이라 아쉽지만 이 글을 읽은 여러분도 언젠가 꼭 써먹으시길 바라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



마케터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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