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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보32

진정한 자립 - '시설적 인간'에서 벗어나기! 탈시설하라! 이 거대한 시설로부터 ‘시설’에 대한 내 첫 기억은 16살 무렵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보았던 시설은 산 속에 위치한 노인 요양원이었다. 엄마가 요양원에서 잠깐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여서 엄마를 데리러 요양원에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생각보다 제법 크고, 다소 삭막해 보이는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굉장히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바깥에는 어느 누구도 있지 않았다. 건물 외관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건물 안의 모습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건물 안에 들어섰을 때 나를 바라보던 힘없고 무기력한 수십 개의 눈동자들을 아직도 기억한다. 들어서자 마자 나를 향해 집중되던 그 눈동자들에 대한 공포는 지금도 선연하다. 내가 ‘시설’을 두 번째로 만나게 된 것은 활보 일.. 2016. 1. 8.
서로의 다름을 알아가는 '진정한' 활보가 되는 과정 변화의 과정 장애인 활동보조(이하 활보)를 시작 한 지 어느 덧 4개월 차. 그새 계절 하나가 지나간 걸 보면 짧은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허나 막상 지난날들을 글로 풀어내려고 하니 어찌 적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너무 거창한 걸 쓰려고 하는 내 욕심 때문인가? 그래서 난 욕망을 떨쳐내고 여태껏 활보를 하며 경험했던 과정, 바뀌어 갔던 생각들을 담담하게 적어보기로 했다. 더위가 스멀스멀 다가오던 5월. 난 필동의 한 돈가스 집에서 주방보조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렵 연구실에는 활보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한여름의 주방은 지옥이라는 걸 직감했던 것일까? 괜스레 나도 그 부드러운 바람에 휩쓸리고 싶었다. 얼마 뒤 시절인연이 맞았던지 연구실 G형은 나에게 이용자 G형을 소개시켜줬다. 그렇게 .. 2015. 11. 6.
나는 화장실에서 하는 모든 일을 제일 잘하지! 화장실 청소가 가장 쉬웠어요 활동보조 일을 시작한 지 5개월이 되었다. 스스로 돈을 버는 일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서울 오기 전 남원에 있는 돈가스 집에서 서빙을 하는 일이 내 첫 아르바이트였다. 나름대로 일을 즐겼고 싹싹하게 손님을 대해서 사장님에게 귀염을 받았었다. 하지만 일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일 나가기 싫다고 부모님께 많이 투덜거리기도 했었다. 다행히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돈을 모아 감이당에 공부하러 올라왔다. 그런데 돈 관리를 해본 적이 없어서 두세 달 만에 돈이 바닥나버리고 말았다. 다시 일하려는데 이번에는 서빙 말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다. 마침 감이당 사람들은 색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바로 활동보조이다. 이걸 알게 된 이상 지체 없이 도전하기로 했다. 교육을 마치고 운 좋게.. 2015. 10. 2.
과거 나에게 다시 배우는 진정한 '자립'의 마음가짐 그 활보의 흔적은 다 어디로 갔나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활동보조 일이(이하 활보) 근 한 달 전인 올해 7월부로 마무리 되었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 다시 용돈을 받으며 편히 먹고 자는 생활 중. 고작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이 흐른 지금, 활보를 하는 나와 하지 않는 나의 생활은 매우 다르다. (지하철을 달렸던 시간에 방을 기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생각해보면 그때의 내 모습이 참 낯설다. 넌 누구냐!, 활보를 하는 나의 모습이 궁금해지더라. 그래서 던진 ‘활보를 하는 나는 어땠지?’라는 질문. 낯설게 느껴지는 내 모습을 돌이켜보면서, 활보를 통해 얻은 배움 중에 혹여 벌써 저 구석으로 치워 놓고 잊은 것이 있진 않을지 살펴보고 싶었다. 그러자 활보를 통해 처음으로 스스로를 먹여 살려봤었고 .. 2015.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