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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다스리는 혈, 곡지 친절한 곡지씨 이영희(감이당 대중지성) 채울 길 없는 욕망 그는 중풍에 걸려 오른쪽 반신이 흐느적대고, 제 입안의 침도 잘 수습하지 못한다. 뭐라고 말을 하기는 하는데 잘 알아들을 수 없이 버벌거린다. 나니까 대강 알아듣지 타인하고는 거의 의사소통이 안 된다. 입술을 오므리지 못하니까 나를 ‘복희야’라고 부르고 싶을 때는 입가에 심한 경련이 인다. 나는 그게 불쌍하지 않고 고소하다. 처녀 적 그의 집에서 식모살이 할 때부터 함부로 부르던 이름을,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데도 그의 마누라가 된 후에도 기분이 좋을 때나 화가 날 때는 연달아 불러대곤 했다. 반신이 무력해진 후에도 속에서 뻗치는 기운은 여전한 듯 말이 잘 안 돼 고함으로 변할 때는 유리창이 다 들들댄다. 원래 기운이 넘치는 장대한 남자였다. 개같.. 2012. 6. 29.
패기 넘치는 혈자리, 척택! 척택(尺澤), 물길을 내다 조현수(감이당 대중지성) 물 위의 삶 “요즘 애들은 패기가 없어.” “젊은 애들이 왜 그래.” 어른들에게 곧잘 듣는 말이다. 주위를 둘러본다. 패기가…… 어딨어? 다 이렇게 사는 거 아냐? 패기가 뭐길래, 그토록 찾으실까. 패기의 사전적 정의를 보자 ㅡ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해내려는 굳센 기상이나 정신". 사실 이런 거라면 꼭 가져볼 만하다. 그렇다,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는 거, 울타리에서 조금만 나가면 겁에 질리고 죽을 듯이 괴로워하는 거. 그거 버려야 한다.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는 건 다른 사람, 다른 삶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내 두 발로 선다는 것은 물질적인 자립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20대는 돈 없고 백 없는 게 당연하다. 대신 그 자리를 부모님과 학교, .. 2012. 5. 25.
음란하면 호흡곤란?! 호흡이 뭐길래! 열정 사용설명서, 경거(經渠) 류시성(감이당 연구원) 체 게바라, 숨 쉬기 위한 싸움 “어디 안 좋으세요?” “폐가 좀 안 좋아요.” “안됐네요. 그래서 의사가 되신 거군요. 몸이 아파서.” “그런 셈이죠. 태어나서 처음 배운 말도 주사였대요. 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시간낭비 마세요.” “네?” “삶은 고통이니까요.” “네. 아주 엿 같죠. 매 순간 숨 쉬기 위해서 싸워야 하니까요. 매 순간 숨 쉬기 위해서.” ㅡ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한 장면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 의대생이었던 그는 남미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떠난다. 뭐지? 이 조합은?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와 병에 걸린 의사. 누가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 왔는지 비교라도 해보자는 건.. 2012. 5. 18.
불사약과 같은 혈자리, 태연 서왕모의 거처, 태연(太淵) 이영희(감이당 대중지성) '해품달' 말고, '서품태'니라 동양 신화에는 서왕모(西王母)라 불리는 여신이 있다. 이름 풀이하면 서방의 여왕. 그녀가 사는 곳은 곤륜산 꼭대기에 있는 연못이다. 이 연못은 요지(瑤池)라고도 하고, 천지(天池)라고도 하고, 태연(太淵)이라고도 한다. 각각 옥구슬 연못, 하늘 연못, 크고 깊은 연못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우리가 살펴볼 혈자리 태연의 원류는 서왕모가 사는 연못, 태연과 이렇게 닿아 있다. 이쯤 되면 태연에 둥지를 틀고 있는 여신, 서왕모가 살짝 궁금해진다. 중국 고대의 지리서『산해경』에 기록된 여신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아름답고 우아한 서쪽 여왕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처럼 생겼는데 호랑이 꼬리에 표범의 이빨을 한 반인반수, 머리는 .. 2012. 5. 11.