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불행한 체험일수록 좀 더 나아지기 위한 기회가 된다."


알렉상드르 졸리앵  『인간이라는 직업』

- 꼭 해야할 일



미래의 위대한 미지(未知) 앞에서 (마치 운동선수가 자기 몸을 조각하듯이) 내 조건의 총체를 감당하기 위해서 실존을 조각하는 것이다. 불행한 체험일수록 기쁨과 마찬가지로 좀 더 나아지기 위한 기회가 된다. 또 그래야만 한다. 여기서 나는 고통이나 사람을 괴롭게하고 고립시키는 텅 빈 순간을 정당화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그것들을 잘 활용하여 거기게 압도당하지 말자는 얘기다. 힘든 과업이고 위험천만한 연습이지만, 꼭 해야할 일이다. 

- 알렉상드르 졸리맹, 임희근 옮김. 『인간이라는 직업』, 2015, 문학동네, 39쪽


책을 사는 가장 좋은 방법, 은 아니고, 가장 좋아하는 방법이 있다. '무계획적인 구입'이 바로 그것이다. 약속 시간을 넉넉하게 앞두고(라고 쓰기는 하지만, 나는 거의 약속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함정) 길을 가다가 눈에 띈 서점에 불쑥 들어가서 이런 책, 저런 책을 구경하다가 마음 내키는 대로 서너권 정도를 집어서 계산을 하고 나온다. 『인간이라는 직업』은 지난 주말에 그렇게 구입한 책들 중에 한 권이다.


눈에 띈 서점에 불쑥 들어가 마음 내키는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그 책들을 가방에 가득 담아가지고 약속 장소(대체로 카페)에 들어가 혼자 앉아, 읽는다기보다는 그저 '본다'. 이런 세상에,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그러고는 순간 정신이 든다. 한번에 너무 많이 사버렸다. 지난 번에 산 책도 아직 다 읽지 못했는데. 그렇게나 노력했는데, 이런 식으로 또 규칙을 어기고 만다.


'불행한 체험이 기회가 된다'는 말에 눈길이 간다. 한참 그것에 대해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을 구할 사람은 결국 자신뿐이다. 스스로 구하지 못하면 아무도 구하지 못한다는 것은 나의 얼마 되지 않은 믿음 중 하나다. 그 믿음 때문에 그 구절에 눈이 간 것일 테고, 한참 생각했을 것이다. 타인의 고통과 괴로움이 그가 마땅히 겪어야할 고통과 괴로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겪는 고통과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단지 그것들에 압도당해서 내내 억울해하고, 극단적인 허무에 자신을 내주지 말았으면 좋겠다. 구원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되는 것이지 않을까.

책 산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나는 그래서 책을 사고, 또 읽는 것 같다. 타고난 성격이 워낙 잘 압도되는 편이라, 읽어서 알지 못하면 금방 압도되어 허우적거리고 만다. 다시 말해 책읽기는 내가 나 스스로를 지키는 방편인 셈이다. 절망하지 말자. 싱겁지만, 이거 고백이다.



인간이라는 직업 - 10점
알렉상드르 졸리앵 지음, 임희근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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