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북블매입니다.
오늘은 만화책 말고, 의학책(!)을 몇 권 소개하려고 합니다. ^^
저는 어떤 책을 읽다 보면 관련된 책들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결국 책을 많이 사게 됩니다. 흑;; 몇 년 동안 모 인터넷 서점 플래티넘 회원을 유지하였지만, 읽진 않고 소장만 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이런 결심을 했지요. 무작정 사지 말고 꼭 필요한 책만 구입하겠다는 당연한 결심을요. 하하; 그래서 오늘은 제가 이렇게 용감하게 만난 책들 중에서 몇 권을 선정해보았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를 처음 읽으신 분들은 음양오행의 개념이 어렵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폐는 슬픔을 주관하고, 간은 분노를 주관하고… 이런 내용들이 재미있었지만 ‘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네, 이런 궁금증이 생긴 것이지요. ‘한의학의 원리는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라는. 이 질문의 답을 찾으면서 만난 책이 『한의학 입문』입니다. 이 책은 음양오행에 대한 개념을 먼저 익히고, 오장육부와 경락 등에 관해 차근차근 설명해줍니다. 만화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내용이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장점도 있습니다. 시리즈로 출간되어있으니 이 책을 보시고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만나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흔히 중국 의학의 기원을 『황제내경』으로부터 봅니다. 그런데 『황제내경』이 갑자기 뿅 등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고대 중국의 의술과 그 기원이 닿아있겠지요. 이 책은 갑골문 속의 중국 의학부터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중국 의학의 고전은 한대에 씌어졌으며, 그 시대에 중국 의학의 범형이 완성되었다. 중국 의학이 탄생하기 전에는 도대체 어떤 의학이 중국에 있었을까. 중국 의학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것일까. 고전의 세계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갑골문 속의 의학을 엿보는 것으로 시작하자. (23쪽)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의학 학설들의 변천도 구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한의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좋지만, 전문용어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기초 초식을 연마하신 후 읽으시면 덜 어렵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춘추전국시대부터 후한에 이르는 시기에 나타나는 중국 사상과 중국 의학의 관계를 살펴봅니다. 시대에 통용되는 사상과 의학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지요. 즉, 우리가 어떻게 세계를 인식하고 구성하느냐에 따라 의술의 방식(방법)도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다른 사상'과 '다른 의술'의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이것을 추적해갑니다.
첫 번째 장은 전설적인 의사 편작을 문제삼았다. 인도의 고대 도시 타키시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 까닭은 그곳이 인도 외과학의 메카이며 중국으로 외과 치료법을 전파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작은 몸을 절개하는 외과 요법과 맞선다. 온화한 침 치료법을 발명하여, 돌아다니는 곳마다 기적 같은 치료를 행함으로써 민중의 열광을 얻었고, 마침내 치유신으로 제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
두 번째 장은 화타에 대하여 썼다. 자주 역병의 유행에 시달렸던 후한말에 종교적 정신 요법, 약물 요법, 외과 요법이라는 세 가지 의술이 생겨난다. 마취법을 수반하는 외과 수술 요법을 엮어 낸 사람이 화타인데 (…) 하지만 이미 성립된 정통 의학과 너무나도 생각을 달리했던 화타의 의술은 소멸의 운명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9쪽)
삼국지에 등장하는 화타는 외과수술을 실시한 신의로 나옵니다.
또한 중국 의학에서 말하는 '기'의 개념을 살펴보고, 중국의학에서는 정신이 심장 혹은 뇌 중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도 다루었는데, 이 부분도 재미있습니다. 한의학이 오래 전부터 하나의 체계를 이루었지만, 그 체계 안에서 서로 상충되는 학설과 치료법들이 다양하게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동중서와 플라톤의 신체관의 공통성은 뇌라고 하는 높은 것에서부터 수직적으로 보아 내려가는 신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에 비교할 때, 내경 의학의 경우는 등을 양으로 배를 음으로 분류하고 체표의 경혈을 누운 사람 그림과 엎드린 사람 그림으로 보이고, 정신의 저장소(오장)와 그 오장을 맺어 주는 수로로 이루어진 풍경을 투시한다고 하는 것 등에서 보면 수평적인 신체 이미지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플라톤이 머리를 몸통과 완전히 격리시킨 것과 달리 내경 의학에서 머리와 몸통은 연속적이다. 그러나 심장 중심의 왕국에서는 변두리 위치로 취급받았다. (223쪽)
자,
이제 무대를 18세기 일본의 에도로 옮겨보겠습니다. 송승헌 주연으로 인기를 끌었던 닥터 진이라는 드라마를 기억하시는지요? 이
드라마의 원작은 『타임슬립 닥터 진』이라는 만화입니다. 외과의사인 닥터 진이 어쩌다보니(?) 타임슬립을 하게 되어서 에도 시대에 뚝
떨어진다는 설정이지요. 에도 시대의 의술은 어땠을까,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면 우왕ㅋ굳ㅋ!
위에서도 잠깐 만나보셨지만, (통칭)한의학에서는 굳이 외과술을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습니다. 기와 혈의 운행에 따라 침이나 뜸을 이용해 치료하는 방식이나 약을 사용해 아픈 장부의 기운을 북돋는 등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른 치료법이 대세였지요. 그런데, 이러한 의술의 방식이 확 변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네덜란드 의술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의학에 대한 개념' 또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 흥미로운 과정을 많은 도판과 함께 생생하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18세기 중엽 이후에야 비로소 의사들은 신체를 절개하여 속으로 들어가 일부분을 잘라내거나 내부를 자연에는 있을 수 없는 방식으로 시각화하는 것은 분명히 이점이 있다—라기보다 절박하고 긴요한 필요성이 있다—라고 소리 높여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의술을 예사로운 일로 여기지 않지만, 문제의 시대에는 이러한 의술이 얼마나 당혹할 만한 '경이'였는지는 잊어서는 안 된다. '자르는 의사'라는 관념은 충격이었으며, 그것은 영역을 벗어나 그 시대 사람들의 사고를 가로질러 '이해'란 곧 내부를 보는 행위라는 개념을, 의술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까지도 널리 받아들이게 했다. 이 책은 단순히 해부학과 해부도보의 역사를 좇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해서 해부학이 자신의 저편으로 빠져나가 있던 알지 못하는 역사를 다루려 한다. (355~356쪽)
지금 우리는 몸을 열고, 보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해'는 앞서 소개한 책들의 다양한 학설들이 생성되었다 사라지고, 또 생성되었다 사라지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그래서
통용되고 있는 학설이고 치료법인 것이지요. 한의학의 원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아가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병을 앓았고, 어떤 방식으로 치료했는지를 알아가는 것에 다름아닐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네 권의 책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한의학의 배경들을 더욱 풍부하게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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